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헌혈 이끌어내야…등록자 관리도 제대로 못해

 해마다 반복되는 겨울철 혈액부족사태가 올해도 새해벽두부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혈액안전관리개선 종합대책을 마련, 운영하고 있지만 방학과 추운날씨 등으로 채혈량 감소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일 현재 혈액재고량은 검사중인 혈액을 포함 1만1063유니트(농축적혈구)로 적정재고량(7일)에 크게 못미친 2.3일분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O형과 A형은 각각 1.7일과 1.9일분에 불과하며, 수술이 상대적으로 많은 대형 대학병원보다는 중소병원들이 혈액 수급에 더 큰 난항을 겪고 있다.

 혈액부족 현상은 여름에도 방학, 휴가, 파업 등으로 채혈량이 줄어 수술이 연기되는 사례가 빈번하고 대량출혈 환자의 응급환자 진료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혈액기근속 복지부는 혈액공급비상대책으로 동절기에 말라리아 위험지역을 해제, 군인들의 단체헌혈이 가능토록 하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또 지역별 혈액 보관량을 조정하여 각 의료기관에서 환자수술에 지장이 없도록 조치하고 정부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언론계, 노동계, 재계 등에 헌혈 참여를 요청했다.

적십자사 마인드 바꿔야

 복지부는 혈액을 전담하는 생명지원팀을 두어 예산을 늘리고 안전한 혈액 관리와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마음이 헌혈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우선 헌혈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대한적십자사 구성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적십자사 근무경험이 있는 한 관계자는 룕헌혈의 집을 세우고 헌혈차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새로운 환경하에서 능동적 헌혈 참여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헌혈자가 자긍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룖이라며, 정부와 적십자사 총재의 뜻이 구성원들에게 제대로 전달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력부족이나 정책에 대한 불만이 많아 체질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사고위에서 같은 사람이 같은 업무를 하는데, 예산이 늘고 정책방향을 새로 설정한들 어떤 변화가 있겠냐는 것이다.

현실적 정책 세워야

 복지부는 여러차례 브리핑을 통해 군인, 예비군, 학생을 동원, 단체헌혈하는 후진국형보다는 자발적이고 지속적, 정기적으로 헌혈하도록 하는 선진국형 등록헌혈제를 강조해왔다. 이 방침은 지난 2004년 혈액안전관리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2년간 추진한 결과 41%였던 등록헌혈자 및 개인헌혈자가 52.5%로 비약적 증가하면서 빛을 보는 듯 했다.

 그러나 30만 여명에 이르는 등록헌혈자는 등록만 했을 뿐 헌혈로 이어진 것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혈액전문의들은 등록헌혈자를 계속 확보하고 이들이 1년에 2~3차례 헌혈하도록 독려했다면 여름과 겨울철 혈액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또 등록헌혈이 정체를 보임에 따라 정책도 혈액확보를 손쉽고 뚜렷하게 할 수 있는 단체헌혈 중심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당분간은 병행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자발적 헌혈시대를 열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

 이와 함께 안전한 혈액을 위해 도입한 "말라리아 항체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면 채혈된 혈액을 모두 버려야 한다룑는 규정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지침은 현재 겨울철에 한정해 말라리아 위험지역을 해제하고 있지만 국회가 의학계와 머리를 맞대어 완화를 논의할 시점이라는 것. 1990년대 이후 수혈에 의한 말라리아 감염 부작용이 2건 있었지만 간단하게 치료를 한 것으로 안다는 한 혈액전문의는 이 문제는 비용-효과와 건강을 생각하면 에이즈와는 달리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서울의대 조한익 교수(본지 객원논설위원)는 룕말라리아 감염 의심 혈액을 대상으로 재분석을 해보면 99% 이상이 말라리아가 아니다룖라며, 국회가 앞장서 소중한 혈액이 폐기되는 것을 막아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약물복용력 문진 강화로 헌혈 부적격률이 2005년 20%에서 2006년 26%가 되는 등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감염위험이 없는 말라리아에 대한 가이드라인 개선만으로도 혈액 확보는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혈액수요는 계속 늘지만 헌혈은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여 향후 혈액확보는 국가적 현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헌혈률이 가장 낮은 30대 직장인을 헌혈자로 나서게 하는 것을 비롯, 다양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기업 CEO가 직장인 헌혈 활성화에 적극 나선다면 학생 단체헌혈은 학기중에, 직장인 헌혈은 방학기간중에 하는 것으로 조절하는 전략도 펼 수 있어 만성적인 혈액부족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헌혈은 사랑을 넘어 한 생명을 구하는 성스러운 일이다. 국민건강을 일선에서 책임지는 보건의료인들은 물론 국민모두가 헌혈 대열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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