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의 오아시스" 될 지는 두고봐야

 병원채권제도가 내년중에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둘러싼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과연 병원에서 발행하는 채권이 채권시장에서 유의미하게 통용할 수 있을 것이냐는 데에 상반된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 삼성전자 등 최근 대기업 채권의 만기상환으로 채권시장에서 우량채권이 희박한 만큼 대형병원들의 채권이 새로운 블루칩이 될 것이라는 의견에 반해, 중소병원의 경영난이 심각해 투자자들을 유인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채권발행 자금 의료업에만 쓰이도록 제한
경영난 겪는 중소병원은 환영받기 힘들 듯


 채권은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 공공기관, 일반기업체 등이 투자자들로부터 장기간 많은 자금을 일시에 대량으로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차용증서로 채무를 표시하는 유가증권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발행하지만 발행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 공공기관, 특수 법인과 상법상의 주식회사로 한정된다. 이처럼 한정된 대상범위에 예외적으로 비영리 의료법인이 포함되게 되는 것이다.

 단, 채권발행으로 인한 자금은 의료장비 구매나 건물확장 등 오직 의료업만을 위해 쓰이는 것으로 제한된다.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는 채권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을 의료업회계로 구분경리하도록 하고, 의료업 이외의 용도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이를 어길 시 취할 수 있는 벌칙규정도 준비 중이다.

 의료시장을 이끌다시피하고 있는 몇몇 대형·대학·종합 병원의 장기적인 수익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환자들로 지금도 대부분의 3~4개월 이상 진료 및 수술 예약이 밀려있는 등 경영 측면에서도 일반기업에 못지않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또, 이들 대부분이 튼튼한 대학법인이나 기업 등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안정성도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 현재 부채가 있다하더라도 큰 장애가 되지 않는 것이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채권을 발행할 경우 시장의 환영을 받으며 대부이자보다 낮은 금리로 정착할 가능성이 크다. 자금계획만 맞는다면 병원과 채권시장 모두가 윈윈할 수 있음에 틀림없다.

 문제는 중소병원이다. 정부에서 이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대형병원이 아닌 열악한 중소병원의 경영활성화이지만 과연 얼마만큼의 중소병원이 채권을 발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소병원의 경영난은 몇년 전부터 불거지기 시작해 지금은 도산에 이르는 병원도 적지않다. 채권은 보험회사·연금기금·투자신탁회사·증권회사·예금은행 등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선택하는 시장인 만큼 발행기관의 안정적인 수익성은 필수적이다. 복지부는 제도 시행으로 자금조달에서 비롯된 중소병원의 부도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부도가 사회문제화 될 정도로 열악한 중소병원들의 채권이 시장에서 환영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채권시장에서는 회사채의 경우 투자적격 등급을 BBB 이상으로 보고 있으며, 이 채권이 전체 시장의 97.3%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경우 일찍이 비영리의료법인 채권발행을 허가하고 있으며, 총 발행규모가 잔액기준 400억불(2006년기준, 무디스)에 달할 정도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미국의 경우 모든 병원채권을 주정부에서 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평가 후 허가를 받아 주정부에서 발행하며, 거래세도 면제된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적격등급을 크게 웃돌지 않는 대부분의 중소병원 채권발행을 지자체나 정부가 발행하는 방식으로 신용을 보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병원들의 불투명한 회계도 투자자 유인에 큰 장애물이다. 현재 금융기관 등 자금시장에서 바라보는 병원의 회계정보나 경영실태에 대한 자료는 신뢰도가 상당히 낮다. 지금까지 법인세 납부문제 등으로 인해 병원들이 회계정보를 공개할 유인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법인세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병원의 수익률을 의도적으로 0%에 맞춰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병원의 관행은 세금을 낮추는 데에는 일조했을 지언정 금융기관 등 시장의 신용은 떨어뜨리는 결과를 야기했다. 제도의 정착을 위해선 중소병원의 회계투명화가 필수적이다. 의료산업화로 나아가는 첫단계인 만큼 더이상 반대만으로 일관하는 것은 도태되는 지름길이다.

 금융시장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채권제도는 그 간 공공성을 명분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테두리 안에서만 활약하던 의료계가 시장으로 진입하는 첫단계라고 볼 수 있는 만큼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제도의 순효과를 극대화하며 중소병원 발전의 기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만큼 병원의 의지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증권가 채권전문
애널리스트들의 전망


대형병원, 우량채권으로 주목 받을것

- 공 동 락 SK증권 애널리스트 -

 현재 채권시장은 우량채권이 부족한 상황인만큼 큰 병원들이 움직인다면 우량채권으로서 주목받을 것이다. 특히 대형병원의 경우 수익모델자체는 확고하다. 문제는 의료기관이 얼마나 투명하게 재무상황을 공개할 것인가 여부와 제대로된 신용평가를 이뤄내기 위한 전문적인 평가인력이 있는지다. 신용평가는 투자결정의 핵심인만큼 객관적이며, 전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 채권시장은 국채시장 위주로 활성화돼있는 상황이다. 회사채의 경우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좋아지며 물량이 적다. 따라서 수익성 있는 병원들이 발행타이밍을 잘 맞추고 금리협상을 원할하게 진행한다면 대출을 받는 것 보다는 병원 신용면에서도 유리하다. 또,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채권시장의 큰손임을 감안할때 장기채권이 선호된다는 점도 병원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정부서 채권지급보증 해줘야

- 강 성 부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 -

 병원이 자체적으로 발행할 경우 수익성면에서 좋은 평가받기 힘들 것이다. 오히려 채권금리가 높게 책정돼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안 좋아질수도 있다. 따라서 지자체나 정부에서 채권의 지급보증을 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비과세로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비과세라면 채권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또, 현재 BBB+ 등급까지 유통되고 있는 점을 감안 초기에는 민간중소병원이 발행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공익적 성격을 지닌 공공병원들이 펀드를 만들어 지자체가 보증하는 방식으로 채권을 발행한다면 낮은 금리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