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위험인자 함께 관찰·치료해야
각각인자 경증이라도 동시 발현땐 전체 위험도 급증

 심혈관질환(CVD) 예방과 관련 유럽전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유럽심장학회(ESC)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지난 1994년 첫발표 이래 1998·2003년에 이어 3번째 업데이트된 개정판으로, ESC와 유럽동맥경화학회(ESA)·유럽고혈압학회(ESH)·유럽당뇨병연구학회(EASD) 등 유럽을 대표하는 9개 관련 학회 태스크포스팀의 결과물이다.


 가이드라인의 공식제목은 "임상현장에서 CVD 예방을 위한 유럽 가이드라인(European Guidelines on Cardiovascular Disease Prevention in Clinical Practice)"이다. "임상현장에서의 CVD 예방"이란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7년 가이드라인은 실용적 측면이 떨어진다는 과거 지적을 고려해, 실제 임상에서 혼란을 야기하지 않고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다소간의 차이를 보여 왔던)개별 학회들의 지침을 통합하고 최대한 간단한 형태로 권고안을 제시했다. 임상의들이 진단에서 치료에 이르는 예방전략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알고리듬 형식의 개괄적 과정을 요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표>.

 ▲또한 개별 위험인자가 아닌 전체 위험도의 측면에서 예방전략을 구사토록 다시 한번 촉구했다. 가이드라인이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는 핵심 메세지는 "CVD가 주요 위험인자간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각각의 위험요인들을 조합해 전체 위험도를 평가하는 "SCORE(Systematic COronary Risk Evaluation)" 모델을 제시했으며, 이 예측치를 근거로 모든 위험인자에 대한 통합적인 예방전략을 요구했다.

 ▲생활습관 개선요법을 특별히 강조하고 나선 것도 특징이다. 약물요법에 더 많은 관심이 기울여지는 작금의 치료환경에서 생활요법이 그 혜택에 비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 가이드라인은 생활요법에 대한 별도섹션에서 운동·식이·체중조절 성과의 개선에 임상의들이 활용할 수 있는 조언들을 제시했다.

 ▲특히, 생활요법과 약물치료의 균등한 강조를 위해 이전과 달리 권고등급(예, Class I/Level of Evidence A)을 명시하지 않았다. 권고등급의 기준이 되는 무작위·이중맹검 방식의 임상시험들이 약물요법에 집중돼 있어, 해당 결과가 많지 않은 생활요법이 상대적으로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는 이유다.

 이외에도 ▲CVD 예방을 하나의 일직선상에 놓인 지속적 과정으로 인식해 일·이차 예방을 따로 구분하지 않은 점 ▲가족성 이상지혈증·여성 및 신장질환 환자의 CVD 예방 등이 별도섹션으로 추가된 것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본지는 이번호부터 3회(上·中·下)에 걸쳐 2007년 CVD 예방에 관한 유럽 가이드라인을 자세히 살펴본다.

 ◇ CVD 예방전략 우선 고려대상

 CVD 예방전략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그룹은 당연히 위험도가 (가장)높은 환자들이다. 가이드라인은 이 원칙하에 임상현장에서 예방전략이 우선 적용돼야 하는 대상을 제시했다.

 (1)이미 동맥경화성 CVD가 확립된 환자, (2)CVD 위험도가 높은 무증상 그룹, (3)조기 동맥경화성 CVD 발생 또는 특별히 고위험군에 속하는 환자의 가족이나 친적이 이에 해당한다.

 위험도가 높은 무증상 그룹을 설명하는 요인으로는 (1)CVD 전체 위험도를 증가(10년내 CVD 사망위험 5% 이상)시키는 다중 위험인자, (2)제2형당뇨병과 미세알부민뇨를 동반하는 제1형당뇨병, (3)특히 표적기관 손상과 연관된 단일 위험인자(들) 수치의 현저한 상승 등이 언급됐다.

 조기 CVD 발생 환자의 가족이나 친척들을 예방전략 우선 고려대상으로 삼은 것이 특징이다. 최근 새로운 문제로 부각되며 주목받고 있는 가족성 이상지혈증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가이드라인은 이 유전성 질환에 대한 별도의 섹션을 마련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경우 관상동맥심질환 위험이 높은 만큼 위험도 평가와 함께 스타틴 등을 통한 공격적 치료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 전체 위험도에 근거한 예방전략

 가이드라인은 CVD 위험도를 신속하고 간편하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과 관련해 "확립된 CVD, 제2형당뇨병 또는 미세알부민뇨 동반 제1형당뇨병, 높은 수치의 개별 위험인자들을 나타내는 환자의 경우 이미 위험도가 증가한 상태이며 모든 위험인자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상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환자들은 전체 위험도를 평가해 즉시 예방전략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한편, 이외의 모든 경우에는 "유럽서 개발된 SCORE(Systematic COronary Risk Evaluation) 측정표를 통한 전체 위험도 평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환자관리를 위한 안내서 격으로 전체 위험도 평가가 장려돼야 한다는 것인데, "임상현장의 의사들은 개별 위험인자가 아닌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며, 이들의 심혈관위험도가 여러 위험인자의 다중발현 또는 이들의 상호작용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각각의 위험인자가 경증의 수준일지라도, 동시에 발현시(다중 위험인자) 전체 심혈관위험도가 돌연 증가하며 궁극적인 심혈관사건 발생위험도 급격히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의 기저질환인 동맥경화가 다중 위험인자 발현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를 다시 요약하면 개별 위험인자가 경계치에 도달치 못한다 해도, 이들을 조합해 측정한 전체 위험도가 높으면 예방전략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이드라인은 전체 위험도 관리전략의 부분으로 할애한 혈압과 지질 등 개별 위험인자 관리 별도섹션에서 "모든 위험인자를 함께 관찰하고 치료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한국인의 심혈관질환 사망률 데이터를 미국이나 유럽의 위험도 측정모델에 대입하면 예측치와 실제 관찰결과의 차이가 나타난다는 지적이 있다. 이들 모델을 재조정 없이 일방적으로 적용할 경우 과대예측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한국형 모델의 개발이 요구되는 이유다.

 ◇ CVD 예방전략의 목표

 궁극적인 목표는 위험도가 낮은 환자의 경우 이를 유지해 심혈관 건강상태를 장기적으로 지속토록 하는 것이며, 전체 위험도가 증가한 환자들은 이를 낮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저위험군의 심혈관 건강상태 유지를 위한 전략으로는 ▲금연 ▲1일 3km 걷기 또는 30분 가량의 중등도 운동 ▲채소·과일 등 건강식이 ▲BMI(체질량지수) 25 미만, 복부비만 해소 ▲혈압 140/90mmHg 미만 ▲총 콜레스테롤 5mmol/L(190mg/dL) 미만 ▲LDL 콜레스테롤 3mmol/L(115mg/dL) 미만 ▲혈당 6mmol/L(110mg/dL) 미만 유지 등이 권고됐다.

 고위험군(특히 CVD 또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위험인자 목표치는 더 낮아진다. ▲혈압 130/80mmHg 미만 ▲총 콜레스테롤 4.5mmol/L(175mg/dL) 미만, 4mmol/L(155mg/dL) 미만도 타당 ▲LDL 콜레스테롤 2.5mmol/L(100mg/dL) 미만, 2mmol/L(80mg/dL) 미만도 타당 ▲공복시 혈당 6mmol/L(110mg/dL) 미만, A1C 6.5% 미만으로 제시됐다. 가이드라인은 특히 동맥경화성 CVD가 확립된 고위험군의 경우 심혈관 보호효과가 있는 예방약물 요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방전략 알고리듬

 2007년 유럽 CVD 예방 가이드라인은 이상의 전반적인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알고리듬 방식으로 정리했다<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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