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공급 과잉에 일당수가 낮춰 제시
의료 질 확보 못하면 그저 "요양시설"


 중소병원 경영난을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의 하나로 떠올랐던 요양병상이 기대이상 폭증하면서 꽃을 피우기도 전에 폐업이 속출, 정책당국과 병원계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요양병상은 2001년 29개 기관 3417병상이었던 것이 2002년 54기관 6238병상, 2003년 68기관 8027병상, 2004년 113기관 1만3958병상, 2005년 203기관 2만4755병상, 2006년 361기관 4만2617병상으로 늘었다.

 우리나라는 아급성병상군 1만4154병상, 요양병상군 2만6456병상 등 4만619병상이 필요하지만 공급은 2006년 말 현재 1998병상이 과잉된 상태. 올 들어서는 더욱 늘어 7월말 현재 504기관 6만600병상이 됐다. 한달에 24곳, 하루 지나면 하나의 기관이 새로 태어나는 꼴이다. 고령화사회에 대한 각종 통계가 나오고 내년 장기요양보험의 도입, 선진 각국에서 노인관련 산업 호황이라는 환경, 특히 중소병원 경영난으로 인한 요양병상 전환 등으로 참여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개원 추세를 보면 연말까지는 최대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요양병상이 이렇듯 급증하다보니 환자를 확보하지 못한 의료기관의 폐업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올해 전반기에만 37곳이 문을 닫은 것. 필요 병상의 2만병상을 넘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폐업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노인병원협의회 김선태 총무이사(참병원 원장)는 "내년 도입 예정인 장기요양보험과 일당 수가제에 대한 기대 등으로 연말이면 600~700곳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민주국가에서 노인요양병원의 진입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하더라도 의료의 질이 보장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에 제도 정비를 통해 신중하게 개원을 검토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로원 같은 요양시설과 달리 요양병상은 의료행위가 반영되는 것으로 대부분의 노인전문병원들은 도시의 경우 100~200만원, 시골은 80~120만원 정도의 비용과 행위별 수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병원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개원한 A병원은 환자를 채우기 위해 30~50만원으로 덤핑을 하고 사회복지법인의 환자 모셔오기(?)등 과당·출혈경쟁과 편법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요양병원 시범사업때 적용했던 일당수가 보다 낮게 제시하는 등 옥죄기에 들어가고 있다. 또 요양병상 확충 정책을 중단하고 지자체에 개설 허가시 신중해 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그렇지만 지자체에서는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국고와 지방비를 들여 노인병원을 직접 짓고 또 지원하고 있으며, 모텔을 요양병원화하거나 미분양 상가의 일부층을 요양병원으로 허가하는 예도 많아 개원추세가 쉽게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복지부 의료자원팀 신봉춘 사무관은 "요양병상 가동률을 85%로 보면 수요공급의 적정 균형시기는 지난해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번에 요양병상 진입에 경계경보 발령을 내려 자제를 촉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구직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7월 현재 요양병원에 소속된 의사, 한의사, 약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등 주요 6개 직군의 인력은 총 1만3416명으로 2005년 1월 3208명에 비해 2년 반만에 1만명 이상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공급과잉이 됐고 그 폭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어떻게 경영할 것인지가 요양병원의 현안이 되고 있으며,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최근의 중소병원 경영난 그 이상의 폭풍으로 다가올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질을 확보하지 못하면 도태되거나 요양시설일 수 밖에 없다는 것.

 김선태 이사는 "일본도 2001년 개호보험을 앞두고 노인전문병원이 급증했지만 지난해는 억제정책으로 전환했다"며, 우리도 일본의 예를 참고해 요양병원의 적정화와 질 향상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최고 속도의 저출산·고령화 진행이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에 도전이라도 하듯 요양병상 확충도 가파른 상승곡선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일당 수가제 등의 당근정책, 벌떼처럼 모여드는 의료인, 과당·출혈경쟁 그리고 폐업….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축소판처럼 보이는 이같은 악순환을 벗어나 건강한 노후,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 요양병원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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