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조원 규모 기술수출 성과 이면에 기술반환 악재도 존재
업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미국 직접 진출·신약 재창출 계기 삼아야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연초부터 기술수출 낭보가 이어졌던 제약업계. 그러나 최근 한미약품의 두 번째 기술반환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에 또 다시 악재가 덥치는 모양새다.

기술수출은 수년째 집중된 신약개발 및 후보물질 확보의 결실이지만,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기술수출만으로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업계는 한미약품의 이번 기술반환 사태를 계기로 국내 제약업계도 후보물질 탐색단계부터 글로벌 진출을 위한 임상시험까지 모두 책임제로 운영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작년만 5조원...기술수출은 '대박'?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따낸 대형 기술수출은 총 1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초 동아에스티가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 천연물신약 DA-9801을 뉴로보파마슈티컬즈에 이전하면서 기술수출 시작을 알렸고, 유한양행은 연말 폐암신약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얀센에 이전하면서 작년 기준 최대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로 유한양행은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5000만 달러(약 550억원)을 지급받았고, 마일스톤은 최대 12억 500만 달러(1조 3255억원)다. 

이렇게 지난 한해 동안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기술수출 규모는 5조 3623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연초부터 3건의 기술이전 계약이 연달아 터지면서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 열풍은 올해도 뜨거웠다. 

유한양행은 올해가 시작되자 길리어드에 후보물질 탐색단계의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 신약 후보물질을 7억 8500만 달러(8823억원)에 기술수출했고, GC녹십자도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중국 캔브리지에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기술을 이전하면서 기술수출 대열에 합류했다. 

기술반환에 시판 성공 전무...기술수출은 '신기루'?

흥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23일 한미약품은 일라이 릴리에 기술수출했던 브루톤티로신키나제 억제제(BTK)의 권리가 반환됐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한미약품의 기술반환 사례는 올무티닙 권리반환에 이은 두 번째다.

기술반환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동아에스티는 2016년 토비라에 이전한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신약 후보물질 DA-1229의 권리가 반환됐다. 

코오롱생명과학도 2016년 일본 미츠비시타나베에 골관절염 치료 신약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듬해 계약 위반을 이유로 계약 취소 및 계약금 반환을 통보하기도 했다. 

개발 및 상업화 과정의 불확실성,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이 높은 신약개발의 특성 등과 함께 글로벌 신약개발의 높은 벽을 실감한 셈이다. 

기술을 이전하더라도 상용화에 성공한 물질은 없다는 점도 기술수출이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한미약품이 지난 2012년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가 임상 3상을 마치고 지난달 2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생물의약품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게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을 글로벌 제약사에 이전하더라도 실제 상용화까지 이어져 '잭팟'을 터뜨리기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한미약품 기술반환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한미약품의 기술수출과 반환 사례를 놓고 업계는 반면교사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전 단계를 책임지는 방향으로 국내 제약업계의 체질이 변화될 촉매제가 될 것이란 기대다.

국내사 개발팀 한 임원은 "한미약품의 기술반환 사례는 글로벌 신약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업계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5000분의 1이라는 확률에 도전하고 있고, 실패의 과정을 겪는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미약품이 겪는 실패의 과정은 업계의 각성 의지를 북돋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기술수출로 얻는 이익은 제한적이고 파트너의 의지에 따른 리스크가 있지만, 모험을 하더라도 국내 제약업계도 직접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임원은 "이제 우리도 기술수출에 만족할 게 아니라 신약개발 전 과정을 책임지고 이끌어가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가 됐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라며 "국내 제약사들도 직접 해외 임상에 도전해 시판허가를 받는 등 글로벌 진출에 직접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각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임상CRO협회 이영작 초대회장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후보물질 발굴에 집중해 기술수출에 목매는 현 상태로는 제약강국이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임상 2상에서 대부분 라이선스 아웃하는 바람에 국내에서 진행되는 임상은 많이 없는 실정"이라며 "자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없다면 제약 강국이 될 수 없다. 제약 강국이 되려면 적당히 하는 임상시험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업계·정부 확고한 의지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와 제약업계는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우선 보건복지부는 제약·바이오 분야를 핵심산업으로 삼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하겠다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JW중외제약에서 열린 복지부 박능후 장관과 업계 CEO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정부는 그 의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박 장관은 "제약바이오산업을 핵심적으로 성장시켜야 할 산업 분야로 삼고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국내 제약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수행 임상 3상 세액공제 확대, 인공지능 활용 신약 연구개발 지원, 바이오 전문인력 교육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제약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최근 국내 제약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개발 중(573개)이거나 개발 예정(380개)인 신약 파이프라인은 953개로 조사됐다.

유형별로는 바이오신약이 433개(45.4%)로 가장 많았고, 합성의약품 396개(41.5%), 기타 신약 124개(13.0%) 순이었다. 

질환별로는 항암제가 178개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감염질환(58개), 면역질환(47개), 내분비질환(46개) 등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한 기술이 반환되더라도 완전한 실패는 아니다. 새로운 적응증을 연구, 신약재창출도 언제든 가능하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처럼 신약개발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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