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6만6228명. 우리나라 사망원인 질환 1위로 4명중 1명은 암으로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이로 인한 의료비의 급격한 증가는 건보재정 불안을 일으키고 경제성장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흡연은 암의 가장 큰 원인으로 다른 많은 질병도 일으키기도 한다. 이에따라 금연을 실천한다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으로 나가는 기본전제는 확보한 셈이 된다.
 본지는 2001년부터 지속적으로 금연치료에 대한 수가 적용을 주장하는 등 탈흡연문화에 앞장서 왔다.
 이번 창간 6주년 기념 특집호에는 담배연기없는 깨끗한 세상 만들기의 일환으로 흡연의 현황을 살펴보고 금연정책의 나갈 방향 등을 제시해 본다.



조 성 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보건환경연구소
(공동필자 박수잔)


성인남자 절반 넘어…지난해 흡연율 OECD 최고

 국내외 여러 연구들을 통해 흡연은 폐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의 발생과 조기사망의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400만명에 이르며, 향후 20~30년 후에는 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담배로 인한 사망자수는 4만 6천명으로 추정되었으며 당분간 흡연관련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매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흡연으로 인한 국민건강의 위해성과 그에 따른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흡연율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어서 그 심각성이 크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1980년 79.3%로 대한민국 남성의 대다수가 흡연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 높은 수준이었다. 다행히 1990년대에 접어들어 서서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2001년에 이어 2006년에도 OECD 국가 중 최고 흡연율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의 자료원은 1992년부터 매해 시행되고 있는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흡연율 조사(한국 갤럽 의뢰 시행)와 3년마다 시행되는 국민건강영양조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 조사된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56.1%, 2006년 12월 한국갤럽 조사 44.1%로 50% 안팎의 흡연율을 기록하고 있다. 두 조사의 결과는 조사대상자 수와 표본추출과정의 차이로 인해 다소 상이하나 동일한 점은 1990년대 초반 70% 가까운 높은 성인 남성 흡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최근 50% 안팎까지 낮아졌으며 2000년대에 그 감소세가 더욱 뚜렷해 졌다는 것이다. 이는 2001년 이후 다각적으로 이루어진 정부의 금연정책의 효과로 평가된다.

 남성 흡연율과 달리 성인 여성 흡연율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1990년대 이후 6% 이내를 유지하며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여성흡연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과 자가보고 형식의 흡연행태 조사 현실을 고려할 때 흡연의 과소보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또한 여성 흡연율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20-30대 여성 흡연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향후 여성 흡연율이 증가할 위험성이 있다.

 청소년 흡연율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에서 연세대학교에 의뢰하여 1988년부터 전국 중고등학교를 표본 추출하여 조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흡연율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자료원이다. 고등학교 남학생 흡연율은 1997년 35.3%를 정점으로 2005년 15.7%까지 감소했으나 2006년 20.7%로 반등하였다.

 중학교 남학생 흡연율은 2000년 7.4%에서 2004년2.4%까지 감소했으나 이후 다시 증가추세로 2006년 5.3%로 조사되었다. 고등학교 여학생의 경우에는 2000년 10.7%를 최고치로 꾸준히 감소하여 2006년 절반수준인 5.2%까지 떨어졌으나 중학교 여학생의 흡연율은 2002년 0.9%에서 2006년 3.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남녀 모두 고등학생 흡연율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중학생의 흡연율은 소폭이지만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중학생 흡연율이 증가하고 청소년 흡연시작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것은 성인 흡연율의 장기적 증가를 초래할 수 있고, 향후 흡연으로 인한 건강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많은 나라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된 WHO의 흡연유행모형(tobacco epidemic model)에 비추어 국내 흡연율의 변화 특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남성 흡연율 50% 이상, 여성 흡연율 증가, 흡연시작 연령이 낮아지는 특징을 갖는 제 2단계에서, 흡연대응 국가전략이 강화되며 남성 흡연율이 점차 하락하는 제 3단계로 이행되고 있다고 평가된다.

 따라서 향후 흡연율을 흡연 유행단계를 토대로 예상해본다면 남성 흡연율은 소폭의 감소세를 유지하나 여성 흡연율은 보다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흡연율의 변화는 금연정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므로 향후 흡연율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금연정책 수준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유럽국가연합에서는 국가별 담배규제정책을 평가해 담배규제 정책과 흡연율과의 연관성을 분석하여 제시한 자료가 있다. 금연정책의 6가지 영역(가격정책, 금연구역, 금연정책에 대한 경제적 투자규모, 담배광고규제, 금연의 치료적 지원, 경고문구)에 대해 유럽 28개국의 금연정책을 평가하여 비교한 결과 금연정책의 강도가 강할수록 흡연율의 감소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연정책의 총괄적 평가와 비교를 위해 ENSP(Europian Network for Smoking Prevention)의 기준을 적용하여 우리나라의 금연정책을 평가한 결과 총 100점 만점에 48.5점으로 헝가리,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등과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수준의 금연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남성 흡연율을 살펴보면, 헝가리는 1994년 44%에서 2003년 42%, 에스토니아는 1994~96년 50%에서 2002~3년 45%, 슬로베니아는 1994년 35%에서 2001년 28%로 흡연율이 감소하였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헝가리와 에스토니아의 90년대 중반 흡연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우리나라가 유럽의 선행사례를 따를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현 금연정책 수준을 유지할 경우 향후 5년간 흡연율의 감소세는 유지될 수는 있으나 5% 이상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정부가 금연정책을 1~2년 내에 획기적으로 강화하지 못한다면 2010년까지 남성 흡연율을 30%까지 낮추려는 국민건강증진 종합대책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 이렇게 된 데는 그동안 점차 강화되었어야 할 여러 가지 금연정책이 정치적 합의의 부재로 인해 계획만큼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것도 큰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흡연율의 일반적 유행모형, 금연 정책, 그리고 기존의 추세로 미루어 볼 때 향후 흡연율에 대한 몇 가지의 전망을 해볼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의 금연 정책은 꾸준한 발전을 보일 것이며 최소한 현상유지는 될 것이다. 아울러 몇 가지 계기를 통해 획기적 발전이 가능한 잠재력이 있으나 정책 및 건강증진 노력에 달려 있다. 예컨대 담뱃값 인상, 담배생산판매금지 조치, 환경성 담배연기에 대한 관리조치, 담배 및 흡연관리에 대한 정부 전담부서 설치 등의 정책개입이 이러한 뚜렷한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성인 남성 흡연율은 꾸준히 감소하다가 어느 지점에서 평형을 이룰 것이다. 이 평형점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은 정책개입의 수준에 달려 있다. 현재 여러 선진국에서는 15~30% 범위에서 평형점을 이루고 있다.

 셋째, 여성 흡연율은 만약 적극적 정책개입이 없다면 점차 증가하여 현재보다 높은 수준에서 평형을 이룰 것이나 확고한 정책개입에 따라 평형점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청소년 흡연율은 다소 예측이 어려우나 향후 현 추세의 유지 혹은 증가의 우려가 있다. 청소년의 흡연율의 관리는 성인 흡연율의 장기 추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래의 흡연율은 지금부터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빠른 흡연율 감소로 흡연 최강국에서 탈피하여 흡연자와 비흡연자들의 목숨을 구하고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하고 적극적인 금연정책이 요구된다. 정부가 이와 같이 확실한 금연정책을 추진하도록 만드는 가장 중요한 동력은 국민들이 한 목소리로 이러한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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