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만을 위한 고급화·차별화 진료 원할땐

"호텔내 개원"으로 "VVIP" 잡아라


공동사업으로 생각 바꾼 호텔업계 홍보 적극
까다로운 임대시스템 철저한 준비없인 낭패


 학교와 함께 클리닉 개설에 욕심내고 있는 곳은 호텔. 학교내 개원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지만, 호텔내 개원한 클리닉은 벌써 20여개에 달한다. 2006년 7월 서울 신라호텔내 고운세상피부과, 예치과, 서울수면센터, 자생한방의원 등의 입점을 시작으로 다수의 호텔들의 클리닉 개설이 이어지고 있는 것.

 해당 클리닉 원장들은 소수만을 위한 고급화 진료가 승산있다고 판단한데다, 호텔 역시 숙박 기능을 넘어 생활 공간의 영역으로 확대하려는 의도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저렴한 비용으로 미용성형 시술을 받으러 방문하는 일본인들을 고객으로 삼고 있는 부산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6월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은 옛 면세점건물 1, 2층 1000여평에 "메디컬리조트"를 개설, 임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청담예주성형외과, 킴스피부과, C&C치과, 브니엘여성의원, 파라다이스해독통증클리닉 등이 입점했다. 호텔 측은 해외로 의료관광을 나가는 내국인을 유치하는 한편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고소득층을 상대로 한 신규 시장을 개척해 나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호텔내 개원은 최근 들어 더욱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부산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 뷰티스피부과와 치과가 입점했으며, 서울 잠실롯데호텔에도 리더스피부과, 김기준한의원, 석플란트치과, 드림성형외과 등이 6층에 한데 모인 "클리닉센터"가 들어섰다. 또한 서울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이 객실을 확장하면서 3, 4층에 피부과, 치과, 성형외과, 비만·노화방지 클리닉 등 3~4개 클리닉을 개설할 예정이다.

 아직은 성공여부를 판가름할 수 없는 호텔내 개원이 확산된데는 신라호텔내 클리닉이 성공적으로 안착했기 때문이다. 호텔풍의 인테리어와 독립된 대기실 등이 특별한 진료를 원하는 이들에게 만족도가 높다.

 고운세상피부과 안건영 원장은 "호텔의 고급스러움과 지난 10년간 확보해둔 VIP고객, 고운세상의 브랜드파워가 합쳐져 VVIP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VVIP들은 가격에 연연하지 않는 진료를 원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호텔내 개원을 마냥 "장밋빛"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임대료가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이 뒤따른다.


 신라호텔의 경우 월임대료가 평당 20만원. 50평규모로 개원했을때는 1000만원이라는 고액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또 호텔은 임대시스템이 엄격한 탓에 임대료가 한달만 밀리더라도 5% 이내의 일정한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달은 환자가 적어서"나 "경영이 어려워서"라는 사정이 통하지 않는다. 특히 호텔 외부에 입간판을 세우지 못하거나 호텔과의 연계된 홍보가 어려워 일반 개원보다 제약이 뒤따르는 측면이 많다.

 실제로 2005년 11월 국내 최초의 "호텔병원"을 표방하며 부산 롯데호텔에 입점했던 성형외과와 피부과는 최근 호텔측의 비협조와 임대료 부담에 따른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환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상황에서도 호텔측은 "의료법상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어렵게 전화연결이 닿은 해당 클리닉 원장은 "호텔내 개원은 임대료가 비싸서 호텔에서 협조를 해주지 않으면 운영이 어렵다"며 "계약서상에 명시되지 않은 부분을 그럴싸하게 포장된 말만 믿고 들어온게 잘못"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른 원장도 "실제로 방문한 환자들은 대학생이 많았으며, 환자의 80%가 진료받은 이들의 소개로 알음알음 온 것"이라며 "호텔측이 움직여주지 않는 이상 호텔내 개원은 별다른 이점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생활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더라도 아직은 접근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호텔측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3000만원이 넘는 임대료가 부담스러워서 광고비에 투자를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컸다.

 호텔들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병원과 윈윈하는 전략을 내세우면서 개원을 유인하고 있다. 노보텔앰배서더 호텔은 클리닉 개원시 외부에 "메디컬센터 오픈"이라는 대형 배너를 걸어두었으며, 부산일보에 광고를 실었다.

 호텔 측은 "호텔내 홍보팀이 보도자료나 광고시안을 협조하는 등 클리닉을 공동사업처럼 신경써줄 것"이라며 "이후에는 의료-숙박의 패키지를 함께 구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은 1층 로비나 내부 연결통로에 클리닉 입간판을 세우거나, 호텔내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클리닉 홍보 DM을 발송하는 것을 계약내용에 포함시켰다.

 특히 최근 필리핀 세부와 일본 후쿠오카 호텔을 인수하면서 의료관광 상품을 통한 해외환자 유치에도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렇다고 호텔만 믿고 있어서도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장 스스로의 철저한 준비다. 고운세상피부과 안건영 원장은 "처음부터 무작정 호텔에 개원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며 "접근성의 단점을 해소할 정도의 차별화된 고객층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피리얼팰리스 호텔내 개원을 대행하는 닥터멤버스 조영림 대표는 "재력이 있고, 본인이나 클리닉 자체의 브랜드 파워가 있어야 한다"며 "호텔에서도 클리닉 운영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는 것을 확인하고, 계약내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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