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리고 내일,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의사에 맡기고 내민 국민의 가슴으로부터 전해지는 심음(心音)은 어떤 소리일까.

 환자로 국민을 대하는 의사의 눈은 어디를 보아야 하나.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병원 문까지 닫고 거리로 나서 할복하고 삭발하며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고 거기다가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돈까지 모아 건네가며 "개악저지"에 나서다 이런 참화를 겪게 되었으니, 이제 마땅히 국민이 나서 의사와 대한의사협회를 지켜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의사들은 국민과 눈 맞추며 이 모두가 국민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 오늘 우리의 고통은 축복받을 탄생의 산통일 뿐이라고 미소지으며 말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모습이 한편의 우화를 보고 듣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의정(醫政)의 검은 커넥션이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4월 23일은 의치일(醫恥日)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전방위로 국회의원들에 "검은 돈"을 전하고 북녘 땅까지 올라가 거마비와 향응을 제공하고, 또 그 효과가 있었다는 조직 내부의 얘기들이 내부고발자(?)에 의해 대한의사협회장의 육성으로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전해졌으니 절대 다수 선의의 의사들까지 유구무언일 수밖에 더 있겠는가. 의사들이 느꼈을 모멸감과 수치심, 목숨처럼 중히 여기는 자존심, 이 모두를 "그 가벼움"이 9만 의사에게 크나큰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장동익 회장이 사퇴를 공식화 하겠다는 4월 30일은 그가 의협 수장에 오른 2006년 5월 1일로부터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1년의 의사사회를 들여다보면 검찰이 의협과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미증유의 대란에 이르기까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조직은 지리멸렬하고, 신뢰와 존경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의사의 정치세력화를 목청껏 내질렀으나 손 잡아줄 정치세력이 누구 하나 있었는가.

 접근 금지의 손사레와 레드카드만이 돌아 올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100년 의협의 앞날은 인류 최후의 날까지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원으로 존재해야 하지 않는가.

 이제 장동익 시대가 종언을 고하는 것은 실제 상황이다. 이제야 말로 새로운 의협의 100년대계를 백지 위에 새로 그려나가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그려보려는 세력일 것이다. 9만 의사가 두 눈 부릅뜨고 막아야 한다. 먼저 직선제를 다시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그 폐단을 직접 체험했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지 않은가, 학벌, 지연을 넘어 과 대항전까지 극심한 편가르기로 전개되고 있지 않은가.

 대의원의 수를 크게 늘리고 그들을 회원 직선으로 뽑아 회원의 진정한 대의기구로 만들어 가야 한다. 최고 지성인들이 그것하나 못하겠는가. 마침 이번 총회에서 간선제로의 개선안이 분과위를 통과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하지 않았는가. 어차피 임시총회가 치러질 것이고 새 회장도 뽑게 될 것이다. 정치권의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을 벤치마킹해옴이 어떨까.

 회장 후보는 직선제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회원의 결정에 따르면 될 것이다.

 이번 의협 회장 선거에서는 그 어느때보다 의사를 하나로 묶어 신뢰와 존경받을 수 있는 명망가를 찾아 나서야 한다. 과도기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겠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퇴장하는 이의 등뒤에 돌팔매질을 해대서는 안된다. 그도 의협과 동료 의사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가며 그의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왔다.

 위로와 격려를 주어야 한다.

 그것이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는 의사한가족으로서 하나되는 의사사회로 힘차게 다시 나아가는 첫 걸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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