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부터 보건의료서비스를 민영화하고 외국 의료기관의 유치에도 앞장서온 중국의 개방적 의료정책이 주춤하고 있다. 양극화와 비용증가로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한 것.

 중국정부 스스로도 실패를 인정하고 공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의료서비스정책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의료기관은 물론 제주특별자치도나 경제자유구역 등을 중심으로 보건의료서비스의 개방화와 민영화를 확대할 계획에 있는 국내 사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성한경 부연구위원 등이 발표한 "중국의 신의료개혁방안 논의와 그 시사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국가지원강화와 공공성 강화 및 의약분업, 중의학 경쟁력 강화를 골자로 한 신의료개혁방안을 제시하고 세부계획안을 만들고 있다.

공공성 강화 신개혁 추진 움직임
진출 의료기관 영향 적더라도 방심 금물
영리법인 규제 강화 대비해야


 이 같은 중국정부의 방침에 대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료기관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실제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의료기관의 환자는 외국인과 재중동포, 소수 상류층이 대부분인 만큼 소외된 자국민들에게 보장성을 강화하는 개혁방안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것. 진출한 의료기관의 진료과목도 대부분 성형, 피부미용, 치과 등 미용성형분야라는 것도 이 같은 주장의 설득력을 높여주고 있다. 개혁이 이뤄지더라도 중국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고려해 이원화된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인 것이다. 중국정부의 외자기업에 대한 시각이 상당히 긍정적이고 현재까지 경제 전분야에 걸쳐 선진국 수준으로 개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중국정부의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뤄져 전면적 보건정책 개혁으로 이어진다면 한국의료기관도 피해갈 순 없다. 영리법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새롭게 진출하는 의료기관에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면 중국시장을 목표로 한 국내보건산업의 위축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도 "정책의 기본방향이 민영화 억제 및 영리법인의 활동제약으로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현재 중국에는 SK아이캉병원, 루이리병원, 예메디칼센터, 마리아병원, BK성형외과, 벨라쥬산부인과, GF소아과 등이 진출해있으며, 우리들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 대구미르치과병원, 굿모닝병원 등 의료기관들도 진출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총 1000만달러가 넘는 투자가 이뤄졌다.

 국내 여론에 미칠 영향도 상당하다. 중소병원들의 요구로 영리법인 도입 논의가 무르익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하는 측의 구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의료비 증가와 양극화 조장이라는 반대측의 의견이 중국에서 현실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1980년대 초 경제개혁을 통해 중앙정부의 의료비부담을 총 지출의 1% 이하로 떨어뜨린 바 있으며, 지방정부 역시 20~30% 만을 부담케하는 등 민간지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고수해 왔다. 2000년부터는 국영으로 운영하던 기관들도 민영화시키는 등 보건의료분야에 시장경제시스템을 전면 도입했다. 정부의 부담을 덜고 현대식 의료장비 및 설비부족 문제를 해결하며 검사 및 약처방 남용을 막겠다는 의지의 일환이었던 것.

 하지만 현재 영리의료기관의 의료비가 국영병원의 3배에서 10배까지 차이가 나고 있으며, 특히 해외의료기관이 전면적으로 진출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총 의료경비가 65.5% 증가하는 등 부작용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국내의료체계는 구성 당시부터 확고한 보험체계와 비영리법인화 등 정부의 강한 규제 하에서 발전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실정에 바로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시할 수만은 없는 문제다. 이와 관련 현재 국내 영리법인 도입 논의는 제주특별자치도와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해보는 것으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규제일색인 한국을 떠나 자유롭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외국으로의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지금 각 나라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번 개혁방안도 시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중국 내에서도 아직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된 계층이 많다는, 즉 그들을 위한 서비스 수요는 아직 많다는 사실을 확인 시켜준 사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철저한 사전준비가 바탕이 된다면 규제강화라는 난제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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