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간 본지는 고혈압과 관련해 국내외 학회에 소개된 여러 연구결과와 유럽 및 북미에서 발표된 가이드라인을 집중적으로 소개해 왔다. 올해 상반기 개최된 대한순환기학회·대한고혈압학회·미국고혈압학회·유럽고혈압학회 학술대회를 비롯해 가천의대 길병원의 "GO AHEAD 심포지엄" 등은 세계적인 고혈압 관리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최근 발표된 유럽심장학회·유럽고혈압학회와 미국심장협회의 가이드라인은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고혈압 진단·치료·예방에 있어 변화의 흐름을 임상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학계의 시도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상의 자료를 통해 파악할 수 있었던 고혈압 관리의 최신동향은 몇가지로 요약될 수 있겠다.

 우선, 더이상 고혈압이 혈압만의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혈압의 치료목적이 궁극적인 심혈관질환 위험감소이듯, 이제 고혈압은 여타 심혈관위험인자와 동반작용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급증시키는 심혈관장애의 집합체로 봐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진단·치료전략도 혈압수치만을 기준으로 혈압공략에 집중하던 패턴에서 전체 심혈관위험도를 고려해 (고위험군일수록)보다 초기에 더 적극적인 혈압강하와 함께 동반발현되는 여타 위험인자의 통합관리가 새로운 흐름으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물론 이같이 새로운 변화를 임상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기초·임상연구가 더 필요하고, 비용적인 측면 등 학계와 보건당국이 앞으로 상당한 논의를 펼쳐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변화의 흐름이 새로운 고혈압 관리의 논의를 주도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 또한 학술적인 측면에서 고혈압 관리와 관련한 논의의 장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최근 학계의 이슈가 되고 있는 고혈압 관리 최신동향의 변화를 소개한다.


"고혈압은 심혈관 장애 집합체" 인식
전체 위험도 높으면 일차부터 병용요법
다중 인자 발현땐 위험정도 급격히 상승


고혈압 보는 관점의 변화

 지난 2005년 미국고혈압학회(ASH)는 고혈압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제안했다. 변화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혈압은 복잡하게 상호관계를 맺는 병인(위험인자)들로부터 기인하는 "진행성심혈관증후군(progressive cardiovascular syndrome)"이다. 이 증후군의 초기 표지인자(marker)는 흔히 혈압상승이 나타나기 이전에 관찰된다. 이 때문에 혈압 경계수치만으로 고혈압을 분류할 수 없다. 고혈압의 진행은 심장 및 심혈관의 구조적·기능적 장애와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심장·신장·뇌를 비롯한 표적장기에 손상을 야기해 조기 유병 또는 사망을 야기한다(J Clin Hypertens 2005;7:505-512)."

 심혈관계에 구조적·기능적 손상을 유발하는 여러가지 원인들(다중 위험인자)의 발현 및 교차대화(cross talk)에 의한 심혈관장애의 집합체가 고혈압이라는 것이다. 이는 혈압이 높은 상태, 즉 혈압상승이라는 단일 인자에 근거해 고혈압을 구분하던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같은 인식의 변화는 (고위험군일수록)고혈압 환자에서 혈압상승만이 단독으로 관찰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 근거한다. 고혈압 환자의 대부분은 이상지혈증·당뇨병·대사증후군 등 추가적인 심혈관위험인자가 동반되며, 이들은 교차대화를 통해 동맥경화와 같은 심혈관장애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Am J Hypertens 2000;13:S3-S10, Hypertension 2001;37:1256-1261/2005;45:1072-1077, J Hypertens 2006;24:837-843).

 바로 이 때문에 "고혈압을 심장·뇌·신장 등의 표적장기 손상 및 대사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심혈관장애의 징후와 혈압상승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증후군으로 인식해야 한다(스웨덴 살그렌스카대학 비요른 존 다뢰프 교수)"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주장은 고혈압 관리전략의 전반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심혈관 위험도 근거 치료 전략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김철호 교수(대한고혈압학회 학술이사)에 따르면, 고혈압 치료는 예방의학적인 측면이 강하다. 고혈압이 무증상 표적장기 손상이나 동맥경화 등을 거쳐 심혈관질환 등 장기질병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미국과 유럽 등의 가이드라인도 고혈압 치료목표를 장기적인 심혈관질환 유병 및 사망위험의 감소로 규정하고 있다.

 고혈압을 심혈관장애의 증후군으로 보고 치료목표를 심혈관질환 위험감소로 잡는다면, 치료전략은 당연히 높은 혈압이라는 하나의 위험인자만을 볼 수 없게 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혈압은 여타 심혈관위험인자를 동반하는 특성을 보이며, 이 경우 심혈관위험도는 급격히 증가한다. 혈압을 기준으로 단일 인자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심혈관질환 예방에 한계가 있는 만큼, 여타 위험인자의 발현·표적장기 손상·동반 질환 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심혈관위험도가 고려돼야 한다.

 이에 따라 유럽 가이드라인은 지난 2003년부터 고혈압의 (위험도)진단과 관리를 전체적인 심혈관위험도에 근거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환자의 위험도를 차등화(저·중등도·고위험군)시켜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발표된 2007년 가이드라인 개정판은 위험도 구분시 여타 심혈관위험인자·표적장기 손상·동반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고려해야 한다며 전체 심혈관위험도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나섰다<본지 6월 25일자 21면>.

 미국의 경우 2003년 JNC 7(고혈압의 예방·진단·평가 및 치료를 위한 미국합동위원회 제7차 보고서)에서는 혈압수치만을 근거로 위험도 및 치료방법을 권고했지만, 내년쯤 발표가 예상되는 JNC 8은 심혈관위험도에 따른 차등화 치료전략의 고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JNC 7의 지침을 따르고 있는 대한고혈압학회 가이드라인 역시 향후 개정판에는 심혈관위험도에 따른 차등화 전략을 적용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최근의 고혈압 치료는 높은 혈압이라는 단일 위험인자(혈압 경계치)에 대한 평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체 심혈관위험도(다중 위험인자)의 관점에서 전략이 결정되고 있다.

약물 치료시점 앞당겨져

 혈압만이 아닌 전체 심혈관위험도를 고려해 치료전략을 짜게 될 경우, 가장 큰 변화는 정상혈압이더라도 항고혈압제 치료가 위험도에 따라 조기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07년 유럽 가이드라인은 혈압단계를 "optimal(<120/80mmHg)", "normal(120~129/80~84mmHg)", "high normal(130~139/85~89mmHg)", "grade 1·2·3 hypertension(140~159/90~99·160~179/100~109·≥180/110mmHg)"으로 규정해 여전히 140/90mmHg 이상을 고혈압 경계치로 명시하고 있다.

 혈압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약물치료는 140/90mmHg 이상에서 고려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의 가이드라인은 당뇨병이나 신장질환 등을 동반한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130/80mmHg부터 항고혈압제 투여를 권장한다. 특히, 유럽 가이드라인은 120~129/80~84mmHg인 정상단계일지라도 심혈관 또는 신장질환 병력이 있을 경우 "매우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즉각적인 약물치료를 권고하고 있다<본지 6월 25일자 21면>.

 고혈압(심혈관장애증후군)의 초기 표지인자가 흔히 혈압상승이 나타나기 이전에 관찰된다는 ASH의 정의를 앞서 밝힌 바 있다. 이는 다중 위험인자나 표적장기 손상 또는 관련 합병증이 동반되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경우, 혈압 경계치에 의한 고혈압 진단시점에서는 이미 심혈관장애가 어느 정도 진행됐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들은 고혈압 이환의 위험도 또한 상당히 높다. 결국, 혈압이 정상일지라도 전체 심혈관위험도가 높으면 고혈압과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초기부터 적극적인 항고혈압제 치료가 요구된다는 것이 최근의 동향이다.

 한편, 미국심장협회(AHA)가 최근 발표한 고혈압 관리 가이드라인 역시 "고혈압 환자의 관상동맥질환 일차예방을 위해 당뇨병, 만성신질환, 관상동맥질환에 준하는 경동맥질환·말초동맥질환·복부대동맥류와 함께 10년내 심질환 발생위험이 10% 이상인 고위험군에까지 130/80mmHg 미만으로의 보다 적극적인 혈압강하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본지 7월 9일자 29면>.

병용요법 일차선택 가능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 초기의 적극적(또는 공격적)인 고혈압 치료동향은 과거 이차선택으로 제시돼 온 병용요법의 조기적용 또한 요구한다. 고위험군의 경우, 초기에 신속한 혈압강하가 상당히 중요하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발사르탄의 효과를 검증한 "VALUE" 연구에서는 초기에 혈압을 많이 강하시킬수록 질환 발생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단일요법으로는 고위험군의 강력한 혈압강하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럽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항고혈압제 단일요법은 이른바 "responder rate(수축기와 이완기 혈압강하 정도가 20/10mmHg 이상)"가 대략 50%대에 이른다.

 반면, 고혈압 환자에서 140/90mmHg 미만 목표치 도달률은 대부분 20~30%를 넘지 못한다. 이를 근거로 가이드라인은 "grade 2·3 HT" 단계에 이르는 등 혈압상승의 정도가 현저하고 전체 심혈관위험도가 높은(고위험군 또는 매우 고위험군) 경우, 일차부터 병용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본지 7월 2일자 23면>.

 항고혈압제간 병용이 단일요법과 비교해 우수한 혈압강하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칼슘길항제(CCB)와 이뇨제 병용의 혈압강하 효과를 확인한 "ACCOMPLISH", ARB와 이뇨제 고정용량 병용효과를 입증한 "VELOCITY" 연구 등이 올해 ASH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CCB 암로디핀과 ARB 발사르탄을 하나의 정제로 혼합한 복합제 엑스포지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종 승인된 것도 이같은 동향을 반영한다.

 또한, 가천의대 길병원 심장내과 고광곤 교수가 주도한 "ACE억제제(ACEI)와 ARB 병용의 단독요법 대비 혈관 및 대사반응 개선효과"에 관한 연구결과가 최근 "European Heart Journal" 온라인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는 항고혈압제간 병용이 혈압강하 이외에 심혈관보호효과라는 부가적 혜택을 줄 수 있음이 처음 제시된 것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초기에 강력하게" 가이드라인 대폭 강화

여타 위험인자의 통합관리

 고혈압은 이상지혈증·당뇨병·대사증후군 등의 여타 심혈관 위험인자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다중 위험인자의 발현은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급격히 증가시킨다. 고혈압이 야기하는 10년내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은 대략 4%대. 여기에 이상지혈증·당뇨병·흡연이 더해지면 위험도는 21%로 급증한다.

 석학들은 이같은 위험도 배가현상의 원인을 위험인자간 교차대화에서 찾고 있다. 위험인자들의 상호작용이 심혈관의 구조적·기능적 손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결국, 다중 위험인자가 나타나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 궁극적인 질환 이환의 예방을 위해서는 혈압 하나만을 잡아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HOT(Hypertention Optimal Treatment)" 연구에서 혈압만 낮췄을 경우 주요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는 30%대였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 각각의 위험인자를 개별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통합관리해 교차대화를 막는 것이 궁극적 심혈관사건 발생위험을 줄이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새로운 주장. 이것이 바로 최근 학계의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심혈관계 위험인자 통합관리 패러다임"이다. 이를 고혈압에 적용하면, 개별 환자의 전체 심혈관위험도에 근거해 위험도가 클수록 당뇨병이나 이상지혈증 등 상호관련성이 높은 여타 위험인자까지 엄격하게 관리해야 더 좋은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유럽 가이드라인 개정판도 심혈관질환 또는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서 지질저하제(스타틴)·항혈소판제(아스피린)·혈당강하제 등을 함께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본지 7월 2일자 23면>. AHA 고혈압 가이드라인 역시 고혈압 환자의 관상동맥질환 예방을 위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환자에서 항고혈압제와 항혈소판제·지질저하제 등을 함께 사용하는데 특정한 금기사항이 없다며 여타 위험인자의 동시관리를 지지했다<본지 7월 9일자 29면>.

심혈관보호 부가효과 약물 주목

 앞서 밝힌 심혈관계 위험인자 통합관리 패러다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발현되는 모든 위험인자를 다 관리한다는 측면보다 위험인자간 교차대화의 결과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중 위험인자의 발현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야기되는 시너지 효과, 즉 구조적·기능적 심혈관장애의 악화를 어떻게 차단하느냐가 핵심이다.

 복잡하게 상호관계를 맺는 병인들로부터 기인하는 "진행성심혈관증후군"이라는 ASH의 새로운 정의를 고려한다면, 고혈압도 이같은 심혈관장애의 집합으로 인한 기저질환의 악화를 막아내는 것이 치료의 핵심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물론, 고혈압 치료의 핵심은 여전히 강력한 혈압저하에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항고혈압제에서 혈압강하 이외에 부가적 심혈관보호효과(심혈관사건 감소)가 속속 보고되면서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고혈압 치료의 궁극적 목적인 심혈관질환 위험감소에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일부 항고혈압제의 혈관 내피세포기능 개선효과다. 고광곤 교수는 "심혈관사건의 기저질환인 동맥경화 진행과정에서 혈관의 긴장도나 염증을 조절하는 내피세포의 기능장애가 일관되게 유발된다"며 "내피세포기능장애가 인슐린저항성과 같은 대사장애와 상호작용을 통해 동맥경화의 악화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이 혈관장애를 막아낼 수 있다면 동맥경화는 물론 궁극적인 심혈관사건까지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인데, 고 교수는 RAS(레닌-안지오텐신시스템)가 내피세포기능장애에 관여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ACEI와 ARB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들 두계열 약물은 "HOPE"와 "LIFE" 연구 등에서 여타 항고혈압제와 혈압강하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심혈관사건과 사망은 유의하게 낮은 결과를 보였다.

 이는 두약물에 혈압강하와는 별도로 임상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이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고 교수는 그 원인을 심혈관 구조 및 기능에 긍정적 변화를 야기하는 RAS 차단기전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이를 일부 밝혀낸 것이 그가 주도한 "ACEI와 ARB 병용의 단독요법 대비 혈관 및 대사반응 개선효과"에 관한 연구결과다. 유럽 가이드라인은 여러 항고혈압제 각각의 부가효과를 반영해 환자의 임상조건에 따라 선호되는 약물선택을 요구하고 있다<본지 7월 9일자 23면>.

 반면, 김철호 교수는 "현재까지는 고혈압 치료시 항고혈압제 혈압강하 효과가 95%이고 부가적 혜택(pleiotrophic effect)은 5% 정도에 불과해 혈압강하가 여전히 중요하다"며 "아직 더 많은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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