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이상 치료에만 집중 말고 비만·혈압·혈당·흡연도 따져야

LDL-C 무관한 관상동맥질환
고중성지방·저HDL-C 때문일 듯

약물요법만으로 효과 자신 못해
생활요법 병용처방이 중요


 - 이상지혈증 개념의 등장 배경은?

 지질이상의 상태를 더 광범위하게 표현한다는 측면에서 고지혈증 보다는 학문적으로 더 정확한 개념일 것이다.

LDL-C에만 집중하던 과거의 패턴에서 HDL-C과 중성지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패러다임이 형성된 것이다.
"NCEP ATP III"는 개정판에서 두가지 큰 변화를 제시, 환자의 위험도에 따른 보다 적극적인 LDL-C 관리와 그 동안 간과해 왔던 대사증후군에 더 많은 관심을 요구했다.

대사증후군을 정의하는 두가지 요인이 바로 높은 중성지방과 낮은 HDL-C 수치이다 보니, 지질이상을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이상지혈증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는데?

 LDL-C 160mg/dL 이상을 기준으로 잡고 조사한 결과다. 심장병이나 당뇨병·고혈압·흡연·비만 등의 위험인자가 겹치는 경우 이 보다 낮은 기준(100mg/dL)을 적용한다.

 이들까지 모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인의 LDL-C 평균치가 10년마다 10mg/dL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앞서 제시한 통계를 우리나라에서 LDL-C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측면으로 이해해서는 안됨을 의미한다.

 -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LDL-C이 정상이거나 여타 위험인자가 없어도 동맥경화로 입원하는 환자 3명 중 2명은 설명이 불가능한 사례다. 이 경우 유력한 가설이 중성지방이 높고 HDL-C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아직 명확하게 검증되지는 않았으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LDL-C과는 별도로 관상동맥질환에 걸리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1990년대 초에 경기도 연천군 거주 환자 수천명을 대상으로 코호트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혈액검사를 통해 대부분 HDL-C이 지나치게 낮고 중성지방이 높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특이한 것은 이들 환자의 80% 이상이 쌀·보리·고구마·감자 등 탄수화물 중심의 식습관을 가진 농부들이었다는 점이다.

 - 한국인 이상지혈증 유병특성 원인을 환경적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나라는 과거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해 왔다. 이 식이 자체가 약간의 복부비만 체형을 유도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중성지방이 증가하고 연이어 HDL-C 수치가 감소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동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이제는 서구화된 식습관이 원인이라는 점이 다르다.

육류 중심의 과도한 칼로리 섭취가 비만을 야기하고 인슐린저항성·대사증후군 등이 중성지방 증가와 HDL-C 감소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 기전을 보면 대략적인 치료전략의 윤곽을 잡을 수 있지 않나?

 환자들이 비만 등 자신의 위험인자를 조기에 정상화시키면 이상지혈증이나 심혈관질환 위험도 상승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비만에서 시작되는 질환발생의 연결고리를 이해해야 한다. 의사들도 지질이상이라는 단일 위험인자에만 집중하지 말고, 비만도·혈압·혈당·흡연 등 이상지혈증의 모든 요소들을 봐야 한다. 각각의 위험인자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할 수 있지만, 앞으로 발생할 보다 궁극적인 임상질환을 시사해 주는 신호등이 되기 때문이다.

 - 구체적인 치료전략은?

 현재 상태에서 가장 조절이 용이하고 중요한 인자인 LDL-C 수치를 정상범위로 유지하는 것이 첫단계다. 그 다음에 중성지방과 HDL-C 수치조절을 고려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치료 패러다임일 것이다.

LDL-C 저하는 식이나 운동요법도 중요하지만, 수치가 높고 조절이 힘든 경우 스타틴 적정량을 적절히 사용하면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

 - HDL-C과 중성지방 조절은 어떤 선택이 있나?

 섣불리 약물을 쓰기 전에 비만이나 식습관·운동 등을 조정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중성지방은 과도한 음주, 고지방 식사, 과식, 과로, 스트레스, 흡연들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생활적인 위험요소들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HDL-C은 운동이 좋은 효과를 보인다. 이래도 조절이 힘든 경우에 약물요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 약물선택이 제한적이지 않은지?

 약물요법으로 HDL-C을 늘려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오래 살 수 있느냐는 아직까지 다소 증거가 부족한 실정이다.

현단계에서 HDL-C 상승을 위한 약물요법을 공격적으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100% 확신할 수 있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비약물요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생활요법으로도 효과를 거두기 힘든데다가 중성지방과 LDL-C이 높은 복합 이상지혈증의 경우, 병용 약물처방을 통해 HDL-C의 상승효과를 10~15%까지 올릴 수 있다는 보고는 있다.

 HDL-C을 충분히 높이지 못할 경우 총콜레스테롤/HDL-C 비율을 낮추기 위해 스타틴을 통해 총콜레스테롤이나 LDL-C을 더 강력하게 조절하는 방법도 있다.





인슐린저항성·비만 "공포의 3중주" 부추겨

 ◇ 한 교수가 설명하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이상지혈증 발생 기전 = "일부 전문가들은 중성지방이 높고 HDL-C이 낮은 동시에 small dense LDL이 많이 생기는 복합적 병태를 "공포의 3중주"라 부른다.

 이같은 특성이 비만·인슐린저항성·대사증후군 등과 모두 연관돼 있다.

 인슐린이 충분히 작용하지 못하면 지방세포에 축적돼야 할 유리지방산 상당수가 혈중으로 분비돼 간으로 전달된다.
 요리재료를 듬뿍 받은 간은 중성지방이 다량 함유된 지단백 입자(VLDL, very low-density lipoprotein)를 과도하게 생산한다.

이로 인해 혈중 VLDL의 농도가 증가하면, 지단백 입자 간에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교환해 주는 CETP(cholesteryl ester transfer protein)는 VLDL의 과도한 중성지방을 LDL과 HDL로 전달한다. 중성지방 함량이 높아져 성상(성질)이 달라진 HDL은 조직이나 혈중에 존재하는 리파아제의 공격을 많이 받게 되고, 결국 그 수치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LDL 역시 CETP의 매개로 중성지방이 많아지면 리파아제의 공격으로 입자가 작아지고 밀도는 올라가는 small dense LDL로 변하게 되는데, 이는 동맥경화나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결국 "공포의 3중주" 배후에는 인슐린저항성, 이를 유도하는 비만 등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 요인들이 한 사람에게 겹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나쁜 체질로 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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