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실로드로스타트, LINC-3 임상3상 쿠싱증후군 치료 가능성 확인
임상3상에 국내 환자 일부 포함…향후 국내 도입 위한 근거로 활용 가능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쿠싱증후군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오실로드로스타트(Osilodrostat)'. 오실로드로스타트는 외과적 수술에 실패해 약물치료가 필요한 쿠싱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LINC-3로 명명된 임상3상 결과에 따르면, 오실로드로스타트로 평균 소변 유리 코르티솔(mean urinary free cortisol, mUFC)이 정상 수치로 조절된 환자 중 치료제를 계속 복용한 환자군은 치료를 중단한 환자군보다 mUFC 정상 수치를 유지한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이번 임상3상은 약물 효과에 대한 개념증명(proof-of-concept) 연구로 디자인돼, 약물 복용 후 치료를 중단했을 때 환자에게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평가했다. 연구에는 국내 환자도 일부 포함돼 국내 도입을 위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결과는 지난달 25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내분비학회 연례학술대회(ENDO 2019)에서 공개됐다.

새로운 쿠싱증후군 치료제 '왜' 필요한가?

쿠싱증후군의 1차 치료는 외과적 수술을 통한 종양 제거다. 수술 시 완치율은 종양 크기가 1cm 미만인 미세선종인 경우 65~90%, 10cm 이상인 거대선종인 경우 65% 이하로 보고된다. 

수술에 실패했다면 방사선 치료 또는 감마나이프 수술을 받거나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치료 성적은 외과적 수술보다 좋지 않을뿐더러 환자에게 충분한 이득을 주지 못한다.

지금까지 개발된 쿠싱증후군 치료제는 부신 호르몬 합성을 억제하는 약물은 △메티라폰(metyrapone) △아미노글루테치마이드(aminoglutethimide) △케토코나졸(ketoconazole) 등이 있다. 이 중 케토코나졸이 가장 많이 환자에게 적용됐지만, 간 손상 위험으로 2013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케토코나졸 사용 중지 명령을 내린 상황.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기 전 케토코나졸은 보험 급여가 적용돼 환자들이 비용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식약처의 사용 중지 결정으로 환자들은 현재 한국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치료제를 구입해야 하며 치료 비용도 상당하다.

때문에 임상에서는 쿠싱증후군 환자에게 충분한 혜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치료옵션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LINC-2: 10주째 치료 반응군 비율 약 '90%'

오실로드로스타트는 수술에 실패한 쿠싱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지를 받으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오실로드로스타트는 11β-수산화효소(hydroxylase) 억제제로, 부신에서 코르티솔 분비를 유도하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뇌하수체에서 비정상적으로 분비되는 것을 억제한다. 작용기전은 메티라폰과 유사하지만 반감기가 메티라폰보다 길다. 

오실로드로스타트는 2016년 공개된 LINC-2 임상2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 내분비 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임상2상에서는 쿠싱증후군 환자 19명을 대상으로 치료 시작 후 10주와 22주째 UFC가 정상 수치 이하 또는 기저치의 50% 이하로 감소된 환자(반응군) 비율을 평가했다. 약물 용량은 1일 4mg을 시작으로 UFC가 정상 이하로 감소할 때까지 2주 간격으로 1일 10, 20, 40, 60mg까지 단계적으로 증량했다. 

그 결과, 10주째 반응군 비율은 89.5%(17명), 22주째는 78.9%(15명)로 조사됐다. 또 22주째 모든 반응군의 UFC는 정상 수치 이하였다(Pituitary 2016;19:138~148).

LINC-3: 국내 환자 약 10% 포함…치료 중단 후 mUFC 수치 정상 범위 벗어나

LINC-3 임상3상은 오실로드로스타트 치료를 중단했을 때 환자에게서 나타난 변화를 확인하고자 진행됐다. 

연구에는 국내 환자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총 19개 국가에서 초기 mUFC가 정상 기준보다 1.5배 이상 높은 지속성 또는 재발성 쿠싱증후군 환자 137명이 모집됐고, 세브란스병원에서 모집된 환자 8명이 포함됐다. 또 서울대병원에서도 일부 환자가 참여해 LINC-3 연구에 참여한 국내 환자는 전체 환자의 약 10%를 차지한다. 

전체 환자는 24주간 오픈라벨로 오실로드로스타트 1일 2회 복용한 후 8주 동안 오실로드로스타트 또는 위약을 투약했다. 모든 환자는 오실로드로스타트 치료 시작 후 UFC 농도를 정상 수치로 조절하고자 2주 간격으로 약물 용량을 2mg에서 30mg까지 상향 적정(up-titration)했다.

이 중 mUFC가 정상 범위의 상한치 이하로 조절되고 복용할 약물 용량이 결정돼 12주간 증량하지 않았던 환자 70명이 이중맹검 연구에 포함됐다. 

이들은 8주 동안 오실로드로스타트를 계속 복용한 군(오실로드로스타트군, 36명)과 치료를 중단하고 위약을 복용한 군(위약군, 34명)에 무작위 분류됐다. 이후 위약군은 다시 오실로드로스타트 치료를 시작했다. 이중맹검 연구 기준에 해당하지 않은 환자는 오실로드로스타트 치료를 이어갔다.

1차 종료점은 34주째 평가한 mUFC로 정의했다. 

mUFC 정상 수치를 유지한 환자군을 확인한 결과, 오실로드로스타트군은 86.1%였으나 위약군은 29.4%에 그쳤고 두 군간 차이는 유의미했다(OR 13.7; P<0.001). 즉 위약군은 오실로드로스타트 치료 중단 후 mUFC 수치가 상승한 것. 

아울러 12주간 오실로드로스타트 치료 후 약물 용량을 상향 적정하지 않고 24주까지 mUFC가 정상 수치 이하로 조절된 환자는 53%였다. 48주째 환자들이 복용한 평균 용량은 1일 11mg으로 조사됐다.

이상반응으로 구역(41.6%), 두통(33.6%), 피로(28.5%), 부신기능저하증(27.7%)이 보고됐다. 이 중 부신기능저하증은 약물 용량을 조절하면 해결할 수 있다.

임상2상, 3상에 참여한 대한내분비학회 이은직 이사장(세브란스병원)은 "약의 효과가 우수해 오히려 스테로이드계 호르몬이 적게 분비되면서 부신기능저하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하지만 이는 약물 용량을 조절하면 해결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 용량을 조절하면서 혈당을 조절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출시 임박했지만…국내 도입까지는 2~3년 더 걸려"

대한내분비학회 이은직 이사장
▲오실로드로스타트 임상시험에 참여한 대한내분비학회 이은직 이사장. 

국내외 전문가들은 오실로드로스타트가 임상시험에서 합격점을 받으면서 오실로드로스타트 출시가 임박했다고 평가한다.

LINC-3 연구에 참여한 미국 하버드의대 메사추세추병원 Beverly M.K. Biller 교수는 "오실로드로스타트는 쿠싱증후군 환자 치료에 효과적"이라며 "향후 임상에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은직 이사장은 "임상3상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오실로드로스타트 출시가 임박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외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더라도 국내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식약처 허가 단계를 거쳐야 하기에, 국내 임상 도입까지는 최소 2~3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 마땅한 치료옵션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쿠싱증후군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혈관질환이나 감염 등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이은직 이사장은 "임상시험에 참여해 오실로드로스타트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상당한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외 환자들은 오실로드로스타트가 국내에 도입되기까지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며 "국내 허가를 받는다면 그동안 치료제가 없어 고생한 환자들이 상당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실로드로스타트는 효소 억제제로, 항암제처럼 잘 못 쓰게되면 환자가 위험해지는 약이 아니다"면서 "임상 1, 2, 3상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기에, 이를 근거로 오실로드로스타트를 희귀의약품으로 분류해 빨리 국내에서 허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실로드로스타트가 국내에 도입된다면 환자들이 느끼는 비용적인 문제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쿠싱증후군은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정부가 산정특례 제도를 통해 급여 등재된 희귀난치성질환 건강보험 의약품에 대해 본인부담금을 지원한 덕분이다. 

하지만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국내 쿠싱증후군 환자 수가 많지 않아 오실로드로스타트 판매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이에 치료제에 대한 제약회사의 관심도가 낮다는 게 이은직 이사장의 전언이다. 현재 국내 쿠싱증후군 환자는 100만명 당 1~2명으로 추산된다. 때문에 제약회사는 수익성보단 '사회공헌적' 측면에서 오실로드로스타트 국내 도입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은직 이사장은 "쿠싱증후군 환자 수가 적어 제약회사에서는 오실로드로스타트로 수익을 내는 것을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가 있으니 제약회사는 사회공헌적인 측면에서 식약처 허가를 받고 국내에서 시판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또 식약처와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허가 과정을 도와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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