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UCSF Stanton Glantz 교수, "사용 자제 권고는 신중한 조치, 판매 일시 중지도 해야"
미국에서 전자담배 관련 부상·사망 사건 급증...이유는 '불명확'
한국 정부,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알고도 모른 체'

미국 샌프란시스코 토바코 연구 통제 및 교육 센터(Centre for Tobacco Research Control & Education) 국장인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Stanton Glantz 교수
미국 샌프란시스코 토바코 연구 통제 및 교육 센터(Centre for Tobacco Research Control & Education) 국장인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Stanton Glantz 교수

[메디칼업저버 주윤지·신형주 기자] 미국에서 전자담배 관련 부상 및 사망 사건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한 미국 전문가가 국내 보건복지부의 사용 자제 권고를 '신중한 조치'로 평가하면서 아이코스, 글로를 포함한 전자담배 제품의 일시 판매 중지를 권고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토바코 연구 통제 및 교육 센터(Centre for Tobacco Research Control & Education) 국장인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Stanton Glantz 교수는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 영국, 일본, 스페인 등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전자담배 관련 중증 폐질환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 권고)는 신중한 조치다"고 밝혔다.

글랜츠 교수는 "다음으로 취해야 하는 신중한 조치는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 Korea)의 글로(glo)을 포함한 전자담배 제품을 일시 판매 중지하고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hilip Morris International)의 아이코스(IQOS) 같은 제품을 밀접 모니터링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글랜츠 교수에 따르면 평가된 유일한 가열식 전자담배 제품은 아이코스이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담배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최소한 멘톨을 포함한 '향'이 있는 담배 제품들의 판매를 중단 조치를 권고했다.

미국에서 계속 증가하는 부상·사망 사건...이유는 '불명확'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전자담배 관련 사망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10월 3일 기준으로 지난 2주간 새로운 사건이 275건이 발생했다. 미국의 48개의 주에서 총 1080건의 폐 손상 및 질환 사건이 보고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포토파크닷컴

사망 사건들 관련해서는 앨라배마, 캘리포니아(2), 델라웨어, 플로리다, 조지아, 일리노이, 인디애나, 캔자스(2), 미네소타, 미시시피, 미주리, 네브래스카, 뉴저지, 오리건(2) 및 버지니아를 포함해 18개의 사건이 15개의 주에서 일어났다.

사망한 환자 중 가장 어린 환자는 27세였으며 평균 나이는 50세였다. 

CDC에 따르면 증상이 발생하기 90일 전 전자담배 제품에서 사용된 물질에 대한 정보가 있는 578명의 환자 사례 중 78%는 대마 성분(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 THC)이 전자제품에 같이 사용된 것으로 발견됐다.

또 37%는 THC 성분만 포함된 상품 사용, 17%는 니코틴만 함유된 제품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사례 중 70%는 남성이었으며, 약 80%는 35세 이하였다.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13~75세였으며 평균 나이는 23세였다. 또 16%는 미성년자인 18세 이하였다. 

CDC Robert R. Redfield 국장은 "전자담배 사용 또는 베이핑(vaping)과 관련된 폐 부상 사례가 걱정스럽게 점점  늘어나고 있다"라면서 "미국 대중, 특히 청소년과 청년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이 질병 발생(outbreak)은 불행히도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밝히면서 "CDC는 미국식품의약국(FDA) 및 주(state) 보건당국과 지속해서 협력해 발병 원인을 조사하고 폐 손상 발생을 종식하겠다"라고 말했다. 

FDA 및 연구자들은 아직 이 불명확한 이유로 발생하는 폐 질환의 원인을 한가지의 제품 혹은 물질에 연결 짓지 않았지만, CDC는 THC를 포함한 제품들이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Glantz 교수는 "THC, 니콘틴 혹은 두 가지 성분을 포함해 전자담배 제품을 사용하는 사례들이 보고됐고 보건당국은 아직 폐 질환을 일으키는 특정 물질을 확인하지 못했다"라면서 "당국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내용과 관련 문헌에 기반으로 추측했을 때, 이 문제를 일으키는 요소는 한가지가 아니라 복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Glantz 교수는 폐 질환 및 사망 사건을 미국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관련 과학적 증가는 계속 쌓이고 있지만, 갈수록 (전자담배가) 더욱 더 해로워 보인다"면서 "전자담배는 상당한 심장 및 폐 질환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니코틴 중독 위험이 낮은 젊은이들을 끌어들인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알고도 모른 체'

국회 보건복지위 김명연 의원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 김명연 의원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국내에서도 보건복지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조사하고서도 이를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은 4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복지부가 지난 2015년 공주대학교에 의뢰한 '새로운 형태의 전자담배의 액체상 중 유해물질 분석법 개발 및 실태조사'를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카르보닐 화합물류 21종, 에탄올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 13종 등이 새롭게 발견됐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15년 연구용역은 액상 교체형 전자담배 21종과 액상 일체형 전자담배 7종과 가향제 283종을 대상으로 유해성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에 발견되지 않았던 벤츠알데하이드 등 21종의 카르보닐 화합물과 에탄올과 메탄올 등 휘발성유기화합물 13종 역시 새롭게 발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아연, 벤질 알코올 등이 발견되어 이들에 대한 흡입 시 유해성에 대한 분석이 지속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해당 연구 이후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후속 연구를 중단했으며, 실제 성분 실험을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지난해 액상형 전자담배 배출물 시험 시 7개의 성분을 새롭게 추가했을 뿐 더 이상의 연구는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정부 당국이 유해성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후속 연구와 대처가 없었다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며 "정부가 이렇게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전자담배 회사들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며 세를 불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 "미국 CDC(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현재 문제가 되는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질환 의심 환자가 800명이 넘자 해당 회사의 대표가 사퇴했다"며 "중국에서는 이틀 만에 업체 자체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국내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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