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상대 현지병원 아니다
세계 거대 의료기관들 이미 진출


해외진출, 역시나 만만치 않았다. 2000년대 초 부푼 꿈을 안고 해외로 진출했던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철수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연명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운영자들은 "힘들다 힘들다하지만 우리나라만한 곳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규제가 싫어 떠났지만 규제만큼 튼튼한 울타리도 없었다는 것.

 국내 의료기관들이 진출하는 중국이나 미국 등 보건의료분야가 철저하게 시장경제에 편입돼 있는 나라들은 역시나 만만치 않았다.

 진출을 시도한 의료기관들이 한국에서도 내노라하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곳들이라는 점은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12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2007 해외진출 의료기관 관계자 초청 간담회"에서는 현지에 진출해 자리를 잡았다고 일컬어지는 의료기관들의 그간의 소회를 들어볼 수 있었다. 4년 남짓한 시간, 그곳에선 무슨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중국시장, 경쟁상대는 진출국만이 아닌 전 세계 의료기관이었다.

 2000년 초 중국의 시장 개방 후 전 분야에서 중국으로의 진출이 활발해지며 보건의료분야의 진출도 시작될 즈음, 당시의 시대인식은 "한국보다 훨씬 낙후된 환경에 처해있는 중국이라면 성공할 수 있다"였다. "중국 쯤이야"라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터.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중국시장에 진출한 국내 의료기관의 경쟁상대는 중국 현지 의료기관이 아닌 우리와 똑같은 조건으로 중국에 진출한 전세계 유명 의료기관이었던 것. 우리가 진출했을 땐 전세계 각국에서 온 거대의료기관들이 이미 시장을 잠식한 후였다. 국내의료기관이 타깃으로 삼았던 고소득층 현지인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고가 비보험과목 시장은 이미 거대 외국의료기관에 자리를 내준 상황이었던 것.

 중소 규모의 국내의료기관이 거대자본을 앞세워 끊임없는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나가는 외자병원을 상대로 싸움을 해낼 수 있을리 조차 만무한 상황이었다.

소규모 클리닉 진출로는 생존 어려워

 상해루이리정형미용의원 이영호 동사장은 "중국 의료투자 관련 법률 및 현지의 의료시장과 업체의 관행 등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며 "1년 반이 넘는 준비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위기를 겪을 만큼 힘든 과정을 거쳤다"고 털어놨다. 지금까지는 생존 그자체가 목표였다는 것. 철수한 많은 의료기관들도 대부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참석자들은 "기업화"를 강조했다. 소규모 클리닉으로는 경쟁 조차 될수 없다는 것.

 북경 SK아이캉병원의 최창환 팀장은 "시장 자체가 기업화되어가고 있는 만큼 국내의료기관도 시스템적인 관리가 가능할 정도의 규모는 갖추고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중국의료시장에서는 이미 글로벌펀드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일 상하이예메디칼센터 총경리도 중국 의료자본시장에 대한 국내 의료기관의 대처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병원은 이미 지난 8월 부동산그룹으로 출발한 통책의료그룹과 협력을 체결하고 전방위적 인수합병에 나설 계획에 있다. 이 총경리는 "지난 3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볼때 자본력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며 "국내의 수배에 달하는 마케팅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자본 투자 없이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 조차 힘겨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 전반의 의료트렌드가 비지니스 개념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이 중국에서 확실하게 증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서 성공했다고 자신은 "금물"

 참석자들은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해외진출을 준비하기에 앞서 이것만은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단연 마음가짐이었다. 한국에서의 비교우위가 중국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라는 것.

 김우성 청도GF병원 원장은 "내가 한국에서 이정도 위치에 있던 사람인데… 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꼭 망해서 나가더라"며 "전혀 다른 시장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경리도 "큰 그림은 그리되 백지상태에서 나가 새롭게 시작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사람을 조심하라는 지적도 많았다. 해당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준비없이 현지 인맥에만 의존하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라는 것. 특히 믿었던 교민들에게 사기당하는 경우도 적지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국당국의 규제가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는 시점이라는 것도 인지해야 한다. 올해 초 신의료개혁방안을 발표하는 등 그간 추진해온 시장경제화가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참석자들은 "중외합자 의료기구 비준 및 허가가 까다로워졌다고 들었다"며 "안그래도 중국은 같은 법률도 관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등 법률상 난해한 구석이 많아 예측불가능한 규제를 일삼는 나라로 유명하다"고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주요 진출의료기관들의 포지셔닝 전략


SK아이캉병원

패밀리케어센터 강화
글로벌보험 가입자 집중공략


 2004년 4월 북경에서 개원한 SK아이캉병원은 소아과, 내과 등 패밀리케어센터와 성형외과, 피부과 등 뷰티케어센터로 이뤄져 있다. 약 4000㎡ 건평에 4층 규모의 병원에서는 현재 한국의사와 중국의사가 함께 근무하며, 직원만 70여명에 이른다. 기존 뷰티케어를 전문으로 운영하다가 최근 패밀리케어센터를 강화하며 교민과 글로벌상업건강보험가입자, 현지상업건강보험가입자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병원 측은 중국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본화와 현지화를 강조하며, 거대외자병원의 타깃이 주로 외국인들인 점을 감안, 현지화매니지먼트에 보다 주력할 계획임을 밝혔다.


상하이루이리정형미용의원

중한합자 미용전문병원
2020년까지 동아시아 확대


 BK성형외과와 고운세상피부과, 램브란트치과가 합작해 만든 상하이루이리정형미용의원은 미용을 테마로 한 중한합자미용전문병원으로 2100㎡ 면적에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2004년 11월에 개원한 병원은 상해시 중심부 핵심상업지구에 위치해 있으며, 7명의 의료진을 포함해 총 41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고객분포는 상해지역 40%, 상인근지역 20%, 전중국지역 30%, 재외중국인 및 기타 10%로 상해주재 한국인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자체적으로는 현지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를 진입단계로 보고 있으며, 2010년까지 중국 내, 2020년까지 동아시아 지역 전체로 네트워크를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상하이예메디칼센터

정기건강·미용검진 패키지 중심
개원 5개월만에 손익분기점 도달


 상하이예메디칼센터는 2600㎡ 규모로 2005년 11월 개원했다. 고급미용부틱클리닉을 표방하고 있는 예메디칼센터는 예치과 네트워크인 예네트워크에서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개원 5개월만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고 밝히고 있다. 진료는 무통진료와 일대일 개인 맞춤서비스, 포괄적 미용치과 진료, 3차원 미용컨설턴트 등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고 있으며, 정기건강검진과 미용검진, 종합건강관리 패키지상품을 중심으로 환자에게 다가서고 있다. 강력한 예 철학을 바탕으로 중국 내 새로운 트렌드 창조를 핵심 목적으로 삼고 있으며, 2010년까지 중국내 직영병원 70개, 네트워크병원 400개, 10개국 이상의 해외의료시장 진출, 핵심인재 40명 확보, 증시시장에 IPO하는 것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도GF병원

의료필수재 중심 병원 차별화
검진센터 형태 병원 확장


 청도GF병원은 GF소아과 네트워크로 청도의 신흥부촌인 홍콩동로와 해양대학, 한국영사관 주변에 600㎡ 규모로 위치해 있다. 외국인전용 패밀리케어센터를 표방하고 있다. 원내원 방식으로 진출해 적은 자본과 짧은 준비시간이라는 메리트를 안고 출발한 반면 병원 운영 전반에서 주도권이 없고 법적 보장이 미비하다는 점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GF병원은 대부분 국내의료기관이 뷰티케어를 필두로 중국에 진출하는데 반해 의료필수재 중심 병원이라는데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개원 후 1년 10개월 남짓한 기간동안 일일환자 40~60명을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 한국교민시장에서 시작해 조선족, 외국인, 부유층중국인시장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검진센터 형태로 병원을 확장하고 내년엔 2호점을 오픈하는 것도 검토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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