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철 환
인제대학원대학교
서울백병원 금연클리닉


정책강도 낮은 편…담배규제기본협약 실천 더뎌

 우리나라의 금연정책의 우선 순위를 제시한 연구 논문이나 보고서를 찾기는 어려웠지만 그동안 정부와 민간단체에서 꾸준히 금연정책을 제시한 것을 종합하여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정부는 그동안 담배 가격 인상 등 가격정책 이외에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금연홍보교육실시, 금연구역 확대, 금연클리닉, 금연상담전화 등의 다양한 비가격 금연정책을 시작하였다.

 아울러 2005년부터 금연클리닉을 전국 보건소에 확대하였고, 2006년부터는 금연상담전화를 전국으로 확대하였다. 이를 통해 2010년까지 성인 남성흡연율을 30%까지 낮출 계획이다.

 하지만 이 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서 제시하고 있는 담배가격 인상, 면세담배 폐지와 같은 가격정책과 금연구역 확대, 담배경고문구 강화, 담배 광고판촉후원 행위 규제 강화, 다양한 금연프로그램 등의 비가격정책도 추진되어야 하는데 아직 미흡하다.

 필자는 여러 금연정책을 살펴본 결과 현재 시점에서 취할 수 있는 금연정책의 우선 순위를 다음과 같이 설정하여 보았다. 다음의 정책의 순서가 반드시 그 순서를 지켜야하는 것은 아니며 앞의 정책이 더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일 뿐이다.

정확한 흡연율 조사 필요

 모든 연구와 정책의 기초자료는 실태 파악이며 그 중 흡연과 관련된 역학 자료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정부에서 발표하는 성별, 연령별, 지역별 흡연율 발표의 신뢰도와 타당도가 과연 얼마나 될까? 우선 표본 추출이 중요하다.

 가장 신뢰할만한 자료는 2005년 국민영양조사와 2006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이다(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2007).

 이 자료에서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55.1%, 여성 5.6%이며, 고3 남학생은 27.0%, 여학생은 12.4%로 조사되었다.

 국민영양조사에서 흡연의 정의는 평생동안 100개비 이상 피웠으며 현재 흡연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로 정하였고, 청소년건강행태조사는 최근 한 달 이내 1일 이상 흡연한 것으로 정하였다.

 이와 같이 흡연 여부를 설문이나 전화로 조사하는 것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청소년과 여성에서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으므로 신뢰도와 타당도가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소변 코티닌 검사와 같은 객관적이고 신뢰도와 타당도가 높은 방법으로 보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청소년에 대한 대규모의 대표성 있는 표본추출과 지역별, 소득계층별 흡연율 및 흡연 예방교육 경험률 등에 대한 조사는 2006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가 처음이다.

 향후 정부는 이런 신뢰성 있는 자료를 생성하는 사업을 지원하는 노력을 계속 하여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이 2006년 12월 흡연율 조사결과, 성인 남성흡연율이 44.1%로 나타나 전년도의 52.3%에 비해 8.2% 하락하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나라 성인 남성흡연율 변화가 75.3%("90)→66.7%("95)→67.6%("00)→56.7%("03)→52.3%("05)→44.1%("06)로 떨어지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이 자료는 한국갤럽에 의뢰하여 성인 1552명(남자 765명, 여자 787명)을 전화조사한 자료인데 과연 이 자료를 우리나라 흡연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자료로 활용하거나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국가간 비교자료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보다 정확한 흡연율 통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보건복지부는 국민영양조사를 2007년에도 시작하고 향후 매년 실시할 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가격정책 추진 사회분위기 조성

 흡연 정책에서 가격 정책은 FCTC 뿐만 아니라 기타 연구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 제안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지난 2004년 12월 말 담배가격 500원 인상의 효과를 우리 모두가 체험한 바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2005년 및 2006년 담배가격 인상에 실패하였으며 향후 범정부적인 인식 전환과 정책 추진 의지가 없는 한 담배 가격 인상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담배 가격 인상만 실패한 것이 아니라 가격 정책에 너무 힘을 쏟다보니 다른 금연 정책을 강력히 실시하는 것은 탄력을 받지 못했다. 담배 가격 인상이 실패한 것이 보건복지부만의 책임은 아니지만 인상분의 65% 정도가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충당되고 정작 금연 정책에는 5%도 안되는 재정 지원만이 이루어지는 정책에 대해 누구도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흡연자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조성된 기금의 5%도 흡연자에게 쓰여지지 않는 지금의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은 한 가격 정책의 확대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현재 담배 가격을 찬성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간 분포를 대략 추정하여 볼 때 더욱 더 그렇다.

 국민, 국회의원, 언론 어느 세력 하나도 담배 가격 인상에 찬성하는 세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담배 가격 인상이 이루어지는 것은 참으로 난망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효과적인 금연정책인 가격정책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상황을 획기적으로 바꾸려면 결국 국민의 마음을 바꾸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흡연자에 대한 금연 서비스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언론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해야 한다. 어느 흡연자도 담배 가격 인상에 동의하지 않겠지만 일반 국민들이 담배 가격이 인상되면 손해보다는 이익이 많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훨씬 가능해질 것이다.

 금연 서비스 프로그램의 하나인 보건소 금연클리닉은 성공적인 모델로 판단된다.

 각 보건소마다 적극적으로 금연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국민들 사이에서도 무료로 금연 상담과 치료를 해주는 것에 대한 인식이 좋다고 판단된다.

 금연상담전화도 현재의 예산과 인력 수준에서 차츰 상담 전화가 늘어나고 있으며 금연율도 매우 높은 편이다. 아쉬운 것은 2007년 금연 사업의 예산이 2006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금연정책에 대한 국민의 마음을 획기적으로 바꾸려면 언론을 통한 대대적인 홍보를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의 예산도 2006년과 같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현재 주간지 등에서 담배 광고는 매우 공격적으로 하고 있고 주간지 광고 수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언론사에서 담배 회사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에서 금연 운동에 대한 보도를 적극적으로 하거나 담배 가격 인상에 동의하는 보도를 적극적으로 할 리 없다. 현재 금연 광고의 예산을 10 배로 높여도 담배 회사의 광고 예산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에서 언론사를 설득하여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은 참으로 난망하다.

 담배 가격 인상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당장 자신의 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올 하반기에 금연 운동 진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각 당이 선거 공약으로 담배 가격 인상을 전면에 내세울 수는 없어도 각 후보 진영이 흡연 문제를 주요 건강 문제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연운동협의회나 금연연구회의 이름으로 각 후보의 금연정책을 비롯한 보건의료정책을 평가하여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다.

 혹은 시민단체에서 후보의 공약을 평가할 때 보건의료 분야에서 금연정책을 꼭 채택할 수 있도록 함께 활동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우리는 대통령과 사회복지 수석 모두가 흡연자인 정부에서 금연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하였다. 담배규제기본협약의 내용을 정책화하는 것이나 담배사업법처럼 전근대적인 법을 담배규제법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각 부처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 국무총리 수준에서의 의지와 정책 추진이 중요한데 현정부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다음 선거에서는 "금연 올림픽", "금연 월드컵"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듯이 "금연 대통령", "금연 나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후보가 당선되기를 희망한다.

금연진료의 보험 급여화

 우리 금연정책은 아직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데 그 증거 중에 하나가 흡연자의 금연진료가 아직도 비급여라는 사실이다. 의료보험이 건강보험으로 바뀐 후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사업은 무료 건진, 무료 예방접종, 그리고 금연진료의 보험화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금연 진료와 관련되어 계속 검토만 한다고 답변할 뿐 아무런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재갑 등의 연구를 보면 금연진료 이용률은 약 31.2%로 추정하며 금연 희망자중 금연진료 이용자율을 50%로 가정하였을 때 금연진료의 총진료비는 2716억원이며, 보험부담액은 1882억원으로 추정하였다.

 그리고 2000년 이후 흡연율은 감소하고 있으므로 금연진료의 진료비는 계속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였고, 금연 성공률이 20% 된다고 가정하면 연간 금연성공자는 628,203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였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은 전체 흡연자에게는 너무 제한된 자원이다. 따라서 흡연자가 자기 주치의로부터 금연 상담을 받고 금연 처방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보험급여를 받도록 해야만 금연 시도율이 높아질 수 있다.

 보험급여 확대는 시민단체의 계속된 요구일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정책 방향이기도 하다. 보건경제학적으로 그 어떤 진료 서비스보다 비용 효과적인 금연 진료의 보험 급여화를 늦출 이유가 없다.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금연진료의 보험 급여화를 현실화하기를 바란다.

결 론

 우리나라의 금연정책의 강도와 수준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홍콩, 싱가포르, 태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 참여정부 초기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제네바까지 가서 서명한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너무 초보적이고 느리다.

 금연정책은 보건복지부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금연정책은 범정부적인 주요 아젠다가 되어야 하며 법적·제도적 개선과 함께 재정 투자를 늘릴 때 금연 정책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정확한 흡연율 조사에 기초한 문제점 도출 및 국민 인식전환이 필요하며 아울러 대대적인 금연 광고로 국민과 언론의 지지를 얻는 작업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의지와 국무총리 수준의 범정부적인 대책기구가 필요하다. 올 해 대통령 선거 진영에서 "금연 대통령", "금연 나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거는 정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금연을 비롯한 건강증진 정책이 국가 미래의 동력이 된다는 인식과 함께 이를 정책화하여 실천하는 정부가 들어서기를 기대한다. 다음 정부에서는 금연 사업의 획기적인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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