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약 배제 아니라 고비용 정당한 효과 확인먼저









이 의 경
숙명여대 임상약학대학원 교수


 경제성 평가는 의약품의 가치를 과학적·체계적으로 평가하는 방법론을 제공함으로써 보험의약품의 등재 및 약가 관리는 물론, 처방지침 개발을 통한 의약품 사용의 적정화 등 근거 중심의 의학과 약학 정착에도 널리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경제성 평가의 기여도 및 활용가능성은 관련 학계와 제약업계 대상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향후 제도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약품 경제성 평가가 보험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 되기에는 많은 장애 요인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경제성평가 연구 방법상의 불확실성이나 기업 지원 연구에 대한 바이어스 의혹, 진료 자율권의 침해 우려 등 연구 결과와 그 파급영향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에는 경제성평가를 수행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관련 통계나 분석 자료 등 연구 인프라가 미흡하다. 경제성 평가 연구 수행 및 평가 등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 이상으로 그 효과가 나타날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보험의약품 관리 현황을 고려할 때 의약품 경제성 평가는 비용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약관행을 만들어간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는 약제비 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의약품 처방에 있어서 의사들 간의 변이도 상당히 크다.

 또한 다른 나라에 비하여 보험등재된 의약품수가 많아 관리의 비효율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선별목록(positive list)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성 평가를 통하여 산적한 보험의약품 문제를 일부라도 해결할 수 있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그 기본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경제성평가 활용의 주된 목적이 의료비 절감 보다는 비용의 합리적 지출에 있으며 임상적 중요성이나 진료의 자율권 등 다양한 가치와의 조화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경제성 평가를 통하여 고가의 약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고 높은 비용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임을 보다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경제성 평가 결과는 보험급여를 판단하는 여러 기준 중의 하나로서 임상적 중요성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고려 등이 충분히 병행됨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양질의 연구 결과가 생산될 수 있도록 경제성평가 연구 관리에 철저를 기하되, 현행 지식수준과 여건을 고려하여 도달 가능한 목표와 이의 단계적 향상을 위한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경제성 평가에는 가정 설정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므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질 관리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경제성 평가지침이 개발되어 경제성평가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중요한 근간이 되고 있는데, 향후 지식수준과 경험이 축적됨에 따라 지속적으로 지침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현실적 여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본 실증분석 과정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실제 국내에는 자료도 부족하고 경험이나 전문적인 지식도 부족하다. 지침에서 제시하고 있는 목표와 이러한 제약들 간의 갭을 어떠한 방식으로 채워갈지 보다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셋째, 연구 수행 및 심사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강화하여 연구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자료원 검색과 선정의 투명성, 연구과정에 대한 재현성 확보 등 연구결과를 제3자가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자료 검토 단계에서는 내부 및 외부의 병행 검토 내지는 1차 및 2차 시차 검토 등 중복적 검토체계를 마련하며, 자료 제출기업과 검토자간의 이해상충 여부를 확인하는 등 객관성 확보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의 자료검토 조직내에도 정보검색 전문가(Information Specialist)를 두어 기업이 제출한 자료 이외에 독립적인 문헌 검색기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경제성 평가 결과가 제시된 이후에는 환자나 임상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여러 단계의 자문과 공개 절차를 거쳐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연구비 출처에 따라 연구자 바이어스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연구비 출처를 밝히는 풍토도 조성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민감한 안건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연구가 필요하다.

 넷째, 국가 차원의 연구 인프라 구축을 통하여 경제성 평가 연구의 효율성을 증대시켜야 할 것이다. 각종 국가통계자료와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물론 경제성 평가에 필요한 기반적 연구를 중심으로 정부의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반적 연구로는 예컨대 비용과 관련하여 비용 산정의 표준화, 질병 부담 산출이 있으며, 효용 관련 연구로는 Euro QOL의 한국인 대상 선호가중치 개발, 조사서 번역 검증, 연구 결과의 해석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역치(Threshold) 산출, 임상문헌 DB 구축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성 평가 제도를 도입하는데 가장 주요한 장애요인 중 하나가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 풀을 확충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이다.

 통상 인력 양성에는 많이 시간과 비용의 투자가 수반되니 만큼 정부의 확고한 정책 의지를 보여 대학과 기업에서 인력 양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인력의 아웃소싱 전략도 병행하여 정부에서는 대학의 인력을 아웃소싱하고, 기업에서는 민간전문연구기관이나 대학을 활용하여 비록 제한된 수의 전문 인력이지만 이의 활용을 극대화하도록 한다.

 인력의 수적 부족 뿐만 아니라 현재 관련되어 있는 인력들의 지식수준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경제성 평가 지식에 대한 이해도가 제약기업 담당자 거의 대부분이 초급 이하의 수준이며 대학이나 의료기관 연구진 중에도 50% 이상이 초급 이하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보다 양질의 인력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도록 보건대학, 의과대학, 약학대학을 중심으로 경제성 평가 관련 과목의 채택을 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제약기업 직원들의 보수 교육의 관점에서 경제성평가 관련 연구회 및 단기 교육과정 등을 활성화하여 실무에 필요한 기초 지식을 전파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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