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부터 활발해진 한국의학의 몽골 진출. 최근들어 의료봉사와 의학교육에 흘리는 땀이 크게 늘고 있다. 본지는 지난 1~5일 몽골 현지취재를 통해 우리나라 의학자들의 활동과 의료기관 진출 가능성 등을 살펴봤다.<편집자>

의학수준 60~70년대 한국과 비슷
대학·단체 등서 10여년전부터 의료봉사

최근들어 현지의사 교육에 더 집중
의료기관 진출은 아직 이른 감


서양의학이 도입된 지 100여년. 우리나라는 이같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의학을 이끄는 대표적 국가가 됐다. 이에 따라 과거 우리가 도움을 받아왔던 것처럼 이제는 의료봉사와 함께 아시아 각국에 그간 축적해온 노하우 전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백롱민 교수팀이 이끄는 베트남 얼굴기형돕기 의료봉사가 12년째 베트남 현지의사 교육과 함께 진행되는 것을 비롯 아시아 각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지고 있다.

 또한 대학병원과 특정 의료기관에서 의학수준이 우리보다 낮은 국가의 의사들에 대한 연수교육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의료봉사와 함께 현지의사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각광속에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와의 우호가 각별해지는 나라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몽골.

 이곳은 1990년대 사회주의 체제에 변화가 일고 소련이 무너짐으로써 몽골 사회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면서 시장경제로 전환, 민주주의의 길을 선택했다. 우리나라와는 1990년 3월 26일 국교수립 후 교역이 빠른 속도로 늘면서 상업적 한탕주의가 생겨나고, 한국 선교사간 반목으로 인한 국민들의 갈등 유발 등으로 난관에 부딪히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관계는 매우 좋은 편이다.

올해 SCL이 개최한 선진의학세미나에 참석한 몽골 의사들. 몽골에 대한 의료지원은 최근들어 현지 의사들에 대한 의학 교육에 비중을 두고 있다.



몽골에서의 의료봉사는 10여 년간 펼친 이화의료원을 비롯 여러 대학과 단체에서 참여했거나 진행하고 있다. 연세친선의원은 우리나라 자본이 50% 투자된 첫 기관으로 1998년 몽골정부의 승인을 받아 수도 울란바토르 한 복판에서 양국 의사들이 몽골인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검체검사기관인 서울의과학연구소(SCL)가 세운 모바이오는 몽골의사로 하여금 직접 몽골인의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지속적 교육에 나서 한-몽골의 우호증진에도 도움이 되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4년전부터 시작해 올해가 벌써 네번째. 모바이오는 100% 한국 자본으로 운영되는 첫 의료기관이다.

 최근엔 인하대병원 인하의료사회봉사단이 8월초 열흘간의 의료봉사 일정을 마쳤고, 한국건강관리협회는 10월초 한·몽골 건강증진 사업으로 건강검진을 갖기도 했다.


암센터·내과·산부인과 취약
당뇨·고지혈증·심혈관질환 많아

최근의 의료지원은 현지의사에 대한 교육에 집중되고 있다. 의료진이 직접 치료를 하는 봉사도 중요하지만 그곳 현지의사에게 선진의학을 전수하여 국민의 건강을 돌보도록 한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있는 것. 그렇다면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몽골진출 성공 가능성은 어떨까.

 우선은 어렵다는 것이 대부분 관계자들의 판단. 경제적으로 어려운데다 복잡하게 운영되는 시스템이어서 외국 의료기관이 상류층을 대상으로 차별화 전략을 시도해도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낮다. 한 예로 몽골 상위 1% 고객을 대상으로 차별화전략을 펼친 한국 음식점은 손님이 찾지않아 얼마가지 않아 문을 닫아야만 했다. 경제성장이 이뤄지면 모르겠으나 지금은 아니란다.

 법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으나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걸림돌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의료보험 지정병원이 되기 위해선 의료보험 평가 인준기관의 타당성조사를 거쳐야 하며, 지정된 후엔 전액부터 반액까지 보험이 적용된다.

 과마다 보험적용률이 다르고 입원비도 다르다. 보험지정병원이 되면 국가의 예산 부담이 커지므로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

 105병상으로 가장 큰 개인병원인 "아츠탕"의 하루 입원비는 보험 적용률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략 1만5000~2만5000투그릭, 우리돈 1만5000~2만5천원이다.

 국가병원의 하루 입원비 4000투그릭에 비해 5~6배 비싸다. 분만비용도 몽골인은 30만 투그릭, 외국인은 70만 투그릭을 받는다.

 의료분야에서는 암센터와 내과, 산부인과들은 매우 취약한 편. 질병으로는 당뇨,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환자들이 많다. 고기를 많이 섭취하는 음식문화 탓으로 분석된다. 출산율도 낮아지고 있으며, 영아사망률도 높은 편이다. 의학수준은 우리나라의 60~70년대 수준.

 보건부에 따르면 몽골 정부는 간질환과 위장, 심장, 신장질환 진료에 우선순위를 두고 정책을 펴고 있으며, 특히 위장진료를 정확히 할 수 있는 장비와 한국 의사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정부차원에서 자궁경부암과 유방암 발병을 감소시키기 위해 "건강한 몽골인 프로젝트" 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몽골은 넓은 땅과 자원이 많은 대신 인구가 270만명에 불과하고 의료비도 낮아 쉽게 투자를 결정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따라서 봉사를 목적으로한 진출이 아닌 이상 현지의사 교육을 통한 보건향상을 돕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8차례 이곳을 찾고 있다는 김한겸 고려의대 교수는 "봉사만 하고 장비를 무료로 전해주기만 한다면 그들에게 공짜 심리를 줄 수밖에 없다"며,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물고기 제공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두번째 방문한 이돈행교수도 "우리도 경험한 내용이지만 받기만 하면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진료 능력 높여주자" 생각에
4년째 선진의학 세미나 개최


바이오회사 현지 설립...검사의학 필요성 알려

이경률 SCL이사장

"5년전 연세의대 교수를 그만두면서 진단검사 분야의 몽골진출을 계획했습니다. 1994년 연세의대가 몽골국립의대와 협력관계를 맺고 이후 친선병원을 세우는데 실무 역할을 했던 것이 계기가 됐죠.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 진료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검체진단검사업체인 SCL 이경률 이사장은 2004년 몽골에 우리나라 SCL을 모델로 한 모바이오 회사를 창립, 매년 한차례씩 현지 의사를 대상으로 의학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몽골엔 몇년전까지만 해도 검체나 진단방사선 검사가 흔치 않았다. 검사 과정 없이 증상을 살펴본 의사의 판단에 따라 치료를 하던 것이 관례였던 것.

 따라서 각종 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진단한 후에 치료에 나서도록 현대의학의 전도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 이 이사장은 인력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의학계도 진단검사 분야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20년밖에 안됐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에 대한 인식 개선이며, 이곳도 마찬가지입니다. 4년째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몽골의사들에게 검사의학의 필요성과 앞선 한국 의료기술을 알리고 있다는 것에 긍지를 갖고 있습니다. 몽골의사에 의한 몽골인 치료가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는 "지금 세미나에 참석, 교육받은 의사들이 10~20년 후 몽골을 대표하는 의사가 될 것"으로 보고 우리의 경험을 알리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같은 노력으로 그는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제4회 IBA(International Business Award) 스티브 어워즈"에서 최고 경영 및 사회공헌 부문 최고 영예의 상을 수상했으며, 2003년 몽골에 설립한 모바이오는 지난해 아시아(한·중·일) 기업 중 최고 사회공헌 기업 부분에서 Winner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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