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보건법 14조 개정안 마련 공청회

금지법 사실상 "무용지법"
출산친화정책으로 바꿔야

낙태 심각성 홍보가 현실적
여성·태아 보호 중점 맞춰야


 "태아의 생명권이냐, 여성의 선택권이냐."

 정부가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규제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모자보건법 제14조 개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연세의대 의료법윤리학과 김소윤 교수가 복지부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은 모자보건법 제14조 개정안을 발표하며 인공임신중절의 허용 범위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행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우생학적, 유전학적 사유와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준강간, 혈족 또는 인척간의 임신, 보건학적 사유 등에 한하여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다양한 사유로 연간 34만건의 인공임신중절이 시행되고 있어 법 자체가 사문화돼 있다"며 "법과 현실의 괴리 극복과 실질적인 감소를 위해서는 현행 인공임신중절 허용 한계, 허용 주수를 재정비하고 출산친화적 사회복지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인공임신중절 허용한계 재정비 방안으로 인공임신중절 사유 중 우생학적·유전학적 사유, 전염성 질환을 삭제하고 사회·경제적 사유 등 현실적인 사유를 인정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현행 28주로 규정된 허용주수를 태아 이상 및 모체규명을 위한 경우는 24주 이내, 윤리적 사유 및 사회적 적응 사유 등은 12주 이내로 축소할 것과 인공임신중절수술 시 배우자의 동의를 받는 부분을 삭제하고 임신 8주 이내에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고자 하는 경우 상담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사유 등 현실적인 사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제기되며 모자보건법 개정과 관련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낙태반대운동연합 김현철 부회장은 "사회·경제적인 사유로 낙태를 할 수 있다는 새로운 규정을 넣는 것은 사실상 낙태를 전면 허용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더욱 현실에 맞게 하는 일은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만들려는 노력이 아니라 낙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계몽운동과 낙태에 이르지 않도록 여성과 태아를 보호하는 일"이라고 개정안에 전면 반대했다.

 가톨릭대 이동익 교수도 "사회적 적응사유를 허용범위에 포함하는 것은 인공임신중절을 전면 허용한다는 것으로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출산장려정책에도 반하는 행보"라며 "모자보건법 14조를 개정하는 것보다 아예 폐지하는 것이 정부의 정책에 더 부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명31운동본부 박영식 변호사는 "일년에 낙태죄로 기소되는 건수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고 법률 실무가들에게 모자보건법 14조는 낙태의 무제한 허용으로 해석되고 있다"며 "여기에 사회·경제적 사유도 낙태 허용 사유로 추가한다면 현실에 면죄부부터 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의료계는 모자보건법 제 14조 개정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법 개정에 있어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고재환 법제위원회 간사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낙태를 허용하는 제한적 법적 규제만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낙태의 현실을 해결할 방안"이라며 "낙태라는 행위는 의료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항목이므로 의사들의 합의를 전적으로 법에 반영하고 의료계의 협조가 함께 이뤄져야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마련된 개정안을 토대로 각계 의견을 수렴해 모자보건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으로 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 김용현 본부장은 "사회적으로 만연한 낙태를 줄이기 위해서는 모자보건법 규정을 시대 변화에 맞게 현실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며 "현실화된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9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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