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중·장기 개편 계획에도 의료계 시큰둥…상급종합병원 독식 해결이 난제
절대평가 도입·지원금 규모 확대 필요…다른 곳에 재정 사용하자는 목소리도 존재
政, 한정된 재원 건보급여 통한 지급 탓 한계점 인정…뾰족한 개선책은 당장 요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선택진료비 폐지에 의해 생겨난 '의료질평가지원금'. 

이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제도 구현의 길이 아직 요원한 모양새다.

정부조차 5차 평가까지 진행되고 있음에도 상급종합병원의 지원금 독식 문제를 당장 풀기 어려운 난제로 생각하고 있고, 의료계의 불만은 정부의 중·장기 계획으로도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의료질평가지원금 제도의 중·장기 개편안'은 의료 질과 관련된 핵심 가치 중심으로 평가영역이 재편되고, 영역별 목표를 설정해 이에 따른 평가지표를 개발·정비하는 내용으로 꾸려졌다.

국민 체감도, 환자중심성 강화를 위한 평가지표가 추진되고 의료기관의 자율적 질 향상 노력을 활성화해 국가 의료 질 향상에 기여하는 관리 인프라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특히, 정부는 평가점수 산출 시 종별·진료영역별로 특성을 반영하고 질 향상 노하우를 의료기관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의 수집과 피드백을 높일 방침이다.

오는 2020년 평가만 해도 중복지표와 변별력이 낮은 지표들이 통합·정비·삭제되고 적정성평가 지표의 결과는 연속 적용되며, 산출이 어려운 지표에는 기본 점수가 부여되는 등 많은 변화가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 같은 정부의 개편 노력에도 기대감보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의료질평가지원금의 고질적인 문제인 빈익빈 부익부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부족한 계획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와 대한의사협회 연준흠 보험이사는 지난 19일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의료질향상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해 의료질평가지원금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우선 서인석 보험이사는 평가 지표들이 극히 일부 의료기관만 따라갈 수 있고 지원금 분배 과정이 불합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평가 영역은 다양하지만 상급종합병원과 그 외의 의료기관들이 동일한 보상을 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주장이다.

서인석 이사는 "잘하는 곳에 지원금을 많이 주는 것은 맞지만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 안에서는 완벽하지 않다"며 "종합병원, 단과병원, 의원 등 각각의 특성에 맞게 다른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의료기관 별로 소위 '덩치'가 달라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지원금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힌 서 이사이다.

그는 "절대평가를 통해 같은 결과에 따라 동일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건보재정이 증가하는 만큼 지원금도 확대돼야 한다"며 "대형병원으로 지원금이 쏠리면 종별·지역별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모두 싹 바뀌어야 한다'…'차라리 다른 곳에 재원을 쓰자'

연준흠 보험이사는 의료질평가지원금 자체가 현재 대부분의 의료기관에는 의미 없는 제도나 마찬가지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연준흠 이사는 "이제 빅5가 아니라 자이언트5라 불러야 한다"며 "이미 환자 수가 늘어나고 경영상태가 좋아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있는 곳에 의료질평가지원금까지 더해지고 있는 기형적인 형태"라고 말했다.

즉, 의료 질 평가를 해서 '개선이 잘 된 곳'에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이 될 곳'에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연 이사는 각각의 의료기관과 보건복지부, 심평원 모두가 의료질평가지원금 제도 개선을 위해 처절하게 노력할 필요 없이 해당 재원을 다른 일에 투입하는 게 낫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는 "지금 방식으로는 안 되니 싹 다 바꿔야 한다"며 "차라리 이 돈을 전공의 수련 지원, 산부인과 무과실 사고 배상, 중소병원 인력난 정책가산, 의료취약지 의료기관 지원, 흉부외과·비뇨기과 등 일부 열악한 과 지원 등에 투입하면 전체 의료의 질이 올라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복지부, 지적들에 대부분 공감…제도 개선 모색에 고심

이와 관련 복지부는 대부분의 지적들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중·장기 개편안에 의료계의 의견을 최대한 담기 위해 '의료질평가심의위원회' 등을 적극적으로 운영할 것임을 약속했다.

반면, 절대평가 도입에는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보임과 동시에 상급종합병원 지원금 독식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못한 복지부이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이유리 사무관은 "2015년에 급하게 도입하다보니까 의료질 평가 이외에 적정성, 의료기관 인증 등 다른 평가와의 관계를 충분히 정립하지 못한 채 도입된 측면이 있다"며 "의료기관 입장에서의 배려는 정부가 좀 더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맞다"고 말했다.

올해 초만 해도 '절대평가'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왜 중·장기 개편안에서 빠져있는지를 묻는 일각의 질문에는 아직 방향성을 정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남긴 이유리 사무관이다.

이 사무관은 "한정된 건보 재원으로 인해 구조 자체를 혁신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모든 지표를 상대평가로 하는 것은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으니 최대-최소 기준 방식 등 약간의 절대평가 성격을 넣으면서 장기적으로 검토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계속 건보 재정으로 갈지, 다른 정부 재원으로 갈지, 현재 형태를 유지할지, 기관별 보상으로 전환할지 등의 거버넌스 논의가 필요하다"며 "5개년 건강보험 종합계획 수립에 의료질평가지원금 활성화 방안 모색도 조금  담았으니 관련 부서와 좀 더 논의해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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