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식
울산의대 교수 /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장기간 관찰…시판전보다 비용 덜 들어

서 론

 새로운 약제가 개발되어 시판되기까지 동물시험과 인간을 대상으로 1, 2, 3상의 단계별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엄격한 허가심사를 거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약물이 시판되면 남녀노소를 망라한 광범위한 환자군에서 사용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약제와 혼합복용도 이루어지며, 신기능 장애나 간기능 장애가 있는 특수 질환자에서도 사용되어지므로 임상시험에서는 알려지지 않았던 드문 약물유해반응이 발생할 수 있으며, 간혹 치명적인 약물유해반응으로 시판이 철회되기도 한다.

 최근에 국내에서 시판이 철회된 대표적인 사례로는 시사프라이드, 페닐프로파놀아민, 로페콕시브, 테가세로드 등이 있다. 시사프라이드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에 탁월한 효능으로 전문의약품 판매 1위를 차지하였으나 2000년 치명적인 부정맥을 유발하는 것이 밝혀져 제약회사에서 자진 철회하였으며, 페닐프로파놀아민은 수십년간 일반 감기약으로 사용하여왔는데 국내역학조사결과 뇌출혈의 위험성이 확인되어 2004년 식약청에서 판매금지 하였다.

 위장장애가 없는 진통소염제로 각광을 받던 로페콕시브와 여성 변비에 유효한 테가세로드는 심장발작과 뇌졸중을 유발하는 것이 밝혀져 2004년과 2007년에 각각 시판이 철회되었다.

 탁월한 효능으로 임상에서 각광을 받아 블록버스터로 자리잡았던 약물들이 예기치 못한 약물유해반응으로 인해 시중에서 철수되는 사례에서 보듯이 약물시판 후 안전성평가는 약물의 生死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며, 이는 약화사고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따라서 모든 약물은 시판되고 있는 한 안전성평가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제기된다.

 이와 같이 임상시험을 거쳐 시판 승인이 난 다음에도 계속하여 약물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을 시판후 조사 (postmarketing surveillance) 또는 약물감시(pharmacovigilance)라고 한다. 신약의 시판승인 후에 해당 약물의 사용으로 인하여 인구집단에서 발생하는 이롭거나 해로운 결과의 빈도를 파악하면서 그 인과적 관련성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역학적 지식과 연구방법론을 이용하는 것이다.

 시판후 조사는 재심사제도와 같이 능동적 감시의 측면이 강하고, 약물감시는 자발적 보고제도와 같이 수동적 감시의 측면이 강하다.

본 론

 1. 약물 시판후조사의 연구 대상

 약물 시판후조사의 주된 목적은 제 3상까지의 임상시험에서 밝혀지지 않은 각종 효과 및 유해사례를 알아내는 것이다. 즉, 제 3상까지의 임상시험은 연구 대상의 범위와 수가 제한되어 있고, 관찰기간도 한정적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반 인구집단에서 약물을 사용하였을 경우에 어떤 유해사례가 있는지를 알아내고, 대상자 수가 제한됨으로써 알 수 없었던 매우 드문 유해사례를 발견해 내며, 수년 이상의 장기간 투여에 따른 유해사례의 발생을 관찰하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질병과 조건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 실제로 약물이 투여될 때 시판전 임상시험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알 수 없었던 유해사례를 밝히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즉, 투약 대상자의 실제 약물복용 순응정도에 따른 유해사례의 발생의 정도, 흡연과 음주 등 생활습관의 차이에 의한 유해사례 발생의 정도, 그리고 다른 약물과 병행투여에 의한 약물 상호작용에 기인한 유해사례 발생 등을 알아내는 것도 약물시판후 조사의 주요 연구 대상이 된다. 추가로 이러한 시판후조사를 통해 신약의 또 다른 치료효과를 알아내는 것도 주요 관심사이다.

 2. 시판전 임상시험과 시판후

  조사의 비교

 이상의 연구 주제를 가지는 시판후조사는 시판전 임상시험과 비교해 볼 때 다음과 같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약물 시판을 허가받기 위한 제1~3상 임상시험은 가능한 빨리 승인을 받기 위한 목적 때문에 관찰기간과 연구 대상자 수가 한정되며, 대부분 종합병원의 환자를 대상으로 엄격한 선정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연구 결과의 타당도를 높이려고 한다.

 이렇듯 시판전 조사는 실험적 연구형태를 갖기 때문에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는 있지만, 연구 수행이 어렵고 연구비가 많이 들며, 결과를 모든 환자에게 일반화하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으며, 대상수의 제한으로 인해 드문 유해사례에 대해서는 올바른 평가가 불가능하다.

 반면 일단 약물이 시판허가를 받고 판매를 시작하면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장기간에 걸쳐 복용하게 되면서 시판전 임상시험에서 발견하지 못하였던 유해사례를 알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적은 연구비용으로도 약물복용과 유해사례와의 관련성을 규명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그러나, 실험적 조건을 가하지 않은 일상의 진료상태에서 조사하기 때문에 연구결과 해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정보들을 측정해야만 올바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제한점이 있다.

 3. 자발적 유해사례 보고

 1) 유해사례 보고의 단계
 의료인이나 제약회사는 해당 약품에 대한 안전성 정보에 대하여 철저히 조사하고 신속히 보고하여 유해사례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줄여야하는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해 가장 최신의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법적이거나 과학적 윤리적으로 모두 중요하다. 유해사례에 대한 보고를 위해서는 첫째, 유해사례를 발견하고, 둘째, 유해사례의 약물과의 관련성을 확인하고, 셋째, 유해사례를 제약회사 및 식약청에 보고하는 것이다.

 2) 자발적 보고제도의 장점
 자발적 보고는 특히 중대하거나 드문 유해사례에 대한 안전성 정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시판 초기에 유해사례의 발견이 가능하고, 시판되고 있는 모든 약물과 전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할 수 있으며,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모니터가 가능하고, 흔히 사용하지 않는 약물과 드문 유해사례와의 관련성을 밝힐 수 있으며, 동일 계열의 약물들에서 유해사례의 양상에 대한 비교가 가능하고, 유해사례와 관련한 유발요인을 추정할 수 있으며, 조사에 대한 시간의 제약이 없으며, 비용이 저렴하고, 의사들의 처방에 대한 방해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3) 자발적 보고제도의 제한점
 상기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즉, 유해사례와 약물의 관련성에 대한 평가가 전적으로 담당의사에게 의존하게 되고, 유해사례를 실제보다 적게 보고하여 발생률이 실제보다 낮게 나타나게 되고, 흔한 유해사례에 대해서는 적당한 조사방법이 되지 못한다. 또한 의료인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어야 가능한데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자발적 보고가 극히 미미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1990년도부터 시작된 안전성 정보 모니터링제도에 의한 자발적 유해사례보고를 촉진하고 있으나 의사, 간호사, 약사 등에 대한 교육부족, 유해사례 보고에 따른 책임소재 및 보상에 대한 우려, 관료적인 제도 등으로 인하여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적극적 부작용 모니터링 시범사업과 지역약물부작용감시센터 운영으로 인해 유해사례 보고 증례수가 늘고는 있지만 역시 자발적 보고가 갖는 특유의 장점을 살리기에는 여러 보완이 필요하다.

 4) 외국의 자발적 보고제도
 미국 FDA에서는 MEDWATCH 프로그램을 통해 의료인들이 의약품, 생물학적 제제, 의료용구, 특수 영양보조식품 등에서 발생하는 유해사례를 발견하고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yellow cards system이라는 자발적 보고제도가 정착되어 있어서 약화사고에 관한 초기의 정보제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감시체계를 제공하고 있다. ICH-PMS(International Conference on Harmonization-Post Marketing Surveillance)에 따르면 시판후 예기치 못한 중대한 유해사례에 대해서는 15일 이내 신속보고(Expedited Reports)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기적 안전성 최신보고서(Periodic Safety Update Reports)는 6개월 간격을 기준으로 국가마다 다양하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4. 신약 등의 재심사제도

 1) 재심사제도의 목적
 자발적 보고제도의 단점과 정착되지 못한 것을 보완하고자 1995년도부터 신약에 한하여 시판후 약 4~6년까지 600~3000 증례를 추적관찰하여 보고하는 재심사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재심사제도의 목적은 1) 사용 실태하에서의 부작용 발생빈도의 변동, 유효성의 파악, 2) 미지의 부작용, 중대한 부작용의 검출, 3) 소아, 고령자, 임산부, 신.간 장해 등의 특수한 환자에 있어서 안정성과 유효성의 확인, 4) 장기 사용시의 안정성과 유효성의 확인, 5) 1~4) 의 조사에서 검출된 문제점의 검증, 6) 시판후에 확인 또는 검증해야만 하는 사항의 검증 등이다.

 2) 재심사제도의 조사 방법
 보고증례수에 대한 기준은 시판된지 3년이 경과되지 않았거나 2개국이상에서 사용하고 있지 않은 의약품에 대해서는 3000례로, 나머지 의약품에 대하여는 600례로 규정하고 있다. 보고증례수를 3000례로 정한 근거는 유해사례 발생률을 1000명당 1명으로 추정할 경우에 95%신뢰도로 추정시 3000명이 되기 때문이다. 조사대상자 선정방법에 따라 연속조사방법, 전례조사방법 및 중앙등록방법 등의 3가지방법이 있다. 연속조사방법은 신약의 시판이 승인되어 처음으로 환자에게 처방을 시작할 때부터 안전성에 관한 자료를 연속적으로 수집하는 조사방법이다. 전례조사방법은 이미 시판되어 사용되고 있는 약물에 대하여 담당의사에게 일정한 조사기간동안 해당 의약품을 사용한 모든 증례에 대해 빠짐없이 조사하는 방법이다. 중앙등록방법은 담당의사가 해당의약품을 처방한 이후에 협연센터에 환자등록을 하고, 일단 등록된 모든 증례에 대하여 사용성적조사표를 작성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3) 재심사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사용성적조사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였는데, 이는 시판후조사의 특성상 유효성의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고(대조군이 없고, wash out 기간이 없고, 맹검방법이 없는 등), 자칫 제조회사의 판촉행위로 변질될 우려도 있어서 차제에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시판전 임상시험에서 유효성이 의심되거나 처방에 대한 이익과 손해가 불확실한 경우, 해당 위원회나 식약청의 관련부서에서 객관적인 유효성 자료를 제시하도록 예외 규정으로 명시하면 가능하리라 본다. 또한 실제 유효성이 의심되는 신약이라면 약효재평가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허가후 4~6년간 조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대부분의 제약회사에서 판매 초기 보다는 2~3년 경과한 후에 사용성적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재심사제도를 먼저 시행한 일본에서는 시판 초기의 안전성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하여 시판직후조사를 도입한 바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도입이 절실하다. 일부 연구자의 경우 증례기록지 작성이나 추적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전체적인 자료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으며, 제약회사에서도 정확한 안전성 정보의 수집보다는 판매에만 집중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그동안 재심사제도가 시행되면서 제기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2007년 5월부터 식약청내에 PMS제도개선 Task Force가 결성되어 실무작업을 진행중에 있으며, 시판직후제도와 정기적 안전성 보고제도 등이 새롭게 도입될 전망이다.

 5. 약물 시판후조사의 연구 방법 및 전망

 연구설계의 종류에 따라 연구결과로 도출된 인과관계에 관한 결론의 강도가 달라지는데, 환자사례보고가 설득력이 가장 낮고, 환자군연구, 기술적연구, 환자-대조군 연구, 코호트연구 및 임상시험 순으로 설득력이 커진다. 약물 복용과 약물 유해사례와의 인과적 관련성을 밝히기 위하여 환자-대조군 연구와 코호트 연구 등의 분석적 역학연구방법을 사용한다.

 인과관계에 대한 확정적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제4상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도 있다. 시판후조사의 핵심이 되는 약물 복용내역과 약물 유해사례에 대한 정보을 얻는 방법으로는 면접조사, 설문조사, 의무기록지 확인 및 컴퓨터 전산자료 검색 등이 있다.

 최근에 약제비 절감의 일환으로 제기되고 있는 포지티브제도와 관련하여 향후 시판후조사와 약물경제성 및 성과 연구와의 접목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맺 는 말

 지난 20년간 우리나라도 신약개발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여 이미 10여개의 신약이 개발되어 시판된 바 있으며, 외국에서 개발되어 국내에서 새롭게 시판되는 신약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들 신약이 시판되기 시작한 이후에 안전성을 효과적으로 평가하여 유해사례를 조기에 발견함으로써 국민들을 약화사고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준비가 아직까지 완벽하게 확립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시판전에 아무리 엄격한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거쳐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을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대규모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친 관찰을 통하지 않으면 안전성에 관한 확신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미미해 왔던 자발적 보고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유해사례 보고제도에 관하여 의료인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자발적 보고제도가 쉽게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1995년부터 시작된 신약 재심사 제도도 정부당국, 제약회사 및 의료계가 합심하여 바람직한 제도로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시판된 약물에 대한 국내외의 다양한 정보를 구축하고, 새롭게 시판된 약물에 대한 유해사례를 조기에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약물 안전성 평가체계를 구축하고 적절히 운용할 수 있도록 과감한 인적, 물적 투자와 더불어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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