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보름후면 의협 100년의 역사에서 최대 위기를 자초하며 불명예 퇴진한 전임회장의 뒤를 이어 제35대 의협회장이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의협 재건을 위해 출마를 선언, 동서와 남북을 오가며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는 5명의 후보들과는 달리 민초의사들의 관심은 선거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아무리 보궐선거라고 하지만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모르는 유권자가 많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간 또 전회원의 10% 미만의 지지로 회장에 당선, 의료계가 회장에 힘을 몰아주는데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9만 의사를 대표하고 있다지만 결국 유권자인 4만 의사 대표이고, 자신에게 표를 준 회원만의 대표로 머무를 수도 있게 된다.

 지난 선거에서 우리는 편가르기·학연·지연으로 인한 폐혜를 많이 보았고, 앞으로도 이같은 악순환이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새로운 의협 100년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으로 반드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6월 4일자에 "5% 회장은 안된다"는 주장을 폈다. 힘 못쓰고 휘둘리는 "5% 회장"이 아닌 조직 내외적으로 권위를 존중받을 수 있는 리더십 갖춘 진정한 9만 의사의 대표를 유권자들이 회장으로 뽑아 달라고 촉구한 것이다. 후보자들과 유권자들이 난국 타개에 함께 나서야만 위기를 극복하고 희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회원은 3만9989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난 34대 선거의 투표율과 같이 50% 정도 투표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7000표 안팎에서, 통상적인 보궐선거처럼 30%를 넘지 않는 낮은 투표율이면 4000표면 당선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이제 유권자가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2001년 회비 납부율은 87.0%에 달했었다. 그러나 2002년 82.4%, 2003년 78.4%로 줄었고, 2004년 79.0%, 2005년 80.3%로 증가하는 듯 했지만 지난해에는 사상 유례없이 68.0%로 곤두박질 쳤다. 의협과 회원과의 거리가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 편차도 심하다. 지난해 전북 102%, 강원 91.3%, 광주 87.5% 등 여러 시·도에서 80% 이상 회비를 냈지만 부산 65,4%, 충남 65.3%, 서울 63%, 경기 46.1%로 납부율이 크게 차이났다.

 경영난과 집행부에 대한 불신 등으로 회비를 내지 않았다고 하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이야기는 차치하고 힘있는 의협을 위해선 탄탄한 재정은 필수적이다.

 투표율도 높여야 한다.

 첫 직선제로 치러진 제32대 의협 회장 선거에서 의협은 대외적으로 8만 의사를 주장했으나 신고회원은 5만4657명이었고 이중 5년간 회비를 지속적으로 납부, 유권자로 분류된 회원은 4만3660명이었다. 이 가운데 2만6548명(60.8%)만 투표했다.

 33대 회장 선거에서는 5만8395명이 의협에 신고했으며, 이중 유권자는 3만2764명으로 직전 선거 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투표율도 낮아져 1만4347명(43.79%)이 참여하는데 그쳤다.

 직전 회장 선거때에는 신고 회원수가 7만1833명으로 늘었지만 유권자는 3만4967명, 투표자수는 1만8857명(53.93%)였다.

 더 큰 문제는 35대 의협 회장 보궐 선거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 선거권 제한을 5년에서 2년으로 완화시켰지만 신고회원 7만4537명 중 유권자가 3만9989명에 불과한 것은 앞서 지적한 낮은 회비 납부율에서 기인한다.

 의협회장을 바로 세우려면 회비를 내고 유권자로서 당당히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반쪽의협과 한자리수 지지율로는 밝은 의협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