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주년 특집 설문조사>
- 서울·수도권 일반인 700명이 말하는 "난 이런 의사가 좋더라" -


"성의 없네? 병원 옮기면 그만" 


대한민국 의료계가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낮은 건강보험 수가, 의사·의료기관의 급증과 이로 인한 의사당 환자수 감소, 늘어나는 인건비와 금융비용 등 심각한 경영난에 처하면서 위상의 내리막이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서도 의료기관을 유지하고 흑자경영을 위해서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을 토대로 도약을 위한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본지는 창간 6주년 기획특집으로 환자들이 의사에 바라고 기대하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병의원 방문시 선택기준은 무엇이며, 의사·의료기관에 대해 만족과 불만족의 원인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난 이런 의사가 좋더라"라는 주제로 실시한 의사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는 6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한달간에 걸쳐 서울과 수도권에서 최근 1년간 질병치료를 위해 병·의원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일반인 700명(남성 315명·여성 385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번 기획이 칠흙같은 어둠에 비유되는 의료계의 현상에 불황을 뚫고 나올 수 있는 하나의 단초가 되어 병의원 경영에 한줄기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무서운 입소문"
마케팅 주요 경쟁력

병원 선택 판단 기준은 "접근성"

 아직도 병의원 이용에 있어서 가장 주요한 판단 기준은 접근성이 첫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한 병의원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46.9%인 323명이 "접근성"을 꼽았다.

 이어 168명(24.4%)의 응답자는 "주변인의 추천"을, 109명(15.8%)은 "의술에 대한 인정"을 이유로 들었으며, 59명(8.6%)은 "지역사회내에서의 평판"이라고 응답했다.

 이런 설문결과에 대해 병의원 종합 컨설팅 오픈앤 서포트의 이우영 대표는 "접근성은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다. 입지선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또 "주변인의 추천이나 의술에 대한 평판, 지역사회내에서의 평판 등 소위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소문이 47.8%나 차지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빅마우스를 활용한 "입소문 마케팅"이 앞으로 주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광고나 일반광고를 보고 병의원을 선택한다는 응답자는 소수에 그쳐 비용대비 충분한 광고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소문이 무섭다"는 분석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의사의 의료기술은 어떻게 파악하는가"라는 물음에 전체 68%인 474명의 응답자가 "주변사람들의 경험을 듣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이 설문에서 "인터넷 등 자료를 직접 찾아보고 판단한다"는 응답자도 13.4%에 달했다.


"보통=불만족", 차별화 서비스로 잡아야


 병의원 이용시 전체적인 만족도에 대한 물음에서는 응답자의 44.6%인 311명이 "보통"이라고 답했으며, 38.7%(270명)가 "만족"을, 12.6%(88명)가 "불만족"을 꼽았다.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자도 1.9%가 있었으며, "매우 불만족"이라는 응답도 2.3%에 달했다. 인천에 한 개원의는 "솔직히 대다수가 불만족일 거라는 예상을 했었다"면서 룕하지만 "보통"이라는 응답자는 통상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

 보통이라고 응답한 환자는 선거로 치면 "부동표"인만큼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을 통해 이 부동표를 흡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환자권리 설명에 사생활 보호 긍정적 평가


 최근 환자들의 인권보호와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위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환자 프라이버시 보호문제"도 언급했다.

 "진료중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대해서는 만족했는가"에 대한 물음에 45.4%인 317명의 응답자가 "만족"을, 44.6%(311명)이 "보통"이라고 응답해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체로 만족해하는 결과를 보였다.

심장판막이상으로 정기적으로 내원하고 있는 한현옥(서울·33세)씨는 "요즘은 병원에 가면 환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친절한 사전 설명을 들을 수 있다"며, "프라이버시 보호가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거나 느껴지는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말 한마디에 이미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룖고 말했다.

하지만 프라이버시를 존중받지 못했을때 환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서비스 만족 최우선 잣대 "증상호전"

 "병의원 서비스에 만족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2개 응답 가능)"라는 질문에 913개의 응답 중 27.6%가 "제증상의 호전"을 꼽아 의료의 본질이 질병치유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간호사 등 직원들의 친절"과 "자세하고 알기쉬운 설명"이 각각 16.8%와 14.6%로 뒤를 이어 이젠 고객으로 당당히 의료기관을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위궤양으로 입원해 있는 김 모씨는 룕솔직히 정말 아픈 사람의 입장으로 친절함보다는 증상의 완화가 간절하다룖면서 병원에 오는 제일 큰 목적인 증상의 완화와 완쾌임을 환기시켰다.

 룕물론 직원들이 친절하면 좀 아프고 짜증스럽더라도 환자입장에서는 너그러워 질 수밖에 없고 많이 좋아지면 "친절한 덕도 있었겠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척추질환으로 최근 척추전문병원에서 진료를 한 김○○씨는 "척추 수술은 우리나라 의료진의 수준이 평균적으로 선진국 수준에 달했다고 생각해 친절하고 깨끗한 병원을 찾게 된다"면서 "직원이 안내데스크에서부터 불친절하면 정말 100리길이라도 돌아서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친절함이 절반의 성공이라는 얘기도 빼지 않았다.

어려운 설명·비싼 의료비 "싫다"

 반대로 "병·의원 서비스에 불만족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2개 응답가능)"라는 질문에 671개의 응답 중 "부족하고 어려운 설명"과 "긴 대기시간"이 각각 19.5%의 응답률을 보였고, "비싼 의료비" 12.5%, "불친절한 말투"가 10.7%, "간호사들의 불친절"과 "증상완화되지 않음"이 각각 9.2%의 응답률로 뒤를 이었다.

 앞서 만족한 원인과 상반되는 점은 제증상의 완화보다는 대기시간이나 간호사들의 불친절 등 진료 외적인 부분이 상당히 많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시간 길어도 의미있다면 참는다

 환자들이 전체적인 의료서비스 중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부족하고 어려운 설명"으로 나타났다. 23.4%인 162명이 이같이 응답했으며, "긴 대기시간(18.1%)", "간호사 등 직원들의 불친절(16.1%)", "비싼 의료비(13.6%)"가 뒤를 이었다.

 의사들의 어려운 설명과 설명 부족은 실제 임상, 특히 일차의료 현장에서 항상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며, 환자의 입장에선 의사의 기본기능이나 자질로 이야기 된다. 결국 설명부족은 의사들의 직업윤리 부족 문제로 결론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의사의 입장은 어쩔 수 없는 의료현실을 탓하고 있다. 대다수 의사들이 의사의 설명 부족과 관련된 요인으로 낮은 진료수가를 들고 있다. 한 개원의는 "의사의 입장에서 최선의 설명에 대한 대가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진찰료가 낮고, 더 설명을 많이 한다고 해서 특별히 더 대가가 더 주어지지 않는 현재의 의료체계에서, 굳이 그렇게 행동해야 할 현실적인 유인이 없는 것이 아픈현실"이라면서 "환자들이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로 꼽은 만큼 이젠 의사사회내에서 환자수가 많은 병원이 좋은 병원이라는 인식부터 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또 다시 주목해야할 점은 의료 외적인 문제에도 환자들이 많은 개선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서울 양재동 상쾌한 이비인후과의 안태환 원장은 "긴 대기시간과 비싼 의료비 등 환자들이 꼽은 개선점들은 결국 간호사 등 직원들의 친절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긴 대기시간을 의미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주고 비싼 의료비도 환자가 납득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얼마나 설명을 충분히 하느냐에 대한 문제라면서 환자들은 결국 심정적인 위로와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원한다는 것을 설문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한결같은 친절·성의 평생고객으로


 한편 환자들은 의료기관에 불만이 있을 경우 과반수 이상이 의료기관을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에 불만이 있을 경우 어떻게 대처했냐는 물음에 50.9%인 346명의 응답자가 "의료기관을 옮겼다"고 응답했으며, "불이익을 우려해 참았다"가 23.4%, "옮길 계획을 세웠다"가 17.6%,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가 7.6%였다.
 약 70%의 응답자가 불만이 있을 경우 의료기관을 옮겼거나 옮길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에 대해 서울 천호동 성모의원 류승준 원장은 "환자에게 약간이라도 짜증스럽게 응대한 경우, 그 환자의 이름에 체크를 해놓았는데 100% 다시 내원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환자의 마음은 나비와도 같아서 한결같은 친절로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소리 없이 의사를 외면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직도 불이익을 우려해 참는 환자가 다수 존재하는 것은 의사에 대한 막연한 경외감을 아직도 갖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의료정책 잘 펼 대선 후보

이명박 32.6%, 박근혜 21.6%, 손학규 9%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가장 훌륭한 보건의료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하는 대선출마 후보자는 누구냐는 물음에는 한나라당 대선후보출마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32.6%, 박근혜 후보 21.6%,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9%의 응답률을 보여, 일반적인 대선후보 선호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알권리 충실한 의료기관에 후한 점수
의사들 정당한 주장도 국민 공감 못 얻으면 "집단이기주의"

 이번 설문에서 환자들의 특징은 크게 두가지로 집약된다. 먼저 환자의 알권리를 충분히 설명해 줄 수 있는 여유와 친절을 가진 의료기관에 후한 점수를 준 것. 또 그렇지 못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컴플레인보다는 병원을 바꿔 조용하지만 강한 의사표시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이 나지 않는 숭늉이 더 뜨겁듯이 환자들이 의사 앞에서 "Yes"를 외친다고 그걸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선 안될 것으로 판단된다.

 환자는 굳이 "NO"라고 외치지 않아도 의사·의료기관을 옮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있고 이미 행동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세차례에 걸친 창간 6주년 특집호에 "의사, 이젠 변해야 한다"라는 주제로 환자에 반말하지 말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동업자 및 조직 구성원간에 하나되기 등을 내용으로 연속 기획기사를 진행했다.

 취재를 통해 본 국민들은 결코 의사들에 특별한 것이나 자신만을 위해 줄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이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것들에 만족하고 이럴 경우 더 나아가 "그 의사"를 입소문을 내는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결국 의사들이 아무리 올바른 주장을 한다고 해도 국민에게 신뢰와 이해를 얻지 못하면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의사들이 먼저 다가서며 기본에 충실해야만 국민과 함께하는 밝은 의료계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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