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누르고 밖에서 조여오고…
약가인하 정책·한미 FTA 추진·cGMP 본격시행


 생동성시험 파문, 의약품재평가와 약가인하, 선별목록제 시행, 한미FTA, cGMP제도 본격화, 미생산품목 급여삭제, 사용량에 연동한 의약품가격 재조정.

 지난해 정부 정책으로 제기된 건강보험재정 안정화와 이를 위한 약가 인하의 주요 내용들이다. 한미FTA나 cGMP의 경우 약가인하와 직접 연관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정부의 약가 정책과 맞물려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2007년 제약업계는 지난해 제기됐던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본격 시행된다는 점과 상반기중 한미FTA가 체결되면 국내 제약산업은 어떠한 형태로든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특히 한미FTA 체결시 의약품분야를 타 분야와 함께 빅딜 대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협상단의 최근 발표는 제약업계에 위기감을 던져주고 있다. 결국 한국제약산업은 내적으로 약가인하를 핵심으로 하는 의약품정책 전면 시행이라는 난제와 외적으로 한미FTA 체결에 따른 경쟁 조건 악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우선 2006년 한해 국내 제약산업은 연초에 발표된 식약청의 GMP실사 결과 발표로 경미한 상처를 입었고, 이어 4월 생동성시험 데이터조작 발표로 큰 상처를 입었다.

 뒤를 이어 결정타라 할 수 있는 약제비 절감 선별목록제 시행 방안이 발표되면서 큰 혼란과 함께 향후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이외에 7월과 9월 생동성시험 조작 관련 2차와 최종 결과 발표, 7월 단계적 cGMP도입 방안 발표에 이어 11월에는 1천품목이 넘는 보험의약품의 약가가 평균 17% 인하돼 2007년 1월 1일부로 적용된다는 방침을 통보받았다.

 또 올해들어 복지부는 1월 복지부 고시로 최근 2년간 보험급여 청구실적이 없는 약제와 약사법령에 따른 생산실적 또는 수입실적이 2년간 보고되지 않은 품목을 약제급여목록표에서 삭제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약의 보험적용여부 신청시 제출한 예상사용량과 연동한 의약품가격 재조정 정책도 본격 시행됐다.

 이와 관련 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 박인석 팀장은 최근 열린 한 교육프로그램 강연에서 "사용량과 연동한 가격 재조정은 예상사용량초과품목과 적응증 추가 등 급여범위 확대품목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실제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양대 경제학부 사공진 교수는 최근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가격 사용량연동제도는 시장기능에 대한 왜곡을 통해 기업활동의 예측성을 저해하고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기업의 수익성을 통제하는 것으로 경영활동의 자율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생산, 미청구 등 4162품목에 대한 급여목록 삭제와 관련 일부 제약회사들은 정부 정책의 급작스런 시행으로 혼란을 빚고 있다. 당초 지난해 발표된 선별목록제에는 미생산품목에 대한 급여삭제 방침만 정해져 있었으나 12월말 고시가 발표되면서 일부 품목의 재생산과 제품 양수를 통한 생산을 준비해 온 제약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처럼 약가인하에 초점이 맞춰진 정책시행에 대해 제약업계도 한국제약협회 등을 통해 지속적인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제약업계는 선별목록제 시행의 근거로 정부가 제시한 약제비 지출현황 자료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한미FTA와 관련해서는 국내 제약산업을 고사위기로 내모는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제약협회는 지난 22일자로 정부의 약제비적정화 방안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도 23일자로 접수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는 협회 98개 회원사 공동 명의로 제기됐다.

 최근 열린 의약품경제성평가 교육에 참가한 한 제약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보험재정 절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도 좋지만 관련 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점과 상식 수준에서 정책 시행이 이뤄져야 함에도 정부가 이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A업체 관계자는 "여러 정책들 중 재산권 침해에 관련된 조항이 많다는 점과 생동성시험 논란에서도 일부 제약회사들이 법률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도 다양한 소송이 진행될 것"이라며, "더 좋은 의약품 개발과 판매, 기업의 이윤 창출을 통한 사회 기여를 신경써야할 회사들이 정책 시행에 목을 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B업체 관계자는 의약품경제성평가가 보험등재 여부의 열쇠를 지닌 중요한 수단임에도 정부가 충분한 협의와 준비시간 없이 제도를 시행한 느낌이라며, 이번 교육에서 제도 설명에 나선 복지부나 심평원 관계자들도 제약업체의 이런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내 제약업계는 실적만으로만 보면 2005년에 이어 2006년에도 매출과 이익률의 큰 폭 성장이라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책의 본격 시행이 2007년인 만큼 이러한 성장세가 올해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이다.

 의약품 정책 시행의 주체는 정책을 만들어내는 정부만이 아니라 소비주체인 국민, 공급 주체인 관련 산업계 모두라는 목소리가 반영되는 합리적 정책이 필요한 때이며, 2007년에도 꾸준한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는 우리 제약업계의 노력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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