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의협 정치권 로비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러웠다. 많은 의사들이 국민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의사들의 진료 외적 일에 크게 관심갖지 않는다. 의사가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의 병을 잘 고쳐주고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는다면, "의사선생님"으로 대접할 준비가 되어 있다.
 환자의 마음이 이럴진대 의사는 환자를 가슴아프게 하는 언행을 하지 말아야 한다. 추락한 의사의 위상을 되살려내기 위해 본지는 창간 6주년을 맞아 3회에 걸쳐 "의사, 이젠 변해야 한다"는 특집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기본적 대화때도 환자는 평가 중
지식·서비스 파는 상인돼선 안돼


 "의사가 어떻게 존경을 받아? 존경을 받는다면 의료기술이 존경을 받는 거겠지…" 국내 유명 대학병원 교수가 출근길에 내원하는 환자끼리의 대화를 듣고 적잖게 충격을 받았단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대학병원에서 정년퇴임한 한국인 전직교수가 서울의 대학병원 교수와 "멱살잡이"한 일화도 이야기에 일리를 더한다. 그는 "한국의 의료기술이나 인프라가 일정부문 미국과 대등한 것은 물론 월등하다는데 적잖게 놀랐지만긾 환자로 의사를 대한 자신에게 반말로 대하는 의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며 이 의사의 인성부족을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선생님이란 호칭이 붙는 직업은 교사를 제외하고는 "의사"가 거의 유일하다. 자신의 생명을 맏기는 의사에 대한 일종의 믿음과 경외의 마음이 자연스레 우러나오지 않았을까.

 하지만 1990년대 중반에 들어오면서 이런 의사에 대한 경외감과 신뢰감은 차츰 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신뢰도의 하락은 우선 의사와 환자의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직접 대면해야 하는 의사와 환자는 상호 인정과 존중이 필수다. 하지만 환자들은 의사로부터 인정과 존중보다는 "반말"로 대표되는 무례를 경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의사에 대한 불쾌함과 거부감이 첫 대면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위궤양으로 모 대학병원 외래진료를 받은 한 60대 남성은 병원갈 때마다 불안증에 시달렸단다. 아들뻘밖에 안되는 의사가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다며 "미쳤어? 담배 피거나 짠거, 매운거 먹은거 아니야?"라고 서슴없이 막말로 질책한 것이 내내 마음의 병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관절염으로 내원한 한 여성도 "업무상 내원이 여의치 않아 병원에 다시 방문하지 않는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다가 "염증이 있다잖아! 병원에 나오래잖아!"라는 반말 핀잔만 듣고 오히려 두통에 시달렸다고 했다.

 물론 의사사회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꾸라지 한마리가 개울물을 흐린다"는 속담처럼, "의사는 무례해, 의사는 공부만 해서 인격이 제대로 형성이 안됐어. 의사면 다야"등의 의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여전히 바꾸지 못하는데는 이 고질화된 반말의 영향이 크다. 특히 유교적 사고가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 반말 한마디는 상당히 불쾌한 경험이자, 그 사람의 인격을 가늠하는 척도로 작용한다.

 서울아산병원의 한 교수는 "평생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를 수평적 관계로 대할 수 있는 자세를 강조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의 한 개원의는 "요즘 "아저씨"라고 부르는 사람도 늘어났다. 반면 간호사들에게는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은 늘어났다"며긾 상호 존중을 통한 친밀함만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시대의 흐름같다고 했다.

 의사의 권위가 추락하고 있는 것은 아시아에서 의사가 중인계층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현대의학이 들어오고 의사가 양성되기 시작했을때 "선생님"이라 불리며 서양의사와 같은 권위를 얻게 된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시류에 편승한 권위이다. 즉 한국에서 의사가 갖는 사회적 위치가 중요성과 전문성긾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인격이 존중되어 스스로 생성된 것보다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내어 그 권위자체가 허약하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하고 스스로 바꿔야 한다.

 "부(富)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비치는 한국의 의사"라는 이미지를 깨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자기 반성을 해가며 새로운 의사상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의료를 영리화하려는 의료법개정안이 통과될 것이 확실시되는 시점에서 의사가 제대로된 인격과 환자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면 "의료서비스"와 "의학지식"을 파는 상인의 개념으로 대접 받을 수밖에 없다. 내가 존중받으려면 남을먼저 배려해야한다.

 진료실에서 반말부터 추방하자. 그래야 진정한 "선생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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