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가면고혈압 어떻게 대처할까

표적장기 계속 나빠지면 주목하라

심장비대·동맥경화 등 표지자 측정을…미세단백뇨 가장 민감

24시간 진료실 밖 활동혈압에 관심가져야
환자가 집에서 측정때 올바른 자세 교육을
하루 중 어느 시간대 조절 안되나 파악해야


 가면고혈압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 명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비만이나 흡연자, 가정 또는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높은 경우, 외부 활동력이 강한 사람 등에서 진료실 이외의 혈압수치가 높을 수도 있다는 추정이 있을 뿐이다. 이는 아직까지 가면고혈압이 잘 생기는 잠재적 위험군을 판별해 내기가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고혈압 치료환자의 경우 중·단기적 측면에서 숨어 있는 가면을 벗겨 낼 방도는 있다. 고혈압 조절과 심혈관합병증 위험의 표지자인 표적장기 손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고혈압 환자의 단면적 조사에서 가면고혈압 환자의 동맥경화증이나 미세알부민뇨·심장비대 등 표적장기 손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을 앞서 설명했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혈압조절이 적절히 이뤄지면 이같은 표적장기 손상의 완화가 동반되는데, 가면고혈압은 실제 혈압이 조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악화가 진행된다.

 다시 말해, 진료실에서는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는데 당연히 개선돼야 할 표지자들이 오히려 나빠지는 경우에는 가면고혈압을 의심해 보고 가정혈압이나 24시간 활동혈압을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혈압과 심장비대·미세단백뇨·동맥경화 등의 상관관계가 명확한 만큼 이를 배제하고 진료실 혈압 만 갖고 치료할 경우 상당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2007년 발표된 "유럽 고혈압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표적장기 손상에 대한 검사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관동의대 제일병원의 박정배 교수는 혈압조절의 가장 민감한 표지자로 미세단백뇨를 꼽고 있다. 혈압이 잘 조절된 경우 심장비대나 동맥경화에 비해 3~6개월 이내에 미세단백뇨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근거로 개원의 차원에서도 고혈압 환자 치료 시 미세단백뇨 등의 표적장기 손상을 기본적으로 검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면고혈압이 의심되는 환자의 진단은 가정혈압이나 24시간활동혈압의 측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가면고혈압은 진료실 혈압이 140/90mmHg 이하이고 가정혈압이 135/85mmHg 또는 24시간 활동혈압이 125/80mmHg(일일 평균)·135/85mmHg(주간 평균)·120/75mmHg(야간 평균) 이상인 경우에 진단한다.

 또한, 진료실 혈압 만으로는 정확한 고혈압 치료가 힘들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두 혈압측정법의 중요성은 임상에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환자들에 대한 계몽과 동시에 의사들도 가정혈압과 24시간활동혈압 측정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심지어 혹자는 "이제까지의 고혈압 연구를 모두 신뢰할 수 없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이유인 즉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를 잡아 내는데 한계를 보이는 진료실 혈압 만을 기준으로 삼아 왔고, 병원 밖의 혈압은 배제돼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OHASAMA" 연구를 주도했던 일본 토호쿠대학 오쿠보 다카요시(Ohkubo Takayoshi) 교수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의료기관에서 진료실·24시간가정혈압을 따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항상 반드시 이들 모두를 동시에 측정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가정혈압 측정 시 빈번하게 나타나는 결과값의 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계에 의한 변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들 말한다. 혈압은 근본적으로 일상생활에서 변이가 빈번하다. 심장이 하루 10만번 정도 뛰는데, 이는 10만번의 제각기 다른 혈압이 발생한다는 것. 이를 고려하면 일상생활에서 일일 30~40mmHg 정도의 혈압변화는 쉽게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가정혈압 측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올바른 측정자세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혈압측정 전 5분 정도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 안정된 자세를 취하고 팔을 심장 높이에서 책상 위에 걸쳐 두고 재는 것이 원칙이다. 혈압측정 30분 전에는 담배나 커피도 피해야 한다.

 그렇다면 가면고혈압이 발견된 환자는 어떻게 치료전략을 짜야 할까? 진성고혈압의 경우 항고혈압제 치료 시 "A·B·C·D" 가이드라인을 따라 단일에서 병용에 이르는 단계적 수순을 밟으면 된다. 하지만, 가면고혈압은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혈압이 조절되지 않느냐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전에 약효가 정점일 때 혈압조절이 잘 되고 오후 들어 다시 상승할 경우 하루 두번에 나누어 투약하거나, 상대적으로 약효 지속기간이 긴 약물을 선택해 24시간 조절효과를 유도하는 방법 등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치료경과의 파악을 위해 지속적인 진료실 외 혈압측정과 표적장기 손상의 검사도 간과해서는 안될 사안이다.

도움말

박정배
관동의대 교수
제일병원 순환기내과


대사증후군 유병률도 높아

공복혈당도 정상·백의고혈압군보다 높게 나타나

 가면고혈압은 표적장기 손상에 있어 진성고혈압과 대등하게 위험도를 높이며, 이로 인해 향후 심혈관질환 발생 및 예후와도 연관된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치료받고 있는 고혈압 환자에서 가면고혈압과 심혈관질환 사이에 대사증후군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관동의대 제일병원 박정배 교수팀은 우리나라 9개 대학병원에서 항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108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가면고혈압 환자에서 대사증후군 유병률을 조사했다. 환자들은 혈압조절 상태에 따라 조절되고 있는 고혈압, 백의고혈압, 가면고혈압, 진성고혈압 그룹으로 나뉘었으며, 대사증후군의 정의는 NCEP ATP-III의 아시아 기준을 적용했다.

 우선, 4개 그룹의 구성비율은 정상혈압군이 39.6%, 백의고혈압군이 23.3%, 가면고혈압군 10.5%, 진성고혈압군 26.7%로 조사됐다.

 10.5%의 가면고혈압 유병률은 일련의 여타 연구와 거의 일치하는 수준이었다. 대사증후군은 진성고혈압군과 가면고혈압군이 각각 52%와 42%로 백의고혈압(41%)·정상혈압군(35%)보다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특히, 대사증후군 유병률의 차이는 대부분 복부비만(허리둘레 진성 88.9cm·가면 89.4cm·백의 86.5cm·정상 86.8cm)에서 기인했다는 설명이다. 공복시 혈당 역시 가면고혈압군이 정상혈압과 백의고혈압군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표적장기 손상과 지질수치는 모든 그룹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박정배 교수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가면고혈압이 항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에서 대사증후군·복부비만·공복혈당이상과 관련이 있으며, 진성고혈압과 거의 유사한 정도의 위험도를 갖는다"고 말했다.

 즉, 가면고혈압이 대사적 장애를 동반해 심혈관질환의 발생 및 예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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