코로나19 확진된 STEMI 환자 중 동맥 폐쇄 없는 '모방' 환자 확인
STEMI 모방 환자, PCI 어려워 혈전용해요법 받으면 출혈 나타날 수 있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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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상황에서 ST분절상승 심근경색(STEMI) 환자의 치료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로 확진된 STEMI 환자 중 동맥 폐쇄가 없는 환자가 일부 있는 것으로 확인돼 STEMI 환자에게 혈전용해요법(fibrinolytic therapy)를 진행해야 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STEMI '모방(mimics)' 환자 치료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혈전용해요법, 1차 PCI 지연 시 대체할 수 있는 치료

혈전용해요법은 1차 PCI를 받는 시간이 지연될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다. 2013년 발표된 STREAM 연구 결과에 의하면, 최초 의료진 접촉 후 1시간 이내에 1차 PCI를 받을 수 없는 초기 STEMI 환자들은 혈전용해요법과 적시의 관상동맥조영술을 받으면 재관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N Engl J Med 2013;368(15):1379~1387).

연구에서는 급성 심근경색 증상 발생 후 3시간 이내 혈전용해요법을 받고 6~24시간 이내 혈관조영술을 실시한 환자군과 1차 PCI를 받은 환자군의 임상적 결과를 비교했다. 최종적으로 혈전용해요법 후 24시간 이내 혈관조영술을 받은 환자군과 1차 PCI를 받은 환자군의 30일간 임상적 결과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다만 두개내출혈 발생률은 혈전용해요법을 받은 군이 1.0%로 1차 PCI를 받은 군(0.2%)보다 더 많이 보고돼 혈전용해요법의 출혈 위험이 감지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속 STEMI 치료, 혈전용해요법 먼저인가? 

문제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STEMI 환자의 치료 결정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혈전용해요법은 1차 PCI보다 우월하다는 임상 근거가 부족하다. 그러나 1차 PCI를 진행하면 의료진, 환자들이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또 병원에서는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날 경우 심혈관 분야의 의료인력이 코로나19 환자 관리에 투입돼 시술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 Matthew J. Daniels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증상이 발생한 지 3시간 이내이며 고위험의 임상 소견이 없는 STEMI 환자의 1차 치료로 혈전용해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Circulation 2020;141(24):1948~1950).

응급실에서 병력 확인, 코로나19 환자를 배제하기 위한 추가적인 검사 등으로 치료까지 전체 시간이 늘어나 재관류술이 지연되는 문제를 혈전용해요법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병원에 도착해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기까지의 시간(door to needle time)을 단축할 수 있으며, 심장중재팀 등 필수 의료인력을 보호하는 등 장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가 발표한 '심혈관중재시술팀 COVID-19 대응 권고안'에서는 "시간적으로 쫓기는 STEMI 치료의 경우 준비를 위해 시간을 보내다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바로 치료적용이 가능한 혈전용해 치료도 하나의 치료 옵션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ST 분절 상승한 코로나19 환자 중 동맥 폐쇄 없는 환자 있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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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심전도상 ST 분절 상승이 관찰되지만 STEMI가 아닌 위양성(false positive) STEMI 환자가 있다. 이른바 STEMI 모방 환자로, 임상 양상은 STEMI와 유사하게 나타나지만 관상동맥조영술에서 동맥 폐쇄가 확인되지 않는다. 

ST 분절 상승을 설명할 수 있는 급성 심근염, 혈전증 등으로 혈관이 막히지 않았지만 심근 효소가 상승한 2형 심근경색(type 2 MI)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혈전용해요법을 받으면 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STEMI 환자 중 관상동맥조영술 상 동맥 폐쇄가 없는 환자가 있다고 보고된다. 특히 코로나19 확진 환자에게서 심근 손상을 의미하는 트로포닌 수치가 상승하거나 바이러스성 심근염이 관찰되고, 이후 폐쇄성 질환이 없다고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 

NEJM에 실린 독자투고에 따르면(N Engl J Med 2020;382:2478~2480), 미국 뉴욕의 6개 병원에서 ST 분절 상승이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 18명 중 관상동맥조영술을 받은 환자는 9명이었고 이 중 6명에게서만 폐쇄성 질환이 관찰됐다. 관상동맥조영술을 받은 환자 3명 중 1명은 혈관 폐쇄가 없었던 것이다.

이탈리아 Humanitas Clinical and Research Hospital의 Giulio Stefanini 교수 연구팀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Circulation을 통해 보고했다(Circulation 2020;141(25):2113~2116). 분석은 2월 20일부터 3월 30일까지 이탈리아 롬바르디아(Lombardia) 지역의 심혈관 조영실에서 치료받은 STEMI 동반 코로나19 확진 환자 28명을 대상으로 했다. 

관상동맥조영술로 동맥 폐쇄를 확인한 결과, 전체 환자 중 60.7%(17명)만 재관류술이 필요한 주요 병변(culprit lesion)이 관찰됐다. 나머지 39.3%(11명)은 동맥 폐쇄가 없었다는 의미다. 전체 환자는 긴급한 관상동맥조영술을 받았고 혈전용해요법을 받은 이들은 없었다. 

단 연구팀은 동맥 폐쇄가 없었던 환자에게서 STEMI가 확인된 이유가 2형 심근경색(type2 MI), 코로나19 바이러스인 SARS-CoV-2 감염으로 인한 심근염, SARS-CoV-2와 관련된 내피세포 기능장애 또는 사이토카인 폭풍 등 때문인지 원인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Stefanini 교수는 논문을 통해 "코로나19 환자의 첫 번째 임상 증상으로 STEMI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STEMI 동반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약 40%는 관상동맥조영술에서 주요 병변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분석에서 STEMI 동반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상당수가 재관류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혈전용해요법에 따라 이들을 치료하는 전략은 정당하지 않음을 시사한다"면서 "STEMI 동반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진단 경로(diagnostic pathway)를 마련해 환자들의 시술 위험과 의료인들의 감염 위험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CC·SCAI·ACEP, STEMI 모방 환자 치료전략 제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심장학회(ACC)·심혈관중재술학회(SCAI)·응급의학회(ACEP)는 코로나19가 대유행 하는 동안 급성 심근경색 환자 관리전략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하며 STEMI 모방 환자에 대한 치료전략을 정리했다(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4월 20일자 온라인판).

권고안에서는 STEMI 모방 환자들에게 혈전용해요법의 혜택이 없으며 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 ST 분절 상승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궁극적으로 침습적인 진단 검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학회들은 1차 PCI를 시행하는 센터들이 의료진과 이용 가능한 개인보호장비(PPE) 등을 기반으로 시기적절한 1차 PCI를 진행할 수 있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만약 이러한 지원이 부족하다면 혈전용해요법을 고려하도록 명시했다.

이처럼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동맥 폐쇄가 없는 STEMI 모방 환자가 확인되고 이들을 시기적절하게 치료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향후 전통적인 진단 및 치료과정을 개선한 관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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