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세와 우리나라의 수세가 극명하게 대비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약품 협상. 일단 대통령도 "피해분야"라고 인정한만큼 당장의 출혈은 분명하다. "위기가 곧 기회가 될 것"이라는 찬성론자와 "국내 의료산업 전체가 붕괴될 것이니 비준을 막고 재협상해야한다"는 반대론자간의 의견차이가 뚜렷한 가운데긾 본지는 이번 FTA 의약품 분야 협상 결과에 따른 우리 의료의 미래를 찬성과 반대의 눈을 가진 두 전문가를 통해 예측해보고자 한다.


찬성 - 제약산업 선진기업과 경쟁 나설 계기


이 규 식

연세대교수
원주캠퍼스 보건행정학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번 한미 FTA 의약품 분야 협상 결과긾 당장은 제약기업이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제약기업이 외국 거대 제약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많은 기회요소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된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이규식 교수는 이번 한미 FTA의약품 분야 협상과 관련해 "특허만료 시한 연장은 어차피 국제적 룰에 따른 것이지, 우리나라만 특별히 손해 본 것이라 생각하면 안된다"고 전하고 "당장 제네릭 의약품 생산이 위축되겠지만 신약개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단초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FTA를 의약품이라는 하나의 분야로만 봐선 곤란하다는 그는 "손해보는 분야가 있으면 득을 얻는 분야도 있다. 다만 의료서비스 분야도 이번 기회에 개방했으면 국내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에 큰 기여를 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적인 협상에는 80점 가량 주고 싶다"고 전했다.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약들이 왜 미국 FDA승인을 받기 어려웠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약효 측면보다는 KGMP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약은 제조하는 프로세스나 사후관리가 엄격해야만 그 약효가 제대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GMP 양허는 당장 제약회사에 비용적 부담을 주겠지만긾 장기적으로는 해외 판로를 개척해 우리나라 신약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 교수는 GMP 양허가 신약개발을 통한 해외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강조하면서긾 이와 관련해 정부의 적절한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협상 이후 제약기업간 활발한 M&A가 일어날 수도 있다. 물론 M&A만이 대안은 아닌데다 사기업의 일이라 적극 권유할만한 입장이 못된다. 분명한 것은 살아남으려는 기업은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 도전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기업이 도태되는 것은 시장의 당연한 원리"라고 전했다.

 제네릭 활성화가 저해돼 그 기회요소 상실에 따른 부담이 환자에게 갈 일은 없을 것이며, 다만 보험재정이 당분간 악화될 것이라고 전한 그는 생명과 관련된 의약품의 협상 자체가 모순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의사 입장에선 당연히 생명윤리를 따지겠지만, 냉정하게 무역거래에 있어서는 그저 거래되는 여러 공산품 중 하나일 뿐"이라며 신약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만이 살길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중국과의 FTA도 중요하다"며 미국과의 협상결과 부족한 부분을 메꿀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병수 기자 bskim@kimsonline.co.kr



반대 - 특허기간 연장 국민부담 크게 늘어



임 준

가천의대교수
예방의학과

 "한미 FTA 체결로 의약품의 특허 기간 연장이 됐기 때문에 이용자인 국민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특허는 독점적 성격을 갖고 있어 약값이 높게 책정돼 있습니다. 특허가 만료되면 국내 제약사가 이를 카피해 70~80%의 약값 하락을 유도할 수 있는데 이번 체결로 국민들의 부담만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됐습니다."

 임 준 가천의대 예방의학 교수는 한미 FTA 협상 타결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임 교수는 "이같은 경우 2~3조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국민 부담을 더 크게 만드는 요인으로 특허 기간 연장은 곧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면 우리 나라 역시 광우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감염 우려가 매우 높다"고 지적하고 "위험이 노출돼 있는 소고기의 수입을 절대 거론해서는 안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산 소고기는 개방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서비스 개방과 관련해 정부는 교육과 의료는 이 논의에서 제외됐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왜곡된 것"이라고 평가하고 "FTA 투자 분야가 체결되면 의료 서비스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서비스 개방시 국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공의료에 대한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고 제안했으며 "보건의료는 국민의 건강을 다루는 공공재임으로 산업으로 생각해서는 안되며 이를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의 경우 의료를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나라는 없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기업국가 소송 제도)라는 것이 있는데 예를 들면 미국 자본이 국내에 투자됐을 때 국내 정책에 의해서 손해를 봤을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송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건의약분야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송으로 인해 국민 건강보험 보장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하고 "현재의 보장성이 60%이고 정부가 이를 80%까지 강화한다는 방침인데 이 분야가 체결되면 과연 실행할 수 있을까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 지금도 본인부담금이 40%로 보장성이 낮아 국민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FTA 협상에 대해 국회가 비준을 거부해야 하며 일방적이 아닌 상호 평등에 입각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무엇보다도 건강, 안전, 환경은 국민의 기본 권리로써 시장 원리에 의해서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 정부가 주의를 기울여 진행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장수 기자 jsha@kims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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