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채권발행 내년 시행
제 3기관 신용평가 받아야
발행기관 얼마나 될지 미지수


 비영리 의료법인에서 자체적으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는 최근 제5차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심의, 의결하고 관련법률을 제정해 내년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지난 해 10월 열린 제4차 회의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으로 6개월여의 유효성 검토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됐다. 실제로 현재 비영리 법인인 의료기관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통로는 금융기관의 대출이외에 거의 없었다.
 그 간 비영리 의료법인의 한정된 자금조달방식은 병원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금융권 차입 외에 제도화된 다른 자금조달 수단이 없어 장기적인 자금계획이 어렵고, 장기적 수익이 예측되는 상황에서도 유동성위기에 취약했으며, 인수·합병, 요양병원 전환 등 신규자금 수요에 탄력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병원계에서 영리법인 허용과 "의료금고" 시행을 주장해온 것도 자금조달의 한계성에 기인하고 있다. 반면 외국의 경우 자금보조, 채권제도, 세금감면, 기부문화정착 등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이 존재하며, 특히 미국은 거래세 면세채권이나 정부지원 등을 통해 의료법인의 발전을 돕고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 바로 의료기관 채권제도. 비영리 의료법인이 의료업에 투자할 경우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을 위한 것이다. 현재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비영리법인의 비중은 48%에 불과하지만 진료비청구액 기준으로는 78%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는 제도를 하루빨리 시행하기 위해 현재 "의료기관채권발행에관한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며, 이 법률을 통해 의료기관의 채권 발행과 절차를 상세하게 규정할 계획이다.

 또, 유통성확보를 위해 의료기관 채권을 현재 증권거래법상 유가증권으로 명시된 국채, 지방채, 특수채, 사채권 등에 더해 증권거래소 이용대상채권에 포함시키는 증권거래법 개정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제도가 시행되면 채권발행을 위해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회계의 외부감사 및 신용평가를 받아 회계투명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며, 장기적으로 금융업 등 관련산업과의 연계성도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채권이 발행되면 의료기관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은행금리수준과 비교할때 의료기관은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발행여부는 의료기관이 선택하기 나름이지만 수익률과 재무상태가 우수한 병원이나 모법인(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재단법인 등)의 재정지원이 높은 병원, 전문화돼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중소전문병원, 네트워크화로 경영효율성이 높은 병원 등의 경우 금융기관 차입보다 채권발행이 더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병원이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채권발행을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신용 및 회계관련 정보를 자금공급자에게 제공해야 하기 때문. 올해부터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대해 회계자료를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비영리 의료법인의 실제 수익률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의료기관 회계 외부감사제도도 병원계의 반대에 직면해있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더 큰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료서비스산업경쟁력강화"라는 이름으로 정부는 의료기관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시시각각 쏟아내고 있다. 공공의 영역으로만 인식되던 의료분야에 서비스라는 수식어가 뒤따르고 산업이라는 새로운 틀안에 편입되는 추세에 있는 만큼 의료기관도 카멜레온처럼 변화되는 의료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IMF 사태가 불투명한 회계운영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의료기관에 대한 공인회계준칙과 회계감사 제도의 도입은 참여정부의 공약사항일 만큼 의료산업의 육성을 위해 필수적인 조치다. 제도의 모든 부분이 도움이 될 수는 없는 법, 안주하기보다는 변화를 빠르게 흡수하며 의료기관 스스로 활로를 개척해나가는 것만이 경쟁에서 살아남고 이기는 길,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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