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가이드라인은 고혈압 관리동향과 관련한 최근의 변화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은 실용적인 측면보다는 학문·교육적 측면이 강조됐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이를 전반적으로 따르고 임상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 대한고혈압학회도 내년쯤 발표가 예상되는 미국의 JNC 8차 보고서와 유럽가이드라인을 종합·비교해 개정판을 내야하지 않겠냐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최근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기존보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검사와 함께 보다 빠르고 공격적인 약물치료 등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같은 권고사항을 전반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비용문제 등 현실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항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의 동향변화가 학계의 설득력을 얻고는 있지만, 일선 의사들이 이를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갈수록 높아지는 환자의 기대치를 고려해야 하는 의사들로서는 진료의 질 향상과 현실적인 문제점 사이에서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철호 대한고혈압학회 학술이사(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를 만나, 최근 발표된 가이드라인과 고혈압 관리동향 및 임상적용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다.



학술이사고혈압 치료는 심혈관질환 최소화 목적


철저한 예방위해 무증상질환 발견 중요
백의고혈압 진단 의사·국민 교육 필요
위험인자 평가 반드시…동시 관리돼야


 - 미국고혈압학회가 고혈압을 "복잡하게 상호관계를 맺는 병인들로부터 기인하는 진행성심혈관증후군이다"라고 정의했는데, 무엇을 의미하나?
 예방의학적인 목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유럽가이드라인도 무증상(subclinical)질환의 발견을 특히 강조했다. 고혈압이 표적장기 손상 등 무증상질환을 거쳐 심혈관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예방목적으로 치료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같은 개념이 중요하다. 예방을 철저히 하는 것이 질환이환 후 치료하는 것보다 비용효과 면에서 우수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 고혈압 관리동향의 변화흐름을 반영한 가장 최근의 사례가 유럽가이드라인 개정판으로 보여지는데,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

 2003년 내용을 일관되게 지키고 있다. 표적장기 손상을 포함한 무증상질환과 대사증후군 등을 심혈관위험도 판단의 매우 중요한 위험인자로 간주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전에는 당뇨병과 고지혈증 등을 주요 위험인자로 간주했는데, 대사증후군과 표적장기 손상을 강조해 포함시켰다.

 - 항고혈압제 치료시점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Normal(120~129/80~84mmHg)"이나 "high normal(130~139/85~89mmHg)"이라도 위험도가 높으면 약물치료를 일찍 시작하라는 메시지다. 약물치료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선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2003년에도 고려됐으나, 심혈관위험도의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됐다.

 - 고위험군에서 병용요법의 일차선택을 권고하기도 했는데….
 권고의 배경은 "VALUE" 연구다. 심혈관 고위험군의 경우 초기에 혈압을 많이 낮출수록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이 감소된다는 결과였다. 고위험군에서 신속한 혈압강하가 중요하기 때문에 병용요법을 일차에서도 고려하라는 내용이다.

 - 병용약물에 대한 변화는 없었나?
 기존에는 베타차단제와 이뇨제의 병용이 실선으로 연결돼 있었으나, 이것이 점선으로 바뀌었다. 당뇨병 발생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당뇨병 가족력이나 비만 또는 대사증후군 환자에서는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다.
 이외의 병용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CCB와 ACEI 또는 ARB, 이뇨제와 ARB 또는 ACEI, CCB와 베타차단제의 병용 등이 고려될 수 있다.

 - 여타 위험인자와의 통합관리에 대한 견해는?
 고위험군에서는 당뇨병과 고지혈증·흡연이 가장 중요하다. 약물치료의 경우 고혈당이나 고지혈증을 전반적으로 함께 관리해야 한다. 고위험군일수록 이를 더 엄격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혈당약이나 지질저하제 또는 항혈소판제가 항고혈압제와 상호작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뇨제나 베타차단제는 혈당량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대사증후군 환자에서는 피해야 한다.

 - 베타차단제의 일차선택을 놓고 일선 의사들이 혼선을 느끼고 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일차적으로 대사증후군이나 비만 또는 당뇨병 가족력이 있는 경우 베타차단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 될 것이다. 가이드라인들도 이같은 원칙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베타차단제가 당뇨병 위험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고려해 일선 의사들이 판단해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내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각 의사들의 주관에 맡겨야 할 것으로 본다. 이미 대사증후군·비만·당뇨병에서는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 보편적으로 합의돼 있다. 이 범주 내에서 의사들이 선택해야 할 것이다.

 - 약물치료시 혈압강하와 심혈관질환 위험감소중 어디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나?
 항고혈압제 효과에서 보면 혈압강하가 95%이고 부가적인 효과(pleiotrophic effect)는 5% 정도에 해당한다.
 일부 항고혈압제가 심혈관사건 감소효과에 좋다는 것인데, 이 부수적인 효과가 5%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때 강압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고위험군으로 갈수록 심혈관질환 위험감소도 중요도가 높아진다.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없고 동시에 공략해야 한다.

 - 유럽가이드라인은 백의고혈압의 심각성과 이에 따른 활동혈압 측정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국내의 경우는 어떠한가?
 백의고혈압은 너무 중요한 사안이다. 항고혈압제가 필요치 않은 대상에게 투여되는 원인이 되며, 이 경우 환자에게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으로 불편을 야기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가정혈압이나 활동혈압 측정을 보다 보편화시켜야 하며, 백의고혈압 발견에 의사들이 노력해 주어야 할 것이다.
 백의효과와 백의고혈압은 구분돼야 한다. 백의효과는 병원에 오면 환자가 긴장해 혈압이 올라가는 현상이다. 백의고혈압은 고혈압이 아닌데도 고혈압으로 진단받는 경우다. 진단이 잘못된 것으로 전체 고혈압 치료환자 100명중 25명 정도로 비중이 상당히 높다.
 가정혈압이나 활동혈압 측정이 해결방안이다. 대국민 홍보나 의료인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최근 대한고혈압학회가 발간한 "혈압 모니터 지침"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백의효과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환자가 5분간 안정을 취하도록 한 후에 혈압을 측정하고, 측정전 30분간 커피나 담배는 금하며, 맥박이 빠르거나 불안해 하는 백의효과가 의심되는 환자들에게는 반드시 가정혈압 측정을 요구해야 한다.

 - 유럽가이드라인이 우리나라 임상현장에도 적용가능하다고 보는지?
 고혈압 환자는 위험인자의 평가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유럽가이드라인이 강조한 무증상 표적장기 손상에 대한 조사는 앞으로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가이드라인은 심장초음파, 경동맥초음파, 소변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모든 고혈압 환자에게 이를 주기적으로 적용해야 하는가는 논의해 봐야 한다.

 - 최근의 고혈압 관리동향을 총평한다면?
 고혈압은 예방적인 치료다. 심혈관질환을 최소화하는 목적이 가장 크다. 이 때문에 반드시 다른 위험인자의 관리와 병행해야 한다. 흡연, 지질, 당뇨를 함께 관리하며 혈압을 강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혈압강하시에는 어떤 약제를 선택하느냐 보다 혈압을 많이 강하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의 순응도를 향상시켜 복약률을 높일 수 있게 처방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ABCD 가이드라인에 따라 장시간 효과가 지속되는 1일 1회 약제를 골라 순응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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