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빈익빈 우려"·"의료산업 경쟁력 강화" 맞서
의무·책임 따라…발행기관 얼마나 될 지 미지수


 채권은 정부·지자체·특수법인·주식회사 등이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유가증권이다.

 이자와 자본소득으로 구성되는 수익성, 채무불이행이 낮은 안정성, 화폐가치를 최소화하고 신속히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동성면에서 우수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특성.

 이러한 채권을 의료기관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도입 타당성 논란과 함께, 과연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의료계에 약이 될 지 독이 될 지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이 제도는 지난해 정부위원 10인과 민간위원 20인이 참여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 정책방향을 논의한 후 대외법률연구소·한국신용평가·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이 참여, 법률검토와 모의신용평가 시뮬레이션을 거쳐 지난 6월 5차회의에서 특별법 제정을 결정한 것.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의료채권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마련하고 부처협의를 거쳐 지난 한달간 입법예고, 11월 29일 공청회 과정을 거쳤다.

 이 와중에 시민단체 의료연대회의는 도입 반대를 주장했고 병협은 찬성을, 의협은 기본적으로 찬성하되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대안도 함께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연대회의는 보건의료제도의 상업적 성격 강화, 과잉의료와 병상과잉공급, 지역불균형 심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특히 병원의 비영리법인 규정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어 영리화에 물꼬를 트는 서곡이라는 것이다. 의협도 의료현실을 감안한 적절한 조치로 평가하면서도 시민단체에서 지적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부익부빈익빈 우려 등에 대한 일부 지적들에 대해서는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반면 병협은 비영리법인 의료기관은 금융권 차입외에 제도화된 다른 자금조달 수단이 없기 때문에 자기 신용에 근거해 장기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한 이 제도를 환영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료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선 발행절차·준수사항등 상법을 준용해야 한다.

 금감위에 발행 등록을 하고 증권예탁결제원을 등록기관으로 지정하는 절차를 거쳐 2개 이상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등급을 받아야 가능하다.

 또한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효력발생일에 공모를 위한 사업설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앞서 법인과 의료기관은 회계를 분리하고 의료법상 의료기관 회계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이같은 과정은 의료기관으로서는 경영 현실을 100% 공개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채권발행으로 조성된 자금은 의료기관설립, 의료장비·시설확충, 의료기관 인력개발 및 충원, 그밖의 부대사업 등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들이 환영하는 것은 정부차원에서 의료기관의 자금 숨통을 터주려는 첫 시도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제도화속에서 자기신용에 근거, 안정적인 자금 확보를 통한 투자로 경영 효율성을 이끌어 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큰 것이다.

 현재 채권발행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200여 곳으로 추정된다.

 이는 복지부가 서울과 지방의 200~700병상 의료기관을 운영중인 4개 비영리법인을 대상으로 모의 신용평가를 한 결과 3곳이 투자적격인 BBB등급 이상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한 것.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실제 채권발행에 뛰어들 의료기관이 얼마나 될 지는 미지수다. 보건의료분야 컨설팅을 하는 한 관계자는 채권발행은 곧 책임과 의무를 수반하게 되고 "여러 의료인들과 접촉, 의사를 타진해 봤으나 대부분은 두고보자는 의사를 밝혔다"며, 현재의 의료환경하에서는 전망이 밝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채권발행이 가능하고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은 100곳 미만으로 추정된다며, 정부와 지자체보다 수익률이 높아야 자본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제대 이기효 교수는 최근 열린 "채권발행 공청회"에서 의료산업선진화위원으로 활동 당시, 의료채권은 경영내용을 모두 드러내 놓아야 채권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영이 우수한 기관이 굳이 참여할 것인지, 또 많은 의료법인들이 채권발행에 나서더라도 현재의 의료기관을 보면 수익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상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의료채권 제도 도입은 조성자금의 사용 폭이 넓고 수익추구 현상이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일부 대형병원만 좋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의료기관의 상업화 가속화, 과당투자 우려 등의 부작용을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보면 의료채권은 적용 가능성보다는 일단 제도적인 면에서 환영하는 입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비영리법인 의료기관에 하나의 단비가 되는 처방약이 될 지, 발가벗겨진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족쇄 채우는 각종 의료정책을 만들어 내는 근거가 될 지 이 제도를 보는 의료기관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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