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대표적 피해분야
대형 다국적제약사 12곳 EU에


 한국-EU FTA(자유무역협정)의 막이 올랐다. 회의는 이번 서울에서의 1차를 시작으로 브리쉘에서 2차(7월 16~19일)와 3차(9월 17~21일)를 개최하는 등 올해 5~6차의 공식협상과 필요시 1~2회의 중간협상을 통해 최대한의 진전을 이끌어낸다는 입장이다.

 7~11일까지 닷새간 신라호텔서 열린 한국-EU FTA 첫 회의는 상품분야, 농수산업분야, 서비스·투자분야, 기타분야로 나누어 논의가 진행됐다. 협상은 시작 단계지만 이번 논의에서 우리는 자동차·전기, 섬유, 의류농업, 가공농산물, 수의사·간호사·건축사 등 전문인력의 면허 상호인정, 정부조달 분야 등에 관심을 보였다.

 반면 EU는 의약품을 비롯 기계·화학·자동차, 유제가공품, 주류, 금융, 통신, 뉴스제공업, 법률·회계서비스, 의약품자료독점, 지재권 보호장치 강화 등을 주요 쟁점화했다.

 이번 협상은 농업분야 민감품목 예외를 서로 인정하고 있고 섬유와 무역구제 등에서 큰 견해차가 없어 한-미 FTA보다는 수월하고 유연하게 진행될 것이라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그러나 협상진행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특히 의약품 분야는 지난 한·미 FTA에서 농업분야에 이어 대표적인 피해분야로 꼽힌데 이어 한-EU FTA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 우리나라 제약계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문경태 한국제약협회부회장은 "한미FTA 타결에 앞서 가진 정부와의 간담회에서 특허연장은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막상 타결안에는 포함됐다"고 밝히고, 이것은 협상에 나서면서 한발한발 물러섰기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한-EU FTA에서는 미국보다 더 나아가는 양보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EU는 시장진출 규모가 가장 큰 대신 신약개발 측면에서는 미국보다 더디게 진행하기 때문에 더 강도높게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특허 연장을 끊임없이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우리는 미국 FTA때와 마찬가지로 방어에 주력하는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그동안 의약품·자동차·화장품 등에 대한 우리나라의 비관세장벽 철폐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게 사실. 이를 반영하듯 만델슨 EU통상담당집행위원도 협상개시에 앞서 비관세장벽, 기술적장벽 관행과 국내규제 등의 투명성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 분야는 큰 변화 없을 듯

 영국·독일·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세계 최대규모의 다국적 제약사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셈. 그러나 의료시장은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밝혀 보건의료에서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계는 EU가 건강보험관련 약가제도, 특허제도, 상품 표시제도 등에 대해 투명성 제고를 명분으로 특허·허가연계와 자료독점권에 대해 미국 이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에 하나 미국보다 더 진전된 내용으로 협상이 타결되면 미국에게도 동등하게 적용하게 돼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이에 따라 제약계는 미국과의 타결 이상으로 진전이 이뤄지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제약사는 KRPIA에 따르면 모두 27곳(합병진행 중이거나 무신고 예외). 이 가운데 본사소속국은 미국이 한국화이자, 한국얀센, 한국 MSD 등 11곳이며, EU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바이엘코리아,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12곳이다. 한국노바티스·한국로슈·한국세로노·악텔리온파마스티컬즈코리아 등 4개사는 유럽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EU회원국이 아닌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전반적인 수입 규모는 EU가 50% 전후, 미국이 3분의 1 정도, 나머지는 일본과 기타국으로 크게 나뉘고 있다.

 결국 의약품 분야는 미국보다 더 큰 EU와 힘겨운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미국 이상으로 진전되지 않도록 방어선 구축에 나서게 된다.

 문경태 부회장은 미국과 같이 EU와 협상이 타결된다면 모든 보호장벽을 없앤 채 골리앗과 다윗이 링위에서 부딪쳐야 할 상항에 처하게 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제약협회는 한-미FTA 대책반을 계속 가동시키면서 이곳에서 한-EU에 대한 점검과 대책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EU의 평균 관세율이 4.2%로 3% 대인 미국보다 관세 수준이 높아 FTA를 통한 관세철폐 등 기대효과가 여러 분야에서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계는 미국과의 FTA타결과 이번 EU와의 협상 시작으로 심한 우울증에 빠져들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FTA타결 후 신약개발·투명경영·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 등으로 살아남는 제약사가 과연 몇 곳이나 될지 한숨이 더 깊어진다는 것이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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