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 신부로 가르치는 이로, 그저 함께 할 뿐"

"봉사라 생각 안해 하루하루 최선 다할 뿐"
턱없이 부족한 인력·장비…동료들 관심 부탁

남수단서 7년째 인술 베풀고 있는 의사 이 태 석 신부

 이 신부는 1987년 인제의대를 졸업, 부산백병원에서 전공의 수련 교육을 마치고 2001년부터 아프리카 수단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가장 버림받은 이웃에게 해준 것이 나에게 해 준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인류애적 사랑을 남수단에서 실천하고 있다.

 그는 "10남매 중 9번째이며 9살 때 부친이 세상을 떠나 이로 인해 어머니는 바느질 등으로 뒷바라지를 해 수많은 고생을 했다"며, 가난했기에 세상에서 제일 버림받은 사람들이 사는 아프리카에서 그들과 함께 살며 도와주는 선교사, 의사 신부가 되겠노라고 다짐하곤 했었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슈바이처 전기를 읽고 의사 신부가 됐으며 1997년 로마에서 신학 공부를 4년 한 뒤 2001년 남수단에 정착하게 됐다. 남수단과의 인연은 1999년 여름 잠시 케냐를 간적이 있었는데 때마침 남수단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인도의 오신 제임스 신부를 만나 그의 권유로 전쟁 중이던 수단을 열흘간 방문하게 되면서 시작, 남수단이 세상에서 제일 가난하고 버림 받은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생각돼 이들을 위해 뭔가를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됐다고.

 그의 하루 일과는 아침 6시에 기상해 140여명의 기숙사 아이들과 함께 아침기도와 미사를 드린 후 진료를 시작한다.


 시간이 허락되면 중3과 고1 수학을 가르치고, 기숙사·초등학교 분교 공사·고등학교 건립 등이 한창이어서 직접 작업과 감독도 수행한다. 오후에는 의대 시절 밴드로 활약했던 끼를 활용해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저녁 8시에 다시 진료를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학습지도도 병행한다. 취침 시간은 대략 12시경이 된다.

 "죽어가던 환자들, 나 스스로도 포기했던 환자들이 특별한 치료 없이도 거의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날 때 "나 혼자 하고 있는 일이 아니구나! 주님께서 도와 주시는구나!"라는 강한 느낌을 가집니다. 전쟁과 가난으로 인해 상처받은 젊은이들이 교육이나 음악활동 등으로 조금씩 조금씩 변화되고 인간으로서, 크리스챤으로서 성숙돼가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또 "남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도와주는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예를 들면 인터넷 카페의 수단 어린이 장학회를 통해 도움을 주거나 책을 읽고,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기사를 읽고 직접 은행으로 성금을 보내 주시는 분,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아는 인사임에도 익명을 주문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분 등 참으로 많습니다. 이분들이 이 곳 사람들에게 특히 젊은이들에게 빛을 주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매일 매일 쉴틈 없이 반복되는 진료와 교육 등으로 몸은 피곤하지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멋지고 값진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현지인들은 저를 졸리나 마장딧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세례명이 요한인데 이곳에서는 이를 John Lee라고 씁니다. 편하게 발음하면 "졸리"가 되지요. 다른 닉네임은 유목민이 많은 남수단은 소의 색깔이나 무늬, 뿔의 형태 등에 따라 다양한 소의 이름이 있는데 사람의 이름도 소의 이름을 따서 똑같이 부르죠. "마장"이란 소는 뿔이 거대하고 웅장해 힘과 부를 상징하죠. "딧"은 아주 크다는 뜻입니다. 두 단어가 합쳐친 별명 "마장딧"을 이 곳 현지인들이 지어줬습니다. 아마 닥치는 대로 해나가는 모습이 아주 큰 "마장"이라는 소와 비슷한 느낌을 줬던 모양입니다."

 이제는 진정한 남수단인이 돼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전한 그는 "검사실 장비나 전문적인 치료장비, 수술에 필요한 전문인력 부족은 물론 약품공급도 원활하지 못해 어려움이 크다"며, 동료 의사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대부분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은 생각들의 무게 때문에 새처럼 세상을 자유롭게 날고 싶지만 날 수가 없으므로 이를 비워야 한다"며, "집착으로 악착같이 쥐고 있는 것들을 놓으면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놓아버린 우리가 자유롭게 날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태석 신부는 "자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봉사 활동이 아니라 의사 신부로서 어제도, 오늘도 그리도 내일도 그저 그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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