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급여정책의 문제점

 급여정책은 건강보험 자체를 대변할 만큼 그 비중이 크고 중요하다. 그러나 1977년 건강보험이 도입된 이래 급여정책은 30여년간 정부와 의료계간, 의료계와 국민간 갈등과 대립을 되풀이하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동안 누적된 증상이 중병으로 진행, 사회 문제화 된 것이 작금의 임의비급여로 인한 성모병원 대규모 환급 사태다.

 본지는 지령 400호를 맞아 기획특집으로 급여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의 개선 방향을 모색해 본다. 또한 각 학회의 보험이사들로부터 각 전문진료과에서 지적하는 급여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본다<관련 기사 8~11면>. 편집자주


"재정 안정화" vs "진료환경 보장"
정부·의료계 접근시각부터 달라


 건강보험 급여정책의 건강지수는 몇점이나 될까? 우리나라 의료는 건강보험을 제외시키고는 얘기할 수 없다.

 또 급여정책을 빼놓고는 건강보험을 논할 수 없다. 건강보험하면 급여정책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건강보험은 지난 77년 도입 이후 30여년간 급여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간, 의료계와 국민간 논쟁과 불협화음은 끊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악화되는 현상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급여정책은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낙제점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임의비급여로 인한 성모병원 대규모 환급 사태로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공론화되며 정부와 의료계간의 갈등 심화와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 추락 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앞서 97년 임의비급여 문제로 수도권 13개 병원장들이 무더기로 사기죄로 기소 당한 후 2005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도 사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는 곧바로 의료 왜곡현상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급여정책은 의료진의 의료행위에 대한 급여여부 등을 결정하는 것으로 이의 중심에는 정부에서 정한 급여기준이나 지침, 고시 등이 있다. 급여기준 등에 맞춘 보험 당국의 진료비조정으로 아예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초과진료를 할 경우 임의비급여로 처리해 성모병원 사태도 초래된 것이다.

 의료계는 의료기관이 진료비를 청구하면 조정 대상이고 환자가 민원을 제기하면 급여 대상이라는 심사의 이중 잣대에 대한 불만을 크게 갖고 있다.

 급여 정책과 관련돼 정부와 의료계가 끊임없는 논전을 펼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는 재정 안정화 차원의 급여정책을, 의료계는 의학적 타당성에 근거한 진료 환경 조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이 통합된 후 보험재정 파탄이 발생, 이같은 정부의 재정 절감 정책은 더욱 강화됐다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또 급여체계가 규격화된 최소한의 치료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불만도 토로하고 있다. 급여 기준보다 환자 생명이 우선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말이다. 의학발전의 템포를 급여정책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변함없는 정부의 기준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환자 상태에 따른 양질의 맞춤 의료를 실현하려는 의료진의 당연한 책무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다.

 의료의 저수가 정책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급여 항목의 원가 보존율이 81%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이의 현실화를 줄곧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환자들도 그 불만이 적지 않다.

 다음의 만성B형간염환우회 카페 ID가 새석산장인 한 환자도 "급여기준이 너무 까다롭다. 세세한 보험급여기준 하나하나에까지 목매지 않을 수 없는데 B형간염의 경우 보험적용기간이 너무 짧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강직성척추염(koas)환우회 또한 "약을 바꿀 경우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이는 많은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부딪치는 문제 중 하나"라고 꼬집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건강세상네트워크도 2005년 6월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올 1월부터 입원환자들이 이용하는 병실에 급여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병실료 운영실태조차 제대로 파악조차 못한 상태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계와 국민의 볼멘 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은 보험급여 확대시 의사결정의 절차가 미흡하고 시의 적절한 보험급여 확대 및 기준 완화가 뒤따르지 못함은 물론 보험급여 행정처리가 지연되고 있는데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급여 확대시 의사결정 미흡의 경우 예를 들어보면 지난해 6월부터 적용된 식대 급여화는 의료기관 등이 무리한 보장성 강화 정책이 될 것을 우려하고 반대 입장을 나타냈었다. 그럼에도 시행, 무려 연간 5000여억원의 지출 규모를 보이며 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 이로인해 암 등 중증 질환자에 대한 보험급여 확대 등에 차질이 초래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험급여 확대 및 기준 완화도 국민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보험급여의 적극적 시행이 건강보험 시행의 최대 목표인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것인데 반해 급여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소신 진료, 적정 진료에 애로사항을 느낀다고 말한다.

 보험급여 행정 처리 지연도 만찬가지. 신의료기술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평가를 위한 의료법이 지난 4월28일 시행됐지만 이와 관련 있는 요양급여 기준은 한참후인 7월25일에 개정 공포됐다. 지난해 10월 이 법이 공포되면서 6개월간의 준비 유예기간을 뒀음에도 이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전성은 있으나 유효성이 애매한 의료 행위에 대한 평가를 위한 한시적 비급여 운영 등을 위해 지난 3월 보험당국에 의해 심포지엄이 열렸으나 현재까지 업무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2003년부터 연구, 추진해 온 신상대가치제의 출발도 지연되고 있다.

 급여 정책은 무엇보다도 일관성과 연속성이 다른 정책에 비해 요구된다. 달리말해 전문성을 겸비하고 국민 건강 증진 로드맵을 완성할 수 있는 정책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 보험당국자에 의하면 "보험급여 정책을 관장하는 보험급여팀은 4명의 사무관이 근무하고 있으며 업무 파악 전에 인사 이동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사무관 4명 중 3명이 1년 이하 근무자며 근래들어서는 2-3개월내에 담당자의 인사 이동이 있는 사례도 발행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료가 바로서러면 건강보험이 건강해져야 하고 건강보험이 건강해지려면 급여 정책이 바로 가야 한다. 30년간 비현실적인 급여 정책으로 인해 야기된 의료왜곡 현상을 개선하고 건강한 국민으로, 건강한 보험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건강보험을 대변하는 급여정책을 원점에서 올바르게 재설계하는 노력과 함께 모두가 이를 위한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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