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치료 조장 더이상 못참아"


약제비제도 법정 세워…승소땐 공익사업 사용할 것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잣대를 적용해 적극적인 치료마저도 과잉처방으로 내모는 불합리한 약제비 제도에 대해 병원계가 집단적으로 송사를 제기,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진다.

 전국 43개 대학병원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지난달 25일 100억원대에 달하는 진료비 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3년간 공단이 지급하지 않은 원외처방약제비 104억원을 반환하라는 것.

 이번 소송은 건강보험체계 시행 이래 요양급여비용 소송 중 가장 큰 규모로 향후 약제비환수를 놓고 공단과 병원 간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고된다.

 공단은 지난 2000년 7월 시행된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부당이득의 징수)와 민법 제750조(손해배상청구권)를 근거로 들어 의사가 과잉처방해 약국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은 의사의 잘못으로 해당 의료기관이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원외처방 등 요양급여비용을 의료기관에 지급하지 않았다.

 전국 대학병원들을 대표해 이번 소를 제기한 사립대병원장협의회(회장 박창일)가 회원 병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이후 환수된 원외처방약제비를 집계한 결과 1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협의회는 최근 3년치인 2004~2006년까지의 금액 104억원에 대해서만 반환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승소할 경우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도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창일 회장은 "정부의 약제비 환수 조치로 금전적인 손해보다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이 병원의 가장 큰 손실"이라며 "병원들이 단체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환수액을 되찾기 위한 금전적 목적보다는 과잉처방 등 부도덕하게 비춰진 병원들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약제비 관행과 제도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함으로 승소 시 지급금액을 사회적 약자,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공익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을 맡은 대외법률사무소 전현희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전남 J이비인후과가 공단과 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약제비 환수 무효 확인소송"에서 대법원이 원외처방된 약제비를 의사에게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 약제비 환수 조치에 대한 연이은 소송이 가능하게 됐다.

 한편 이번 사병협의 소송과는 별도로 서울대병원은 최근 4년치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금액인 48억원에 대해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대한병원협회 소속 2개 중소병원도 원외처방약제비 환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변호사는 "중소병원들의 경우 공단 및 심평원에 대한 심적부담으로 소 제기를 꺼려했으나 이번 소송 이후로 뒤따라 소를 제기할 병원들이 많다"며 "이번 원외처방약제비 환수 소송이 유리한 상황에 있는만큼 앞으로 중소병원들의 소송도 줄을 이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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