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예방위한 처방땐 심혈관질환 위험도 반영돼야


토론토대학 토드 예만 교수팀 연구논문 발표

 여성의 심근경색 일차예방에 아스피린이 남성에서 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메타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아스피린이 여성의 뇌졸중 예방에 반해 심근경색에서는 효과가 명확치 않다는 일련의 주장을 부연해 주는 것이지만, 전문가들은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해당 약물의 처방패턴에 어떠한 형태로든 변화를 가져 와서는 안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토드 예만(Todd Yerman) 교수팀은 지난 18일자 "BMC Medicine 2007;5:29"에 게재된 연구논문에서 "성별이 심근경색 예방에 있어 아스피린 효과의 차이를 설명한다"며 "이번 연구가 여성의 아스피린 반응률이 남성과 비교해 낮을 수도 있음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996~2006년 사이 발표된 아스피린 투여와 심근경색 발병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23개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 대상으로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남성 또는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한 연구를 다시 구분해 비교한 결과, 성별에 따른 비치명적 심근경색 예방효과가 차이를 보였다. 심근경색의 상대적 위험도(Relative Risk, RR)가 남성에서 0.62(95% CI 0.54~0.71)로 유의성이 인정된 반면, 여성은 그렇지 못했다(RR=0.87, 95% CI 0.71~1.06).

 성별 구분 없이 모든 연구를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에서는 아스피린이 비치명적 심근경색 위험을 유의하게 줄여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와 관련 균형잡힌 시각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연구를 함께 주도한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의 돈 신(Don D. Sin) 교수조차 "이번 결과가 과거 심근경색 경험과 위험인자가 없는 여성(일차예방)에게만 적용된다"며 "심근경색 병력자들은 남녀 관계 없이 매일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심장협회(AHA)를 대변한 네이카 골드버그(Neica Goldberg) 박사 역시 "의사들이 이번 결과를 모든 여성에서 아스피린 투여가 중지돼야 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심혈관질환 예방에 있어 아스피린의 성별 효과에 대한 상반된 연구들이 연이어 보고되고 있으며, 일차예방이나 저위험군에서 아스피린 투여에 대한 학계의 합의가 명확히 이뤄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차예방과 고위험군에서 거의 모든 가이드라인들이 금기가 없는 한 아스피린 요법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WHS(Women"s Health Study)" 연구는 45세 이상 중·노년 여성에서 주요 심혈관사건 일차예방과 관련 저용량 아스피린(격일 100mg)이 허혈성 뇌졸중 위험을 줄여 주지만 심근경색이나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아니었다고 보고했다(NEJM 2005;352:1293-1304).

 65세 이상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하위그룹 분석에서는 주요 심혈관사건·허혈성 뇌졸중·심근경색 위험이 모두 유의하게 감소했다.

이 대규모 연구는 아스피린이 심근경색 위험을 낮추지만 허혈성 뇌졸중에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기존의 남성 대상 연구와 반대의 내용을 보여준 것이다<관련기사 본지 2007.3.19일자 23면>.

결국 심혈관 질환 일차예방에서 아스피린이 성별이나 연령에 따라 효과의 차이가 있을수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제임스 E. 달렌 교수(미국 아리조나대학)는 아스피린이 여성에서 심근경색을 예방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보다는 하루 100mg 정도의 용량이 그러하다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라 논평했다.

기존 연구에서 일일 160mg 이상의 용량에서 아스피린은 여성 심근경색에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Am J Med 2006;119:198-202).

 한편, 심혈관질환 이차예방에 관한 연구에서는 아스피린이 남녀 모두에서 심혈관사건·심근경색·허혈성 뇌졸중 위험을 명확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다(BMJ 2002;324:71-86).

 일련의 연구결과들을 근거로 한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들을 살펴 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일차예방의 경우 저·중등도위험군에서 아스피린 처방을 권고하지 않았다. 반면, 이차예방을 위한 아스피린 요법은 금기가 없는 한 정기적으로·초기에·장기간 적용을 권장하고 있다<본지 2007.10.22일자 20~21면>.

 최근 발표된 유럽 가이드라인 역시 심혈관질환이 확립된 모든 환자(당뇨병 포함)에게 금기가 없는 한 장기간의 아스피린 저용량 요법(75~150mg)을 권고했다.

 하지만, 여성의 심혈관질환 예방에 대해서는 "WHS" 연구를 근거로 아스피린이 뇌졸중 위험은 감소시키나 심근경색은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본지 2007.10.15일자 26면>.

 불안정형 협심증(UA)과 비ST분절 상승 심근경색(NSTEMI) 관리에 관한 미국·유럽·한국의 항혈소판 요법 가이드라인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AHA와 미국심장학회(ACC)는 환자의 병원도착 직후 아스피린을 투여하고, 불내약성의 경우 외에는 지속적인 요법을 강조했다.

 유럽심장학회(ESC)는 금기가 없는 한 모든 환자에게 아스피린 초기 부하용량 160~325mg과 장기 유지용량 하루 75~100mg 투여를 지지했다. 대한심장학회 역시 아스피린을 이용한 항혈소판 치료를 즉시 시행하고, 지속적으로 투여하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상을 종합해 볼 때 심혈관질환 이차예방을 위한 아스피린 요법이 유의한 성과를 담보한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검증됐고 이것이 가이드라인에 반영돼 왔지만, 일차예방을 위한 처방시 성별·연령 등이 포함된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대한 고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편, 최근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일차발병에 대한 아스피린의 예방효과를 검증하는 "ARRIVE" 연구가 시작돼 처방시 고려사항에 대한 해답이 기대된다.

미국·독일·영국 등 5개국서 10년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도가 20~30%, 10~20%인 환자그룹을 대상으로 5년간 심근경색 및 뇌졸중 발생에 대한 저용량 아스피린 예방효과를 관찰하는 것이 목적이다.

 심혈관질환 중등도위험군의 일차예방에 있어 아스피린 처방을 고려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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