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병원연맹총회 주요 이슈

- 상 - 전세계가 의료시장


 지난 6~8일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병원연맹 총회가 세계각국에서 모인 병원 관계자들로 연일 들끓었다. 대주제였던 유비쿼터스 의료의 비전과 전략에서부터 의료기관 조직의 패러다임 변화는 물론 세계화 움직임까지 일고 있는 지구촌 의료시장의 핵심이슈들을 한자리에서 들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아시아, 미국, 유럽 등 각지의 의료기관 운영자들은 조직 운영에서부터 각 나라의 의료시장 트렌드까지 활발한 논의를 폈는데 전세계적으로도 의료 산업화는 큰 이슈였다. 의료시장을 보다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꾸려나가기 위한 방안에서부터 급변하는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책까지 지금 우리의 고민이 그들과 같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오고 간 이슈를 2회에 걸쳐 정리한다."



개도국 신흥부자·중동 부호들이 주고객
인도·태국·말聯·싱가포르 일찍이 자리잡아


 의료에 있어 나라 간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삶의 수준이 향상되며 대부분의 나라에서 의료의 접근성이 충족되고 있는 만큼, 더 좋은, 더 훌륭한 의료서비스를 찾아 헤매는 의료소비자들에게 국경은 더이상 장애물이 아니다. 이웃나라는 물론 다른 대륙에 가서라도 자신의 상태와 기호에 딱 맞는 서비스를 제공받고 싶어하는 욕구는 자연스럽게 의료의 세계화를 이끌어 냈다.

 국제병원연맹학술대회에 참석한 이들은 한결같이 의료의 세계화는 이제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패러다임이 되어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시장"은 이미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이었다.

 세계화 움직임은 이미 오래 전 시작됐다. 아시아에 의료기술수준이 높지 않았던 시절 자국 내에서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부유층들이 미국, 유럽 등지를 찾기 시작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더 잘 치료해주는 곳이라면 비싸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했던 것.

 현재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아시아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개도국 신흥부자들과 아랍권의 석유부자들이다.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싸고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아시아시장은 그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유엔 아시아 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는 현재 메디칼투어 시장 규모를 400~600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으며, 2013년까지 1880억 달러의 시장으로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위원회가 발표한 2005년 기준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인도의 경우 미국은 물론 캐나다와 중동지역 환자들을 유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해 4억 8천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태국의 경우 전 세계 전지역 환자들이 찾고 있으며, 수입이 1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발전해 있다.

 관광과 결합해 환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으며, 비용도 국내와 비교할 때 50~70% 수준. BBC 등 해외 공중파 방송 광고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고, 2010년까지 아시아 국가 중 최고의 의료서비스제공 국가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정부차원에서 밝히고 있을 정도다.

 말레이시아는 비교적 늦게 시작해 4천만달러 규모. 하지만 이슬람권과의 문화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중동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가 각종 세제혜택을 파격적으로 제공하는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세계화에 동참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앞에서 언급한 나라들에 비해 비용은 비싼 편이지만 기술수준이 높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어 인프라에 비해 해외환자 유치가 잘 되고 있다.

 벌어들인 돈은 5억6천만달러 수준. 래플즈병원, 파크웨이병원 등 민간병원과 대규모 국립병원이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2012년까지 100만명의 환자를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처럼 해외환자 유치에 나서는 병원들을 정부가 한데 모아 "Singapole MEDICINE"이라는 이름을 붙여 해외시장 마케팅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 나라 모두 의료비는 미국의 10분의 1 정도 수준이다.

 세계화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의견이었다. 춘용 루 싱가포르 래플즈병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환자의 권리가 어느 선까지 보장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공격적인 마케팅보다 찾아온 환자들에게 최대한의 케어를 보장할 수 있는 준비가 돼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환자 권리에 대한 법률근거 조차 갖추지 않고 무분별하게 유치할 경우 법적분쟁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보통 환자들이 5~7일 간의 치료 후 자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 후 이뤄져야 할 지속적인 관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여러나라의 의료기관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후속치료나 영양관리, 재활 등의 피드백을 꾸준히 제공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방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이같은 협력관계 활성화에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논의 결과 한국은 우리가 흔히 개도국이라 일컫는 동남아국가들보다 제도면에서는 상당히 뒤쳐져 있었다. 의료관광경제의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이 가까운 이웃나라들에서 이미 발휘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규제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료의 허브는 커녕 대열에 끼지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는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보다 체계적이고 철저한 준비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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