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피해도 날로 커…중소기업 자체보안 역부족


신의료기술이 미래 이끈다


 1. 생명공학의 균형발전을 위한 제언
 2. "상용화냐 죽음이냐", 신기술 발목잡는 장애들
 3. 모범사례서 찾는 신기술 성공 3가지 법칙


 "시도때도 없이 바뀌는 제도로 제도에 맞추기 위해 회사가 존재하는건지 기술개발을 통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존재하는건지 알쏭달쏭할 때가 있다." 많은 의료기기업체 중 특히 기술력으로 승부해야만하는 중소업체들은 연구개발에만 집중해도 촌각을 다투는 때에, 관련 제도가 자주 바뀌는 탓에 업무에만 집중할 수 없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물론 제도 변화가 소위 말하는 "개악(改惡)"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를 갖추기 위한 변화과정이라는 것을 대부분 인정하지만, 빈번하게 바뀌는 제도에 적응하기 위해 소모되는 인력과 시간이 중소업체로서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변경된 제도만 해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의료기기 광고사전심의제, GMP의무화, 특수의료장비 품질관리검사에 관한 규정도 변경됐다"며 "허가심사업무 혁신을 모토로 의료기기 안전성 심사에 국제규격 인정제도를 도입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중소기업에게는 더 많은 계도기간은 물론 전문인력의 지원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제도 변경에 잘 적응해 첨단기술 개발에 성공했다하더라도 60조에 달하는 첨단기술 해외 불법유출도 업체들의 생사를 위협하고 있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생명공학, 전기전자, 정밀기계, 정밀화학, 정보통신 등 첨단 의료기술과 관련된 첨단기술의 해외유출시도건수가 해마다 증가해 이로 인한 피해가 어림잡아 6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기술유출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던 중소기업이 기술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산업보안 역량을 강화하는 데 쏟을 여력이 전혀 없었던 탓이다. 이렇듯 첨단기술 유출에 따른 국부 손실의 심각성은 의료기기 산업이 고부가가치 미래형 산업으로 각광 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이 너도 나도 의료기기 개발 및 판매에 뛰어든 것도 같은 이유다. 유성금속, 아남전자 등 중견기업들은 의료기기 부품사업에 진출했으며, 유비트론도 생물공학을 이용한 의약품 가공·제조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아남정보기술도 의료기기판매업, 건강도측정기기 개발 및 보급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공시남발"로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어, 전체 의료기기업체의 도덕성에 영향을 미쳐 투자의 위축을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특허출원이 늘면서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도 현안과제다. 해외에서 우리 기업들의 제품과 기술력이 인정받아 점차 시장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사례가 늘면서 이를 모방하거나 침해해 피해를 입히는 사례도 날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에 진출한 우리기업들 중에는 특허분쟁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 "눈뜨고 코베이는 식"의 피해를 입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허소송 변호사들로만 구성되어 특허에 취약한 국내기업 공략에 일삼아 이익을 챙기는 부도덕한 기업도 생겨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중소업체 관계자들은 특허분쟁 대응력을 키우기 위한 국가차원의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진출을 위해 선행기술조사나 특허분석, 협상 및 분쟁대응을 위한 실무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한데, 현재 중소기업진흥청 등에서 개설하고 있는 특허실무전문가 양성을 위한 정규과정 등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의료기기 개발 및 수입을 하고 있는 대흥트레이딩의 박영준 대표는 "한국 의료기술의 가장 큰 약점은 초음파 등 영상장비의 기술부족이다. 대부분의 로얄티가 이들을 통해 해외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얼마 전에는 첨단영상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기도 하는 등의 큰 사고도 있었다"면서 "모르면 몰라서 당하고긾 알고도 힘이 없어 당하는 열악한 국내 중소업체들의 수동성을 탓하기 전에 관련기관이 국익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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