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메타분석 결과 발표로 연관성 논란 재점화


뇌졸중· 콜레스테롤 파라독스

뇌졸중과 고지혈증, 이들의 관계가 수상하다.

 고지혈증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인자이자 사망 예측인자로서 뚜렷한 상관관계가 확인되어 있는 반면 뇌졸중과 관련한 연구들은 뚜렷한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2006년 발표된 "SPARCL" 연구는 논란을 잠재울 주요한 축을 이끌어 낸 듯 했다. 그러나 콜레스테롤이 뇌졸중의 재발,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양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는 최근 연구들은 다시금 우리를 혼란에 빠지게 하고 있다.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고 두 질환의 상관성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해야 할 지 살펴보자.
 
 대규모 메타분석 연구

 최근 영국 옥스포드대학 연구팀은 대규모 메타분석 결과 "콜레스테롤과 뇌졸중 사망률 사이 독립적 상관관계를 확인하는데 실패했다"고 보고했다(Lancet 2007;370:1829).

 90만명의 남녀(40~89세)가 참여한 61건의 전향적 관찰연구를 분석한 결과 40~50대의 중년층에서 총콜레스테롤이 낮으면 뇌졸중 위험 역시 감소한다는 미약한 상관관계가 확인됐으나 전체 환자의 평균 이하 수축기 혈압(145mmHg 이하)을 보이는 경우에만 해당됐다.

 한편 70~80대 노인, 특히 수축기 혈압이 145mmHg 이상인 경우 콜레스테롤ㅛ은 전체 뇌졸중 및 출혈성 뇌졸중 발생과 반비례 관계에 있었다.

 연구팀은 또한 메타분석과 34만7681명의 남성이 참여한 "MRFIT" 연구를 병행분석했는데 그 결과 역시 차이가 없었다.

 이같은 결과는 과거의 관찰연구들과 같은 양상을 보이나 무작위배정 임상시험(RCT) 결과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 밖의 연구들

 최근 보고된 뇌졸중 재발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고혈압과 당뇨병이 재발성 소공성 뇌경색(recurrent lacunar infarction)과 관련한 주요 인자인 반면, 고지혈증은 오히려 보호효과를 가졌다(J Neurol Neurosurg Psychiatry 2007;78:1392).

 다변량분석 결과 고혈압(OR 2.01)과 당뇨병(OR 1.62)은 소공성 뇌경색 재발의 주요 예측인자인 반면 고지혈증이 있는 경우 뇌졸중 재발은 오히려 48% 감소하였다.

 한편 허혈성 뇌졸중 발병시 중증도와 혈중 총콜레스테롤과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Stroke 2007;38:2646)에서는 서로 반비례 관계를 보이며 콜레스테롤이 1mmol/L 증가함에 따라 Scandinavian Stroke Scale로 평가한 뇌졸중 중증도는 1.32 증가(0;매우 심각~58;경증)하였다(p=0.013).

사망률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콜레스테롤이 1mmol/L 증가할 경우 뇌졸중 사망 위험도는 11% 감소했다(HR=0.89, p=0.001).

 이같은 결과에 대해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고재영 교수는 "큰 뇌경색(major stroke)은 심장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고, 작은 뇌경색(minor stroke)은 고콜레스테롤혈증과 연관이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결과에 근거해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치료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메타분석에 참여한 사라 르윙톤(Sarah Lewington) 박사는 "연구 결과 상관성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타틴이 관상동맥사건 감소와 유사한 정도로 뇌졸중 발생률을 감소시킴을 확인한 RCT 결과를 치료시 결정적 근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SPARCL" 연구 책임자였던 프랑스의 삐에르 아마렌코(Pierre Amarenco) 박사 역시 메타분석 결과에 대한 평론에서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는 고지혈증을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고 언급했다(Lancet 2007;370:1803). 그는 다음의 몇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발병기전의 다양성이다. 관상동맥질환은 대부분 죽상동맥경화에 의해 발생하지만 허혈성 뇌졸중의 경우에는 죽상동맥경화뿐 아니라 콜레스테롤과 연관성이 적은 심인성 뇌경색이나 소혈관 폐색(small vessel occlusion) 등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전체 뇌졸중 사망률을 분석하는 경우 출혈성 뇌졸중은 콜레스테롤이 낮을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로 이한 바이어스(bias)가 개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죽상동맥경화에 의한 뇌경색만 따로 분석하는 경우 관상동맥질환과 유사한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죽상동맥경화에 의해 발생하는 경동맥 협착 관련 연구를 보면 스타틴으로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면 경동맥협착의 진행이 억제됐다.

 둘째, 뇌졸중의 경우 고혈압의 영향이 매우 커서 보정을 한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적은 콜레스테롤의 위험도가 가려질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선택적 생존에 의한 바이어스이다.

콜레스테롤이 높은 환자들이 뇌졸중으로 사망하기 전에 이미 관상동맥질환으로 사망해버려 뇌졸중 사망률에는 기여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ASA, 뇌졸중 일·이차예방에 스타틴 지지

 연구 결과들은 분분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최상위 근거 연구는 "SPARCL" 뿐이라는 데에는 모든 학자들이 입장을 통일하고 있는 양상이다.

 2006 미국뇌졸중학회(ASA) 가이드라인 역시 뇌졸중 일·이차예방을 위해 콜레스테롤을 낮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콜레스테롤 상승 및 관상동맥심질환을 동반한 허혈성 뇌졸중(또는 TIA) 환자의 경우 뇌졸중 이차예방을 위해 생활습관 중재, 식이조절, 약물요법(스타틴)을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class I, evidence A).

 한편 관상동맥질환 경력이 있고 고혈압 고위험군인 경우 뇌졸중 일차예방을 위해 LDL-C가 정상일지라도 생활중재요법과 함께 스타틴 투약을 권고하고 있다(class I, evidence A).

■ "SPARCL" 연구
 LDL-C가 100~190mg/dL이며 관상동맥심질환 기왕력이 없는 뇌졸중 환자중 아토르바스타틴 80mg 투약군이 대조군에 비하여 일차종료점이었던 뇌졸중 재발이 감소했음을 확인했다(NEJM 2006;355:549).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홍 근 식
인제의대 교수·일산백병원 신경과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



무작위배정 임상시험 "SPARCL"이 유일
뇌졸중 정확히 분류해 관련성 연구해야



 ▲ 뇌졸중과 콜레스테롤에 대한 연구들이 다양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는데 뇌졸중 이차예방을 위해 콜레스테롤 조절이 필요한가?

 관찰적 또는 후향연구는 많은 바이어스가 개입되어 RCT에 비해 연구 결과의 신뢰도가 낮다. 대표적인 예가 폐경후 호르몬 치료와 심뇌혈관질환의 발생관계이다.

많은 관찰연구들은 호르몬 치료가 심뇌혈관질환의 발생을 줄인다고 하였으나 RCT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가장 근거가 높은 연구는 RCT이며 콜레스테롤과의 상관관계에 있어 뇌졸중을 타깃으로 시행된 유일한 RCT는 "SPARCL"이다.

 그 밖에도 심근경색 이차예방 연구시 콜레스테롤 조절을 위해 스타틴 투약으로 뇌졸중 예방까지 확인한 연구들은 상당수 있다. 그렇기에 뇌졸중뿐 아니라 심뇌혈관질환 및 그로 인한 사망을 줄이기 위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 당연하다.

 ▲ 뇌졸중과 콜레스테롤의 상관관계에 대한 전반적 견해는?

 과거에는 허혈성 및 출혈성 뇌졸중 환자를 하나로 묶어 연구를 진행했기에 콜레스테롤과의 상관성이 다양하게 관찰됐다.

이후 두 가지 양상의 뇌졸중을 구분하여 연구한 결과 허혈성 뇌졸중 발생과 콜레스테롤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뇌졸중과 총콜레스테롤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MRFIT" 연구의 U형 그래프는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 출혈성 뇌졸중 발생이 증가하고, 콜레스테롤이 높을수록 허혈성 뇌졸중의 발생이 증가함을 제시하고 있다(NEJM 1989;320:904).

 연세의대 지선하 교수가 2007 순환기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콜레스테롤 수준과 심뇌혈관질환의 발생위험도에 대한 장기간 관찰연구에서도 뇌졸중의 위험도는 심장병보다는 다소 감소된 위험도를 보이나 여전히 유의한 관련성을 보였다. 그러나 출혈성 뇌졸중과는 관련이 없었다.

 허혈성 뇌졸중은 다시 죽상경화성, 소공성, 심인성 뇌경색으로 구분된다. 이중 관상동맥질환과 유사한 병태생리학적 특성을 가지는 죽상경화성 뇌경색 위험은 콜레스테롤과 비례관계를 가진다.

 반면 심인성 뇌경색과 소공성 뇌경색의 경우에는 콜레스테롤과의 연관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콜레스테롤과 뇌졸중에 대한 연구에 있어 발생기전에 따라 뇌졸중을 정확하게 분류하여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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