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맞추며 쾌유 비는 마음 담아야



















현재 병의원서 사용하는 전자차트



 환자와 의사간 진료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언어 즉 대화이다.

이어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는 여러 방법에 의해 환자의 상태와 필요한 처치나 수술, 혹은 약물 요법 등을 담아내는 것이 처방전(prescription,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사전에는 처방을 formula와 prescription 2가지로 해석한다)이다.

 국어사전의 정의로 처방전은 "처방의 내용을 적은 종이" 혹은 "의사가 환자에게 줄 약의 이름과 분량, 조제 방법 등을 적은 문서"라고 적혀있다.

처방 혹은 처방전의 역사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의사와 환자가 대화를 시작해 질병을 진단하고 그에 상응하는 진단결과와 치료방법을 입으로 혹은 문서상으로 지시한 것이 시작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처방을 흔히 문자 Rp로 표기하는 것은 고대 이집트 신화의 이시스와 오시리스의 아들 호루스(Horus) 신화에서 유
래되어 로마시대에 호루스를 상징한 상형문자를 R자로 형상화해 부호화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문서화된 것이건 구두로 전달된 것이건 처방전의 목적은 환자의 상태를 알리고 수술, 투약 등 치료행위에 대한 일종의 지침인 셈이다.

 첨단 디지털시대와 첨단 의학시대라는 21세기는 이러한 처방전의 외형적 변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정보통신기술의 초기 발전단계였던 80년대 초부터 문서화된 처방전을 전산화하고 데이터를 저장해 처방을 내릴 수 있게 하는 시스템들이 개발되었으며, 불과 20여년 사이에 전산화된 처방전은 말 그대로 처방전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의료영역에 넓게 적용되고 있다. 의료정보화시대의 본격적인 도래인 것이다.

 1982년 비트컴퓨터가 의원관리프로그램을 개발한 이후 소위 의원관리프로그램 혹은 OCS(처방전달시스템)라 불리는 의료정보화프로그램들은 5년, 10년 단위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지금이야 모든 의료기관들이 전산프로그램에 의해 처방전을 발행하고 요양급여를 온라인상으로 청구하는 것이 당연시되었지만, 도입 당시에는 생소했을 뿐만 아니라 손으로 적어내려가는 처방전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기피의 대상이었다는 것이 당시를 회상하는 의료인들의 기억이다.

 이러한 의료정보화의 발전은 처방전 발행과 청구프로그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더욱 복잡해지고 더욱 다양해지는 의료기술 발전에 따라 보다 세밀하고 첨단화한 의료정보화, 혹은 원격의료, 원격수술까지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 개발로 이어졌다.

물론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정보통신기술이 한 몫을 톡톡히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검체를 분석하는 병리학분야에서 접목된 디지털영상화 프로그램이나 검체검사 자동화시스템으로 보다 효율적이고 당일검사 당일결과출력이라는 환자 서비스만족도를 높여주는데 일조한 진단검사의학과 전산화시스템, 몇장 몇십장의 필름을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했던 것을 이제는 진료실에서 클릭 한번으로 모든 영상의학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그리고 낙후된 의료지역에 원격 화상을 통해 실시되는 원격의료 시스템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아직도 다수의 의사들은 환자와 대면시 입으로 전하는 대화, 그리고 대화와 함께 손으로 처방 내용을 정리해 나가는 방법이 더 인간적이고 익숙한지도 모를 일이다.

30여년간 환자를 만나온 한 개원의의 말처럼 "컴퓨터로 하는 일이야 급여 청구하고 처방전 오더내리는 것뿐이지 실제 의사가 처방하는 건 환자의 눈을 보고 마음으로 환자의 쾌유를 바라며 써내려가는 것이야"라는 말이 첨단 기술도 결국 사람하기 나름이라는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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