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투지넘어 깨달음의 경지에서

 우리는 오디오 애호가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음악 애호가가 될 것인가. 음악이란 단순히 음의 결합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고 가슴속 깊이 울려퍼지는 소리를 듣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베토벤은 귀머거리가 된 후 불후의 명작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오디오 애호가(매니아)에게 당신이 듣고 있는 것은 소리이지 음악이 아니라고 말해야 되는 것은 아닌지. 오디오 애호가들은 잡음을 향해 귀를 쫑긋 세우고 스피커에서 잡음이 안들리면 만족하게 된다.

 오디오 애호가는 음악을 전달해 주는 기기에 관심이 집중되어 계속 투자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음악은 뒷전이고 다만 소리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 이런 누를 범하지 않기위해 음악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많이 가져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결론적으로 오디오 애호가는 음악 애호가가 되어 음악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자세를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도 여러번의 방황끝에 지금의 오디오 기기에 만족하고 있다. 스피커는 아발로(Avalon EIDOLON) 앰프는 MCINTOSH(2개), 프리앰프는 Audio Research의 Reference2 MKⅡ, 턴테이블은 Thorens TS520, CD플레이어는 Wadia 850을 사용하고 있다.

 3월 26일 지금으로부터 180년 전인 1827년 눈이 내리고 천둥이 치는 가운데 베토벤은 운명을 달리한다.

 독자 여러분이 메디칼업저버 신문을 받아보는 날짜와 일치하기도 한다.

 이번호에는 지난번 베토벤 교향곡에 이어 현악 4중주를 감상해보자.

삶의 방식 음악으로 표현한 4중주

 베토벤은 16곡의 현악 4중주곡을 작곡했다. 그외 단일 악장으로 대푸가 Bb장조 op133 등이 있다. 그의 4중주는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한 인간의 삶의 방식을 음악을 통해 나타내게 된다. 창작시기를 초기, 중기, 후기의 3기로 나눌 수 있는데 작품 18의 6곡은 초기에, 라주모프스키는 6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작곡되었다.

 후기에 해당되는 현악 4중주 3곡은 러시아 갈라찐 공작(1795~1816)의 의뢰로 작곡된 곡이다. 갈라찐 공작은 첼로 연주에 능했다고 한다. 한곡당 50다카트를 받은 베토벤은 첼로 파트에 충분히 유의해서 쓰겠다고 답했다. 초기 6개의 현악 4중주 op18(1798~1800)은 번호 순서대로 작곡되지 않고 실제 작곡 순서대로 정리해보면 1)제3번 D장조 2)제1번 F장조 3)제2번 G장조 4)제5번 A장조 5)제6번 Bb장조 6)제4번 C단조로 알려져 있다. 5)제4번 C단조 6)제6번 Bb장조가 맞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초기의 현악 4중주는 하이든, 모짜르트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현재는 알려지지 않고 당시대에는 인정받았던 작곡가 푀르스터(1748~1823) 4중주곡에 베토벤은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또한 작곡가로 존경하기도 했다. 6곡 모두 로프코비츠 후작에게 헌정되었는데 그는 체코 귀족으로는 처음으로 빈에 온 베토벤을 후원한 사람으로 6곡외에 교향곡 3, 5, 6번, 3중주 협주곡 op56, 하프 현악 4중주, 가곡집 "멀리 있는 연인에게"를 후작에게 헌정한다. 이런 점으로 볼때 베토벤은 고마움에 대해 감사의 표시를 확실히 하는 의리있는 사나이라 할 수 있다.

△ 제1번 F장조 op18-1
 베토벤은 1801년 아멘다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갖고 있는 현악 4중주곡은 다른 이에게 보여주지 말게. 나는 이제야 제대로 현악 4중주를 쓰는 법을 알게 되어 많이 고치고 있기 때문일세"라고 쓰고 있다. 2악장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덤장면이 생각난다고 스스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 제2번 G장조 op18-2
 제1악장 제1주제가 마치 인사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하여 인사 4중주(Komplimentier Quartet)라고 전해진다.

 ▲추천CD: TALICH 4중주단, CAL 963314

△ 제3번 D장조 op18-3
 6곡 중 가장 밝은 분위기 작품으로 작곡 당시 작가의 빈생활이 행복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제7번 F장조 op59-1(라주모프스키 1번)
 6년이란 시간을 보낸후라고 인식하기 힘들 만큼 엄청난 변혁을 보여주는 곡이다. 1806년 창작연대 중기에 해당되는데 이시기에 크로이체 소나타, 영웅 교향곡, 발트슈타인, 열정 피아노 소나타, 피아노 협주곡 4번 G장조 op58,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61 등을 꼽을 수 있는데 모두 유추가 불가능한 정도로 비약함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조셉드 말리아브(베토벤 4중주곡들 저자 및 음악학자)는 한시대를 뛰어 넘는 대변혁이라고 쓰고 있다.

 4악장 모두 소나타 형식.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태생으로 당시 빈 주재 러시아 대사이며 베토벤 후원자였던 라주모프스키 백작에 의해 작곡되어 라주모프스키 사중주단 별명이 붙었다. 4악장은 테마 루쎄(Theme russe)라 표기되어 있듯 러시아 민요의 테마를 사용한 역동적 악장이다.

▲추천CD: 이탈리아노 현악 4중주단, 필립스 9500 189

△ 현악 4중주 8번 E단조 op59-2(라주모프스키2번)
 단조로 우울한 면을 보인다. 라주모프스키 백작 부인의 죽음(1806년)의 슬픈 마음을 표현했다고 본다.

△ 현악 4중주 9번 C장조 op 59-2
 한때 에로이카 교향곡 3번과 성격이 닮아서 "에로이카 4중주곡"이라 불린 적이 있다.

△ 현악 4중주 1-번 "하프" Eb장조 op 74
 제1악장에서 하프가 지닌 아름다운 세계를 표현한다.

△ 현악 4중주 11번 f단조 op 95, 세리오스(엄숙)
 제목처럼 진지함, 엄숙함을 나타내는 곡으로 3악장에 특히 강조된다. 오스트리아 궁정의 비서관인 주메스칼에게 헌정했다.

△ 현악 4중주 13번 Bb장조 op 130
 출판업자가 너무 방대해서 팔릴 것 같지 않다고 변경을 요구해서 마지막장을 분리해서 끝장을 "대푸가"로 따로 독립하게 된다.

△ 현악 4중주 14번 C#단조 op 131
 베토벤은 생의 고통을 고뇌를 통해 환희에 도달함이 아니라 세상의 어느 곳도 환희가 없음을 받아들이고 그의 내면에는 초연한 삶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 세계가 4중주로 표출하게 된다. 후기 4중주곡을 초기, 중기와 달리 무한히 자유로우면서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전형적인 4악장의 사중주곡 op121로부터 op132는 5악장 op130은 6악장, op131은 7악장으로 점차 악장수가 늘게 된다.

 op135에서 다시 전형적인 4중주 형태로 돌아온다.

△ 현악 4중주곡 16번 F장조 op 135
 1826년 베토벤에게는 힘든 한해였다. 조카 카알은 불량한 생활끝에 권총 자살 미수사건이 있었고 본인 또한 건강이 점차 나빠지고 있었다. 이 시기에 쓴 곡으로 불굴의 투지보다는 깨달음의 경지에서 곡을 표현하려고 한것을 느낄 수
있다. 4악장은 "괴로워 하다가 간신히 굳힌 결심"이란 표제가 있고, 2개의 동기가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안되는가?(Mubes sein?)와 그렇지 않으면 안된다(Es Mub sein?)라는 글을 각기 그 음표 밑에 적고 있다. 진위 여부는 여러 가지 억측이 있을 뿐이다.

▲추천CD: 1)부슈 현악 4중주단 EMI, 녹음 1932~1941년 / 2)알반 베르크 4중주단 EMI, 녹음 1978~1983년 전곡 녹음 / 3)스메타나 현악4중주단 DENON, 녹음 1976~1985년 전곡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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