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S 차단, 고혈압 치료 원칙으로 자리잡아


레닌 억제제가 효과적…병용요법시 고칼륨혈증 논란

 최초의 혈압강하제인 이뇨제는 비용효과라는 장점과 함께 혈압조절뿐 아니라 뇌졸중, 심부전 등 합병증 예방에 있어 그 효능이 이후 출현한 혈압강하제와 유사하거나 우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인슐린 분비 억제 또는 포도당의 말초 이용 장애를 통해 당뇨병 및 신장·간기능부전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뒤이어 1960년대에 등장한 베타차단제는 그 유효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04 영국고혈압학회 가이드라인에서 베타차단제는 항고혈압제로서 4단계 치료제로 밀려났다.

2007 ESH(유럽고혈압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일차선택약으로 잔류했지만 인슐린 저항성 악화 가능성이 있기에 대사증후군 또는 당뇨병 위험군에는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2004년 대한고혈압학회의 진료지침은 CCB(칼슘채널 차단제)를 관상동맥질환(nonDHP), 노인성 수축기 고혈압, 경동맥 죽상경화증(DHP)에 우선적으로 추천하고 있다.

CCB는 심장과 혈관의 평활근 세포내로 칼슘이 유입되는 것을 늦춰 심근 수축력을 감소시키고 혈관을 확장시킴으로써 혈압을 감소시킨다.

심장내 신경 자극도 늦추므로 부정맥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2~3도 방실차단(A-V block) 환자에는 사용을 금한다. 안면홍조와 치육비대 등 여성 환자에게 민감한 부작용을 동반하기도 하는 경우도 있다.

이후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RAS) 차단이 고혈압 치료의 기본 원리로 자리잡게 되며, 혈압강하제 시장은 르네상스를 맞게 된다.

 최초의 RAS 억제제인 ACEI(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는 1981년에 등장했다. 안지오텐신 전환효소를 억제하여 안지오텐신II의 활성을 억제하고 브래디키닌의 작용을 강화시킨다<그림>.

혈압강하 효과를 나타내는 환자 범위가 넓고 기타 강압제보다 부작용이 적다.

 미각 감소와 마른 기침이 가장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부작용이다. 그러므로 COPD나 천식을 동반하는 환자에는 투약시 고려한다.

1995년 로살탄 승인으로 막을 연 ARB(안지오텐신 수용체 자단제)는 안지오텐신II와 AT1 수용체(제1형 안지오텐신II 수용체)간의 결합을 억제함으로써 혈관 수축 및 알도스테론 분비를 억제해 혈압강하를 이끈다. ACEI의 기침 부작용은 동반하지 않는다.

심근경색 발생 증가가 VALUE 연구 등을 통해 보고된 바 있으나 이에 대한 논란은 현재 진행중이다.

알리스키렌 식약청 승인

 또다른 RAS 억제제인 알리스키렌(라실레즈, 노바티스)이 지난해 식약청 승인을 받았다. 최초의 레닌 억제제(DRI;Direct Renn Inhibitor) 알리스키렌은 레닌 분자의 활성 부위에 결합하여 안지오텐시노겐이 쪼개지는(cleavage) 것을 막아 안지오텐신I으로의 전환을 차단한다.

 사실 RAS 억제에 있어 율속단계인 레닌의 활성을 억제하는 약물 개발에 대한 시도는 ARB의 개발이 시작되던 시점부터 이루어졌다.

 당시 ditekiren, enalkiren, zankiren, remikiren이 합성에 성공했으나 개발 초기 단계에서 낮은 경구 생체이용률 및 효능, 짧은 반감기, 복잡한 합성과정 등의 한계에 봉착하여 그 출현은 12년 뒤로 미루어지게 된다. 이후 결정학(crystallography)과 컴퓨터 분자 모델링을 통해 경구투약이 가능한 알리스키렌 개발에 성공한다.

 RAS 억제제들을 서로 비교해 보면 3가지 차이점을 찾아낼 수 있다. 먼저 위에서 언급했던 각 약물의 기전이다. 두번째는 기전의 차이로 인한 결과다.

 생체내 모든 시스템은 항상성 유지를 위한 보상기전을 동반하기에 ARB로 인해 알도스테론 분비가 차단될 경우 역으로 안지오텐신II가 부족하다고 인식하여 오히려 그 농도를 증가시키게 된다. ACEI도 보상적으로 안지오텐신I을 증가시키게 되는데, 이 물질은 직접적으로 혈압에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차단 자체가 전체 시스템을 활성화시킨다.

 이같은 이론이 장기간 또는 고용량 ARB, ACEI 투약시 기대할만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로 논의되고 있다.

 세번째 차이점은 알리스키렌이 가지는 24시간 약효 지속성이다. ESC(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이 24시간 지속적인 혈압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처럼 이같은 특징은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노바티스 CVM 마케팅팀 김은미 과장은 약효 지속 배경에 대해 "40시간이 넘는 반감기와 인체내 레닌에 대한 알리스키렌의 높은 친화력"을 언급했다.

2007 대한고혈압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서울대학교 순환기내과 이해영 교수는 방사능 표시 약물을 경구투약 후 추적시 알리스키렌의 91%가 대사되지 않은 상태로 분변으로 배출된 결과를 설명하며 "경구 투약시 생체이용률이 낮은 부분은 알리스키렌의 높은 효력으로 보완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알리스키렌은 투약중단시 반동현상(rebound)이 없고 4주까지 효과가 유지된다는 특징도 가진다.

 ARB에 필적하는 효능이 임상연구를 통해 확인됐으며 ACEI(라미프릴), ARB(발살탄), 이뇨제(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와 병용시 부가적 혈압강하 효과를 나타낸다(Cardiol Rev. 2007;15:316).

그러나 발살탄 및 라미프릴과 병용시 고칼륨혈증이 나타난다는 연구들이 보고된 바 있어 병합요법시 주의가 요구된다. 그밖에 위장관 증상, 피로감 등 미약한 부작용을 동반한다.

 아직 장기간 연구가 보고된 바 없기에 당분간 알리스키렌은 이상적인 혈압조절 유지 실패시 부가요법 또는 기타 혈압강하제에 금기 및 내약성이 떨어지는 경~중증 고혈압 환자의 대안약물로써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뇨병·심부전환자에 부대효과

 효과적인 RAS 억제제의 개발은 우리가 심혈관질환의 병태생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진일보하도록 이끌었다.

RAS는 인슐린 저항성을 이끌고 베타세포 반응을 감소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여 비만인 사람을 당뇨병에 보다 취약하게 만든다(Curr Hypertens Rep 2004;6:98).

 한편 RAS의 주요 효과기(effector)인 안지오텐신II는 심혈관 재형성(cardiovascular remodelling)에 관여하며 심근, 신장,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를 이끈다(Am J Hypertens 1999;12:205s).

그렇기에 RAS 억제제는 당뇨병·신부전 환자의 신장보호, 울혈성 심부전 환자의 심장 보호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김은미 과장은 "지금까지 우리는 RAS라는 이름만 알고 있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RAS에 대해 끊임없이 새로운 규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진화

 2007 미국심장협회(AHA) 학술대회에서는 스위스 Cytod Biotechnology가 개발중인 "고혈압백신" 2상시험 결과가 보고됐다. 안지오텐신II를 공격하도록 면역반응을 유도해 항체를 만들어내는 기전의 이 주사제는 123일간 유의한 혈압강하 효과를 나타냈다.

 한편 다양한 DRI 계열 약물이 1, 2, 3상 임상시험중에 있으며, 병합요법시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복합제들이 승인 및 시판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국내 고혈압 조절률은 과거에 비해 많이 높아졌지만 아직 51~55% 수준으로 보다 적극적인 혈압조절이 요구되고 있다. 다양한 약물의 출현이 보다 효과적인 약물 프로그래밍을 가능케 할 것을 기대된다.

RAS 억제제들의 작용 기전
▶도움말; 박창규 고려의대 교수(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김은미 노바티스 CVM 마케팅팀 과장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