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없다" 방심했다간 큰 코 다쳐
근로계약은 물론 바뀌는 법규정 제대로 알아야


노동법 위반…"몰라서"가 대부분
계약직 정규직 전환때 변화조건도 꼼꼼히
모성보호 관련 조항은 미리 숙지해야


 다반사가 되어버린 병원노조의 파업사태로 병원경영에 있어서 노무관리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특히 노무관리에 무심했던 중소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더욱 그렇다. 대형병원처럼 병원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방심하고 있다간 큰 코 다치기 쉽다.

 실제로 지난해 말 광주지방노동청은 소규모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관내 20인 이상 300인 미만 근로자를 사용하는 의료기관 90개소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90개소 중 96.7%를 차지하는 87개소에서 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난 것. 87개 의료기관이 퇴직금 등 금품체불과 연·월차수당 미지급, 최저임금 미달, 근로조건 미명시, 취업규칙 미신고 등으로 시정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노동청은 결과 발표 후 그간 소규모병원에 대한 점검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병의원 관리자들의 노동관계법에 대한 무지를 일깨워주기 위해서라도 향후 지속적으로 위반사례 신고 및 점검을 실시해 나가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소규모병의원 종사자들을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취약한 계층으로 파악하고 보다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따라서 노무관리에 대한 병의원의 관심과 적극적인 대처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노동청에서 실시한 점검 및 신고접수사례를 중심으로 병의원의 준비 및 대처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노동청의 점검시 가장 많은 위반사례로 적발되고 있는 것이 근로계약 과정에서의 문제다. 이는 대부분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의사 혼자 병원경영과 진료를 담당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주로 발생한다.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 시 취업 장소와 업무, 취업규칙,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휴가를 반드시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기관일수록 이러한 절차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번거로움을 이유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 지난해 있었던 일제점검에서도 근로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기관이 38개소, 취업규칙을 신고하지 않은 기관이 30개소였다.

 소규모의료기관에서 가장 많은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시간외 근로 정산문제다. 각종 휴가를 부여하지 않거나 미사용보상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할증임금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문제 등은 노동청을 통해 꾸준히 질의 및 신고되고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포괄산정근로계약방식. 연봉전체액에 제수당까지 포함돼 시간외 근로에 대한 추가비용을 일일이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들어 많은 의료기관에서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근로시간에 대한 제수당이 포괄산정된 연봉에 미치지 못할 경우 무효로 보는 행정해석도 있는 만큼 기본급과 제수당의 비율을 효과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병원 종사자 중에는 여성근로자가 많은 만큼 여성에게 적용되는 모성보호 관련 조항을 미리 숙지해야 한다. 생리휴가부여와 미사용수당 지급은 기초적인 부분. 임산부의 경우 시간외 근로가 금지되며 야근이나 휴일근무는 근로자의 동의와 노동부장관의 인가가 있을때만 가능하다. 또, 모성보호를 위해 5인 미만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산전·후 휴가 및 유·사산휴가를 주어야 하며, 이들 휴가 이후 30일 간은 해고할 수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이같은 모성보호 규정은 노동청과 지역여성노동자회 등에서 특히 요주의하고 있는 것으로 지난해 일부 병원에서 혼인, 임신, 출산을 퇴직사유로 정하는 별도서약서를 만들어 제출케한 사실이 드러나며 관리감독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력관리의 유연성을 위해 직원채용에 있어서 계약직으로 우선 채용한 후 정규직 결원 발생시 계약직 직원 중에서 평가가 높은 직원을 정규직으로 발령하는 방법이 많이 쓰이고 있다. 이 경우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한 경력은 인정하되, 사직서제출, 퇴직금 정산, 연월차수당정산 등 기존 계약직원으로서의 모든 근로계약을 종료시키고 정규직으로서 새로운 계약을 형성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근로자가 낸 이의신청에서 노동부 및 노동청은 "계약직 근로관계의 종료는 정규직 임용의 필수요건이고, 계약직 근로관계를 종료하지 않을 경우 정규직으로 임용될 수 없는" 사정하에서 사직이 이뤄진 것인 만큼 이를 "근로자의 진의"라고 해석할 수 없으며,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각종수당지급 및 연차휴가 산정시에도 계약직 근로기간을 계속근로기간으로 보아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따라서 차후 분쟁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병원 형편"에 우선해 노무관리를 접근해서는 범법자 되기 십상인 것이 현실이다. 임금 및 휴가체계 등 변화되는 법규정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만이 직원과 병원 모두가 좋은 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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