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약품 분야


신약개발 능력 초보단계…제약종속국 우려
의약품 GMP·제네릭 상호인정 추진 합의
"많아야 매년 1000억원"·"2년간 1조원"
피해 예상규모 정부·제약계 시각차 커


 한미FTA 협상이 2일 타결됐다. 그러나 공식 발효는 대통령 재가와 국회비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2009년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의약품 분야는 국민의료비 증가나 제약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복지부 입장과는 달리, 제약계는 신약의 자료독점권 인정, 특허기간 연장, 의약품 허가와 특허 연계 등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대목에서 미국 주장이 모두 관철됐다고 비난하고 있고, 한미FTA 저지 보건의료대책위원회·지적재산권공동대책위원회·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 무력화 등으로 인해 많은 비용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며, 여전히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큰 갈등과 후폭풍이 예상된다.

미국은 무엇을 주장했나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신약 중심의 미국 제약회사들이 차별없이 유리하게 영업할 수 있는 환경구축과 건강보험에의 적정한 약가 반영, 의약품의 특허보호 강화에 중점을 뒀다.

 이해관계자의 의견제출 기회부여, 원심 번복 가능한 독립적 이의신청절차마련, 비윤리적 영업관행 개선, 인터넷 의약품 광고 허용을 주장했고, 신약의 선진 7개국 평균수준의 최저가 보장, 물가인상에 따른 약가연동을 통해 약가협상제도를 무력화하는데 주력했다. 특허만료 의약품의 일률적인 20% 인하 반대, 약물경제성평가 시행 연기도 주장했으며,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를 통한 독점적 이익을 요구했다.

 협상에서는 신약최저가 요구와 제네릭의약품의 약가협상제 도입요구 등은 합의가 안됐으며, 특허기간은 사실상 4~10개월 정도만 연장되는 것으로 했다.

 품목허가시 제출된 안전성 유효성 자료를 최소한 5년간 타인이 원용해 허가를 받지 못하도록 보호해 줄 것을 요구했고, 우리는 1995년 도입된 재심사 제도를 통해 품목허가시 제출된 자료를 6년간 보호해 주고 있음을 감안, 수용키로 했다.

건보재정 안정화에 주력

 보건의료 분야는 우리가 서비스 분야에서 전문직 상호인정과 전문직 비자쿼터 부여를 요구한 반면 미국은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이 문제는 개방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영리의료법인 설립 허용, 민영의료보험 도입으로 인한 의료 양극화 등의 우려는 없어졌다.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건보제도의 역할을 지속하고 우수의약품을 적정한 가격에 구입·복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약제비 적정화방안 시행을 공공히 했다고 복지부는 자평하고 있다.

 전문직 자격 상호인정은 추진체계(Working group)를 마련하기로 했다.

 FTA 발효 직후 작업반을 설치 1년내 논의를 개시하고 2년내 결과를 공동위원회에 보고하는 운영계획에 합의한 것.
 자격상호인정 논의는 수의사, 엔지니어링, 건축설계로 협정문 부속서에 기재돼 있지만 기재되지 않은 분야도 추가가 가능, 우리나라는 앞으로 의사·간호사 등을 포함할 계획이다.

 독립적 이의신청절차는 원심번복이 없는 것으로 하는 일부 수용 차원에서 악수를 했다. 의약품 정보는 제조사 인터넷을 통해서만 공개하는 것으로 동의를 얻었으며, TV 등을 통해 전문의약품 광고 및 인터넷 포털을 통한 정보제공은 수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제약분야 피해 대통령도 인정

 이번 협상에서 피해분야는 제약과 농업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의 담화에서도 이 분야가 지목됐다.

 약제비적정화방안 도입을 강력 반대했던 미국은 의약품 분야에서 특허기간을 사실상 연장했고 독립적 이의기구도 단서를 달았지만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의약품의 자료보호 또한 국내 의약품시장에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물가인상에 따른 약가의 연동 조정과 약물 경제성평가 유예, 제네릭의약품의 신약과 동일한 절차 적용, 등재평가와 약가결정 분리 등을 철회한 것은 우리의 성과다.

 또 의약품 GMP 및 제네릭의약품의 상호인정(MRA) 추진이 합의돼 제약계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이 의약품에 대해 상호인정을 협의한 상대국으로는 EU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정부는 제약산업에 미치는 피해 규모를 5년간 1828억원의 생산이 감소하고, 1561명의 고용감소가 발생하는 정도로 보고 있으나 제약협회는 2년간 1조원의 직접적 피해를 예상하고 간접 피해도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6000억~1조원의 피해를 예상했으나, 성공적 협상과 추계기간 단축(지난해 2년에서 9개월로)으로 특허-허가연계 연 368억~794억원, 공개자료 보호 연 64억원, 관세철폐 영향 연 144억원 등 매년 570억~1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제약계 재편 가능성

 이번 협상은 결국 농업과 제약을 내주고 다른 분야를 얻어내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처음의 예상이 현실로 나타났다.
 제약계에서는 이번 타결이 조인되면 10년내에 국내 제약산업 자체가 재편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약 개발력이 있거나 특화된 분야를 선점한 업체 등 10~20여 개 업체 정도가 생존,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력을 갖추기 위해 업체간 다양한 형태의 전략적 제휴나 M&A가 있거나 도태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우려되는 것은 세계 최고의 제약산업을 가진 미국이 우리나라를 제약종속국으로 만들 것이란 점. 이제 막 연구개발을 통해 신약을 만드는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FTA체결로 추락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FTA에 따른 여건 변화가 초기에는 비용부담 증가로 나타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 능력 향상과 이를 통한 제약업계의 경쟁력 강화, 그리고 해외 진출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미FTA타결이 의료기술·의약품·의료산업을 선진화시켜 미래성장동력산업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지, 걸림돌이 될지는 이제부터 정부와 의약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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