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위해 한발씩 물러난 비장한 선택

고용불안 떨쳐내고 양보·타협으로 상생 길 찾아


 노사합의를 통한 임금삭감을 "살신성인"의 자세로 이끌어낸 이화의료원의 올한해는 모두가 하나되어, 황산벌로 나서는 계백장군처럼 비장한 각오를 연상케하고 있다.

 노사는 그동안 진통을 겪어온 임금 조정을 포함한 "노사 특별 합의안"에 뜻을 같이 하고, 이화의료원의 중장기 발전 전략을 온몸을 던져 실현해나기로 했다. 합의안에는 제3병원 걸립 조기 추진, 종합발전계획 마련, 경영이 정상화되면 2011년부터 하향된 임금을 보전해나가는 것을 담고 있다.

 특히 동대문병원 19%, 목동병원 6%의 임금삭감을 이루어낸 노사의 화합적 하나됨은 병원계 전체를 놀라게 했다.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노조 집행부의 역할이 컸다. 집행부는 지난달 23일부터 예정된 파업 일정을 유보하면서까지 대화에 나섰다. 어렵게 도출한 잠정합의안은 부결됐지만, 계속적으로 조합원을 설득해 88.9%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임금 협상을 하면서 지난 4년 연속 파업을 강행한 강성노조지만, 이번만큼은 한발 물러선 선택이었다. 노조 나순자 지부장은 "전체 조합원의 고용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었다"고 털어놨다. 수년동안 되풀이된 동대문병원의 경영난으로 인한 400여명 고용불안과 정리해고 위협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였다는 것. 이에 대해 서현숙 의료원장은 "이화의료원 가족에 드리는 감사의 글"을 통해 "동대문병원에서 촉발된 위기를 교직원 모두가 일치단결해 이화의료원 재창조를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양보와 타협을 통해 공동체 정신과 미래의 가치를 생각하는 특별한 모범을 보여주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노사양측은 합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료원 재도약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다. 나 지부장은 "의료원은 어려운 결단을 내린 조합원들의 의지를 존중해 조속한 시일내에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 의료원장 역시 "혁신"을 가장 큰 과제로 삼고, 새로운 이화의료원을 재창조해 나가는데 혼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과감하고 지속적인 경영혁신 활동이 필요하다"며 "성과를 극대화하고 최상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직시스템을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재정비 병원 체질을 경쟁력있는 조직으로 혁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를 이화의료원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보고, 지난해 11월 발표한 "여성질환 전문 대학병원"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의 "중장기 발전전략"을 실천하는 첫해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노사간 신뢰와 그 신뢰로 만들어진 운영자금이 그 밑거름이 된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

 최근 서울시는 "도심재창조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흥인지문 주변 오픈스페이스 및 녹지공간 조성을 위해 동대문병원 부지에 대한 활용방안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수립을 위한 용역을 추진중에 있다. 이르면 3월말께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측되면서, 목동병원과 동대문병원의 단계적 통합에도 한층 가속이 붙게 됐다. 또 서울시와 위수탁 협약을 체결한 "양천메디컬센터(가칭)"에 대한 개원준비와 제3병원에 대한 윤곽도 그려나간다.

 "우리는 이제 마지막 전쟁터에 다다랐느니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오늘 한판의 싸움에 우리 모두의 운명이 걸려 있는 것이다"고 외친 계백장군의 정신이 이화의료원에 고스란히 녹아들 한 해가 될것을 모두들 기대한다.

 한편, 이화의료원의 사례는 노사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타 병원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나순자 지부장은 "부도 폐업 등 긴박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측이 경영위기의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강제적인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행하던 병원들에 있어 새로운 문제해결 형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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