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사인 뇌졸중 예방에 좋은 '실로스타졸'...항혈소판제 스테디셀러 '클로피도그렐'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뇌졸중은 2016년 기준 전 세계 사망원인 2위, 단일질환으로는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대한뇌졸중학회 역학연구회가 국민건강영양조사(2013~2014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성인 60명 중 1명은 뇌졸중 환자며, 매년 10만 5000여 명이 뇌졸중으로 새롭게 진단받고 있다. 뇌졸중은 일단 발생하면 사망 또는 반신마비, 언어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어 다른 어떤 질환보다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강조된다. 날씨가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되고, 좁아진 혈관으로 혈액이 흐르다가 약해진 혈관 부위가 터지거나 막히면 뇌출혈이나 뇌경색과 같은 뇌졸중을 일으켜 겨울철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뇌졸중 예방을 위해 맹활약 중인 항혈소판제들을 살펴봤다.

①실로스타졸 & 클로피도그렐
②티클로피딘 복합제 & 디피리다몰 복합제 & 티카그렐러 

뇌졸중 예방 다크호스 ‘실로스타졸’

[메디칼업저버 이현주 기자] 서양인 대비 아시아인 뇌졸중 환자의 차이점은 △두개내 죽상동맥경화증 △소혈관질환 △출혈성 뇌졸중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두개강내혈관의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뇌졸중, 열공성 뇌경색과 같은 소혈관이 막히는 뇌졸중의 비중이 높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한데, 이들 환자에서는 뇌출혈 위험이 상대적으로 증가한다. 아시아인에서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높은 것도 여기서 기인한다. 특히 소혈관질환 뇌졸중에서 출혈 현상이 두드러지면 항혈소판치료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이에 따라 소혈관질환 뇌졸중 발생률이 높은 아시아인은 '아스피린'보다 '실로스타졸'이 효과적이란 연구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경희대병원 김범준 교수(신경과)는 지난해 6월 과거 뇌출혈이 있거나 다발성 미세출혈이 관찰된 환자를 대상으로 아스피린과 실로스타졸을 비교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임상결과, 심혈관사건 발생은 실로스타졸 투여군 100명당 4.27명, 아스피린 투여군 100명당 5.33명으로 나타났다(HR 0.80; 95% CI 0.57~1.11; 비열등성 P=0.0077, 우수성 P=0.18). 뇌출혈 빈도는 실로스타졸 투여군에서 100명당 1.61명, 아스피린 투여군에서는 100명당 1.20명(HR 0.51; 97.5% CI 0.20~1.27; P=0.18)이었다.

즉 실로스타졸은 심뇌혈관질환의 2차 예방에 있어 아스피린과 동등하며 뇌졸중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대혈관이 좁아져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에는 아스피린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아시아인에서 많은 소혈관에 의한 허혈성 뇌졸중은 상대적으로 출혈 위험이 적은 약물이 적합하다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뇌졸중은 환자의 출혈위험, 심뇌혈관질환, 약물 관련 부작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후 위험 대비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치료를 진행하는 맞춤치료가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소혈관질환자, 특히 국내 환자의 뇌졸중 2차 예방에 적합한 치료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뇌졸중 2차 예방을 위한 항혈전 치료전략에서 실로스타졸을 항혈소판제 단독요법 1차 선택으로 권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로스타졸 시장 상황은 어떨까? 국내 실로스타졸 시장은 700억원 규모에 이르며, 대표적인 약물은 오리지널인 오츠카제약 프레탈과 개량신약인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실로스탄(서방형 실로스탄CR)이 있다. 특히 하루 2번 복용하는 속효성 제제는 경쟁이 치열하지만 하루 1번 복용하는 서방형 제제는 두 제품이 독점하는 모습이다. 이유는 독자적인 제어방출 기술과 특허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탈은 2016년 325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으며 2017년 300억원, 작년 3분기까지 누적 215억원의 처방액을 올렸다. 개량신약인 실로스탄CR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 처방액을 비교해 보면, 실로스탄CR 처방액은 2016년 236억원에서 2017년 315억원으로 33.5% 성장했고 오리지널 처방액도 앞질렀다. 작년 3분기까지 262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해 1년 누적 처방액은 전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콜마파마가 특허회피에 성공하면서 실로스탄졸 서방형 제제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자체적인 제어방출 기술을 토대로 특허 장벽을 넘어서면서 서방형 제제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실로스타졸 성분을 포함한 또 하나의 주요품목에는 SK케미칼 리넥신이 있다. 주력 품목인 기넥신(은행엽엑스)에 실로스타졸을 더한 약물로, 6년간 개발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서울대병원 등에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 및 유효성을 획득했고, 뇌졸중 재발방지 및 말초동맥성질환자를 집중 타깃으로 공략하면서 발매 첫해 3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이후 2016년 9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대형품목으로 성장했으나 최근 제네릭 공세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특허소송에서 초반 SK가 승소했지만 2014년 대법원이 최종으로 제네릭 개발사 손을 들어주면서 작년에만 제네릭 20여 품목이 허가받았다. 이에 SK는 리넥신 서방형 제제로 방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죽지 않았다! '클로피도그렐’ 

항혈소판제 스테디셀러는 '클로피도그렐'이다.

클로피도그렐의 심뇌혈관질환 2차 예방효과를 확인한 대표적인 임상시험은 CAPRIE 연구다. 허혈성 뇌졸중, 심근경색, 말초동맥질환 등 죽상동맥경화증이 있는 환자 1만 9185명을 대상으로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 간 효능 및 안전성을 직접 비교했다.

결과에 따르면 아스피린 투여군에 비해 클로피도그렐 투여군에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가 8.7%(P=0.043) 낮았으며, 위장관 출혈과 궤양 발생 빈도 또한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후속 분석 결과에서는 클로피도그렐이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병력이 있는 하위그룹에서 심혈관사건 발생률을 각각 7.3%(P=0.26), 23.8%(P=0.0028)까지 낮췄다.
 
뿐만 아니라 아스피린 치료 중 뇌졸중이 발생한 경우 클로피도그렐 등 타 항혈소판제 단독으로 전환 또는 추가하는 병용요법이 아스피린 치료 유지보다 추가적인 심혈관사건 발생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다. 
 
2016년 Stroke에 발표된 해당 연구는 비심인성 뇌경색으로 입원한 환자 중 아스피린 복용 유지군과 클로피도그렐을 포함한 다른 항혈소판제로 투약을 변경한 군, 항혈소판제를 2제 이상 병용한 군으로 나눠 1년째 뇌졸중, 심근경색 및 혈관 사망 등 심혈관 사건 발생을 비교했다. 그 결과 아스피린 유지군 대비 항혈소판제를 변경한 투약군은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을 50%까지 줄였고(HR 0.50; 95% CI 0.27∼0.92; P=0.03), 항혈소판제를 추가해 병용 투약한 군은 60%까지 낮췄다(HR 0.40; 95% CI 0.24∼0.66; P<0.001). 다만, 현재로서는 뇌졸중 환자 대상 클로피도그렐+아스피린 병용처방이 정식으로 허가받은 용법용량이 아니다.

클로피도그렐 시장은 1000억원이 넘는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오리지널인 플라빅스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 16년 간 전 세계 1억 9500만명 이상에게 처방된 약물이며, 2006년부터 4년간 1000억원 이상 매출을 달성하는 등 원외처방액 왕좌에 오른 바 있다. 또한 특허만료 이후 제네릭 공세에도 여전히 오리지널의 위엄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최근까지 원외처방액을 살펴보면 2016년은 695억원, 2017년은 694억원을 기록했으며 2018년 3분기까지 누적 550억원의 처방액을 올렸다. 

성공한 제네릭 중 하나로 꼽히는 플래리스는 오리지널 플라빅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플래리스는 제네릭으로는 처음으로 600억원대 매출 신화를 썼다. 처방액 기준으로 보면 2016년 617억원, 2017년 622억원을 기록했고 작년 3분기까지 처방액은 약 470억원이다. 

플라빅스의 염변경 개량신약의 대표주자로는 종근당 프리그렐과 한미약품 피도글이 있다. 프리그렐은 2016년 179억원의 처방액을 올렸으며 2017년에는 이보다 소폭 늘어난 188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처방액은 150억원이다. 같은 기간 피도글은 각각 87억원, 106억원, 96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여기에 이중항혈소판요법이 주목받으면서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 복합제도 출시됐다. 눈에 띄는 것은 원조인 플라빅스 에이의 참전이 한 발 늦었다는 점이다. 플라빅스 에이는 2016년 하반기 출시 첫해 약 5000만원의 처방액을 기록했고 2017년에는 10억 3700만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이미 작년 2배 이상의 처방액을 올렸다.

하지만 시장을 선점한 약물은 명인제약 슈퍼피린이다. 슈퍼피린의 원외처방액은 2016년 77억원, 2017년 83억원, 작년 3분기까지 64억원이다. CJ헬스케어 클로스원은 동일 기간 47억원, 49억원, 39억원 처방액을 기록했다.

최근 플래리스를 가진 삼진제약이 아스피린 성분을 더한 복합제 개발에 착수했다. 플라빅스 에이를 정조준한 정제형태다. 플라빅스 에이를 제외하고 이미 시장에 출시된 클로피도그렐+아스피린 제네릭들이 캡슐인 것을 감안하면 후발주자지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오리지널을 위협하는 플래리스가 복합제를 통해 다시 플라빅스 에이를 추격할 수 있을지는 또 하나의 관점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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