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한신경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두 가지 연구 결과 발표
서울대병원 김률 전임의 "'남성' 흡연자, '여성' 음주자에서 파킨슨병 위험 감소 커"
고대 안암병원 조방훈 교수 "커피 섭취량과 떨림 중증도 연관성은 남성만 유의"

서울대병원 김률 전임의는 9일 그랜드 힐튼 서울에서 열린 '대한신경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Sex differences in smoking, alcohol consumption, and risk of Parkinson's disease'를 주제로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김률 전임의는 9일 그랜드 힐튼 서울에서 열린 '대한신경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Sex differences in smoking, alcohol consumption, and risk of Parkinson's disease'를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흡연, 음주, 커피가 파킨슨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근거가 쌓이는 가운데, 그 효과는 남녀가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9일 그랜드 힐튼 서울에서 열린 '대한신경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국내 성인을 대상으로 흡연 또는 음주와 파킨슨병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와 파킨슨병 환자를 모집해 커피 섭취와 운동증상(motor symptoms)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흡연으로 파킨슨병 위험이 낮아지는 효과는 남성에서, 알코올 섭취에 따른 효과는 여성에서 더 컸다.

이와 함께 파킨슨병 환자는 커피 섭취량이 늘면 떨림 증상이 완화됐지만, 연관성은 남성에서만 유의하게 나타났다. 

파킨슨병 위험, 남성 흡연자 50%↓·여성 음주자 45%↓

서울대병원 김률 전임의(신경과)는 건보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파킨슨병 위험과 흡연, 알코올 섭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흡연하거나 알코올을 섭취하는 성인은 파킨슨병 위험이 낮다는 보고가 많이 발표됐지만, 용량 의존적인 연관성이 나타나는지는 논란이 있으며 특히 여성에서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연구는 흡연과 알코올 섭취가 파킨슨병에 미치는 영향이 성별에 따라 다른지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2009년에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성인 약 680만명의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사망 또는 2017년까지 추적관찰하는 동안 남성 0.39%, 여성 0.44%가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흡연 상태에 따른 파킨슨병 위험을 평가한 결과, 한 번도 흡연하지 않은 남성과 비교해 과거 남성 흡연자는 17%(aHR 0.83; 95% CI 0.80~0.86), 현재 흡연자는 50%(aHR 0.50; 95% CI 0.48~0.52) 낮았다.

이와 유사하게 여성도 한 번도 흡연하지 않은 이들보다 과거 흡연자 15%(aHR 0.85; 95% CI 0.71~1.02), 현재 흡연자 23%(aHR 0.77; 95% CI 0.68~0.87) 더 파킨슨병 발생 가능성이 낮았다.

이를 토대로 하루 흡연량과 흡연 기간에 따른 파킨슨병 위험을 성별에 따라 분석했고, 현재 흡연자의 경우 같은 흡연 강도에서 여성보다 남성의 파킨슨병 위험이 유의하게 낮았다(P<0.0001 for interaction). 이와 달리 과거 흡연자에서 흡연 강도에 따른 파킨슨병 위험은 남녀 간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난 이유는 성별에 따라 니코틴이 뇌에 작용하는 효과가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니코틴은 뇌에서 도파민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률 전공의는 "기존 연구 결과에 의하면 남성 흡연자는 비흡연자와 비교해 뇌에 니코틴 수치가 더 높았다. 여성 흡연자는 비흡연자와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생식적 요인(reproductive factors)도 흡연과 파킨슨병의 연관성을 완화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은 폐경 후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흡연이 미치는 영향이 약화되며, 호르몬 치료를 받은 여성은 받지 않은 여성보다 파킨슨병 위험이 높다고 보고됐다. 

이어 알코올을 마시지 않는 비음주자와 파킨슨병 위험을 비교한 결과, 하루 알코올 섭취량이 30g(소주 1.5~3잔) 미만인 중등도 음주자의 경우 남성이 23%(aHR 0.77; 95% CI 0.74~0.80), 여성이 41%(aHR 0.59; 95% CI 0.56~0.63) 낮았다. 

게다가 알코올 섭취량이 30g 이상인 과음자의 파킨슨병 위험은 비음주자보다 남성 28%(aHR 0.72; 95% CI 0.68~0.77), 여성 45%(aHR 0.55; 95% CI 0.41~0.75) 낮았다. 

이와 함께 남녀 간 알코올 섭취량에 따른 파킨슨병 위험을 비교했고, 남성보다 여성에서 알코올 섭취량이 늘면 파킨슨병 위험이 더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P<0.0001 for interaction).

여성에서 알코올 섭취량이 늘면 파킨슨병 위험을 낮아지는 효과가 더 컸던 이유로 요산이 지목됐다. 요산 수치가 높다면 파킨슨병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된다. 

김률 전공의는 "요산은 파킨슨병과 관련된 요인 중 하나로, 맥주 또는 담금주(liquor) 등을 마시면 요산 수치가 높아진다"면서 "기존 연구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요산 수치가 전반적으로 높다고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이번 연구에서 알코올을 섭취하는 여성의 파킨슨병 위험이 남성보다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대 안암병원 조방훈 교수는 'Gender-dependent effect of coffee consumption on tremor severity in de novo Parkinson's disease'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고대 안암병원 조방훈 교수는 'Gender-dependent effect of coffee consumption on tremor severity in de novo Parkinson's disease'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커피 섭취량 늘면 떨림 검사 점수 감소…남성만 의미 있어

고대 안암병원 조방훈 교수(신경과)는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커피 섭취량과 운동증상의 연관성이 성별에 따라 다른지 분석했다.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은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2011~2016년에 파킨슨병을 처음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한 환자 284명이 연구에 모집됐다. 커피 섭취량은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했고, 운동증상을 평가하고자 단일화된 파킨슨병 계측 척도(UPDRS), 떨림 검사(tremor score) 등을 활용했다.

전체 참가자 중 커피를 마시는 환자는 204명, 마시지 않는 환자는 80명이었다. 커피를 마시는 환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다.

분석 결과, 평균 떨림 검사 점수는 커피를 마시지 환자군이 2.48점으로 마시지 않는 환자군(3.64점)보다 유의하게 낮았다(P<0.001). 

또 하루 커피 섭취량이 늘수록 떨림 검사 점수가 낮아져 용량 의존적인 연관성이 확인됐다. 단 세부분석에서 휴식떨림(rest tremor)만 커피 섭취량과 유의한 연관성이 나타났고 활동떨림(active tremor)은 커피 섭취량과 관련 없었다.

이와 함께 커피 섭취량과 떨림 검사 점수의 용량 의존적인 연관성은 남성에서만 의미 있게 나타나면서 성별 간 차이가 확인됐다.

조방훈 교수는 성별에 따라 커피 섭취량과 운동증상의 상관관계가 달랐던 이유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서 찾았다.

조방훈 교수는 "커피가 파킨슨병에 미치는 영향은 남녀가 다르다고 알려졌고, 에스트로겐 때문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카페인을 섭취하고 에스트로겐 치료를 받는 여성은 파킨슨병 위험이 높지만, 에스트로겐 치료를 받지 않는 여성은 그 위험이 낮다고 보고됐다. 에스트로겐이 카페인 효과를 조절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를 명확히 하고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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