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과 눈앞에 다가온 대내외적 의료환경 변화는 이제 더이상 낯설거나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개원가에서 대형병원에 이르기까지 국내 의료기관들은 서비스향상, 의료 질 강화 등을 내용으로 수년전부터 체질개선과 경쟁력 확보에 너나 할 것 없이 나서고 있다. 문제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누가, 어떻게, 왜 해야 하는가라는 기본적이면서도 당연한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지는 많은 의료기관들 중 도산율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중소병원 경쟁력 찾기의 일환으로 전국 주요지역의 중소병원 성공사례를 현장감 있게 전달하기 위한 연중 기획을 준비했다.
 단순한 경영 성공사례를 넘어 환자 만족도 향상, 병원 체질개선, 경쟁력 다지기에 어떤 노력과 실천이 이뤄졌는지 살펴봄으로써, 어려운 환경을 돌파해나갈 하나의 모범답안으로 제시해보고자 한다.


말보다 실천…병원 체질개선 위해 질주

 "지역 최고의 경쟁력 있는 병원이란 환자가 가장 만족할 만한 진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2007년 고객중심의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목표로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발표한 거붕의료재단(이사장 백용기) 거제백병원(원장 유총일)의 새로운 경쟁력 강화전략이다.

 얼핏보기에 환자 만족도 강화라는 일반적이고 통상적인 목표이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구체적인 실천전략과 프로그램은 병원의 발전 목표가 결코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IMF와 의약분업 이후 국내 대다수 중소병원들이 경영난을 겪던 시기 거제백병원도 이러한 시대적 환경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많은 부채와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 2002년에는 의료사고로 인해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 병원 최대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물론 당시 의료사고 원인이 병원측이 아닌 제약회사에 있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주요 언론에 비춰진 병원의 이미지는 참담할 정도였다고 병원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거제백병원은 거제일대 서부경남권에서 최고의 응급의료서비스와 중환자입원시설을 갖추고, 건강검진, 정형외과 특화 진료 등 급성기는 물론 만성기 환자들에게 최상의 만족을 주는 병원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1999년말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던 병원 매출이 3배 이상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철저한 능력위주…발전속도 빨라

 변화의 원동력은 말보다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 병원 구성원인 내부고객과 환자들인 외부고객 만족도 향상,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믿음을 바탕으로 한 업무 추진에 있다.

 적극적인 병원 체질개선을 주도하고 있는 허신웅 행정부원장은 "경영진은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또 구성원들은 경영진을 믿어준 결과가 경쟁력 상승과 지역주민들의 신뢰도 향상으로 이어졌다"며 "철저한 능력 위주의 병원 행정이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워도 일정 단계에 오르면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다"고 설명했다.

신·증축 물론 직원 투자 아낌없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러한 실천력을 뒷받침 하는 지속적인 투자에 있다. 2000년 최신 MRI 도입을 시작으로, 2003년 OCS 도입, 2004년 297병상 증설, 나선형 CT도입, PACS 가동 등 병원의 하드웨어 분야 투자에 적극 나섰다. 또 2005년 10월 외래와 병동 리모델링 공사를 실시했으며, 올 9월 완공을 목표로 현재의 응급의료센터 옆 1600여평 부지에 응급의료센터, 중환자입원실, 건강검진센터를 신·증축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병원 구성원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우선 기존의 임금체계를 성과급 기준으로 재편 의료진은 물론 행정직원들에게도 성과 위주의 인사평가제도를 도입했으며, 각 진료과별 전문화 교육을 강화하고, 행정분야의 경우 타 병원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일례로 병원의 모든 구매품목을 전산화하기 위해 구매과가 삼성서울병원의 모델을 견학해 벤치마킹 할 수 있는 지원을 실시하기도 했다.

의료봉사 등 지역사회에 먼저 다가가

 마지막 투자분야는 지역사회. 올 3월 취임한 유총일 원장은 "병원의 가장 큰 목표이자 경쟁력의 원천은 지역 주민들이 인정해주고 그들이 많이 찾아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시설, 의료서비스, 병원행정 만족을 기본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이미지 제고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월 1회 이상 지역 무료의료봉사활동과 무료건강강좌를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환골탈태를 진행하며 차근차근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거제백병원의 외적환경도 좋은 편이다.

 병원 관계자는 거제지역의 대규모 산업단지로 인구 유입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만성기 환자는 물론 급성기환자도 점차 증가할 것이라며, 지금의 변화 시도는 향후 5~10년의 발전전략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중을 기해야 하는 환자진료에 있어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행정업무를 비롯한 병원 체질개선을 위해선 가속 패달을 밟는 거제백병원. 병원 임직원들은 느린 듯 빠른 변화를 실천함으로써 장기적인 병원 발전모델의 모범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로 오늘도 환자진료 일선에 나서고 있다.


"스스로 낮춰야 환자위한 최상진료 가능"


유 총 일 거제백병원장

 "어떤 일이건 시작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늦은 시작일지라도 시작은 이미 성공의 길로 가는 가장 빠른 걸음입니다."

 올 2월 부산대학교 정년퇴임 이후 3월 새롭게 거제백병원장에 취임한 유총일 원장. 부산대병원장을 역임하며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이곳에서 다시 피워보겠다는 일념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결코 후회하지 않은 의사로서의 남은 일생을 바치겠다는 각오다.

 유총일 원장은 취임후 병원 구성원 재교육, 환자가 다시 찾아오는 병원,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병원, 전문가를 육성하는 병원 등을 향후 발전 전략으로 제시했다. 거제와 통영 지역뿐만 아니라 해상으로 왕래가 가능한 부산지역 환자들까지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최상의 시스템과 조직 체계를 만들겠다는 그는 기존 중장기 발전계획과 단기적인 2007년의 계획을 몸소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의 목표는 지역민들에 대한 향상된 의료서비스 제공에 있으며, 특히 지역내에서 최상의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유 원장은 빠르고 정확한 1차 응급의료 제공은 병원 신뢰도의 향상과 직결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 만성기환자들과 건강검진 확대 등을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최상의 1차 응급의료와 최고의 예방의료서비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이다.

 "전략과 목표실천을 위해서는 모두가 배움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원장인 저부터도 모르는 것은 배우고 또 스스로를 낮추어야만 환자를 위한 최상의 진료와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유총일 원장은 오래된 병원의 역사만큼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제는 두걸음, 세걸음 도약하는 길이 남았을 뿐이라며, 직원에게는 평생직장으로 환자들에게는 평생 주치의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힘줘 말했다.


거제백병원...

 거제백병원은 지난 1969년 동산의료원 의료선교사로 파견된 시블 리(정형외과 전문의) 박사가 거제도지역 의료선교활동을 펼치며, 거제도 실전리에서 진료를 시작한 것이 시초이다.
 당시 예방의학 사업을 위해 거제건강원이 설립됐으며, 1974년 독일 기독교연합회, 네덜란드 기독교단체 등의 후원으로 고현중앙 초진소 기공을 시작 이경식 박사를 초대 원장으로 1976년 40병상의 고현중앙초진소 준공을 완료했다.
 이후 기독교의사협의회, 독일연방공화국 등 세계 각국의 봉사단체로부터 후원을 받아 1979년 120병상 15개 진료과의 종합병원으로 발전했으며, 1983년 의료법인 거제기독병원 설립, 1999년 12월 백용기 이사장 취임 및 의료법인 거붕의료재단 거제백병원으로 병원명을 변경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재는 350병상의 종합병원으로 250여명의 직원과 25명의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