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철 수
보험이사
인하의대 교수


심사편의주의 따라 급여 조정
의사 진료 자율성 제한 심각


 중증 혈액질환 및 암환자에 대한 건강보험급여를 확대하기 위하여 정부가 산정특례법을 제정하였음에도 환자가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보험혜택에는 많은 제약이 있다.

 특히 환자 특유의 맞춤치료를 위해서는 현행 급여제도는 대단히 부적합하다.

 각 질환별로 급여가 되는 사항을 제정하고 그 외의 사항에 대하여서는 급여를 전적으로 제한하는 현행 심사기준은 심평원의 행정업무를 위해서는 대단히 유용하다. 그러나 이 제도는 질병에 대한 최소한의 급여를 유도하는데는 대단히 효율적이지만 의사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축소시켜 질병에 대한 최선의 치료에 대하여서는 급여 범위를 크게 제한하고 있다.

 물론 한정된 보험재정 아래 어느 정도의 치료를 적정치료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서는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급여한도 내에서 최선의 치료를 찾는 것은 현 급여체제 하에서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중증 혈액질환 및 암환자의 치료가 최상의 치료로도 완치가 힘든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질환에서 적정치료란 바로 최상의 치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포괄수가제는 소모적인 행정절차를 줄이고 의사의 자율을 강화하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뜩이나 열악한 급여액의 대폭적인 하락을 초래할 것이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에 최선의 치료를 위한 방편은 결코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의사단체는 이를 적극 반대하고 있다.

 불합리한 현행 보험급여 체계의 단적인 예를 몇몇 들어보자.

 (1) 백혈병의 1차 관해(질병에 따라서는 2차 관해) 또는 만성기에 한해 골수이식의 보험급여가 가능하지만 비록 성공률이 떨어진다고는 하나 실제로 골수이식이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환자는 관해를 이루지 못한 환자이거나 급성기에 들어선 환자이다.

 (2) 백혈병의 경우 혈연간 골수이식시 현행급여기준은 공여자가 모든 조직항원이 일치하는 형제자매에 한해 급여를 인정하나 한개의 조직항원이 틀리더라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은 이미 오래 전에 증명되어 있다.

 (3) 골수이식의 전처치는 골수이식의 종류마다 질환별마다 각각 특이 전처치로 제약하고 있어 때에 따라서는 환자에 대한 맞춤치료가 불가능하다. 실상 이러한 전문적인 치료인 경우 이미 전문가가 선택한 전처치에 있어 의학적 근거가 없을리 만무하다.

 (4) 중추신경을 침윤한 제4기 CD20양성 대세포림프종에 대한 치료로서 R-CHOP만이 보험급여가 되고 이 외의 치료를 하였을 경우 R-CHOP은 급여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중추신경 림프종 치료에 있어 필수적인 고용량 methotrexate요법은 부득이 비급여로 처리하여야만 R-CHOP요법을 급여대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

 (5) 외투세포 림프종의 치료로서 rituximab은 보험급여가 불가능하다.

 (6) 여러가지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CD20 양성 림프종의 치료로서 Zevalin (ibritumomab tiuxetan)은 급여가 전혀 불가능하다. 이상의 예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위에서 열거한 예는 환자가 원할 경우 부득이 비급여로써 시행할 수 밖에 없다.

 불합리한 보험급여기준의 공통적인 특징은 의사의 자율성을 대폭 줄이고 질환별 상태별로 세분된 급여조건을 심사편의주의에 따라 제정함으로써 21세기가 지향하는 맞춤치료와는 크게 벗어나 있다는데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급여기준의 신축성을 살리고 의사의 재량을 확대하여야만 한다. 이미 심평원에서 인정하는 의학문헌 상 타당하다고 기술된 모든 치료를 급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러나 현 보험재정을 감안할 때 이는 실현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따라서 복지부나 심평원이 지속적으로 없애고자 하는 비급여 또는 비보험 부분은 그 필요성과 당위성이 늘었으면 늘었지 결코 줄어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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