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배출되는 의사들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서운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신규 면허를 발급받은 의사 3488명 가운데 여성은 1299명으로 전체의 37.2%를 차지하고 있다. 새로 면허를 받은 여의사의 비율은 2004년 27.7%, 2005년 31.9% 였다.

 비단 수치상의 증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의료계의 "여풍(女風)"은 올해 전문의 자격시험에서 전체 26개과 가운데 소아과, 산부인과, 정신과,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등 10개 과에서 수석합격자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한국여자의사회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대규모 학술대회와 여의사들이 모델로 나선 패션쇼를 개최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런 추세라면 이제 남자든 여자든 모든 의사는 "의사"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통일될 날도 머지 않았다. "여의사"라는 말 자체가 남녀간의 역차별적 발상을 갖고 있는 단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의사들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본지는 지난 6일 의료각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의사들을 초청해 여의사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격의없이 대화하는 "와인토크"를 진행했다.

 이날 참석한 6인의 여의사들은 여의사들의 확고한 위상 정립이 시급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긾 여의사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정치적 역량과 경영마인드를 키워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먼저 병의원의 계속되는 불황에 의사는 CEO와 같은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참석자들은 의료와 경영의 병행이 어렵기는 하지만긾 이들의 분리는 결국 도태되는 지름길이며 의료산업선진화를 위해 여의사들이 CEO는 물론 비즈니스맨과 같은 활동을 펼치는 것도 긍적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도 거론됐다. 여의사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서는 전략과 정치긾 이에 따른 합법적인 로비도 필수임이 강조됐다. 여의사들이 가진 무한한 잠재 능력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 그동안 부족했던 여의사들의 정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치 마인드를 기르는 커리큘럼 마련도 시급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아직도 개선이 필요한 여의사들의 복지문제도 화두였다. 의사이기 이전에 어머니로서 한 남자의 아내와 며느리로서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지만 현실은 너무나 척박하다는게 이들의 한탄이었다. 저출산문제가 왜 생기는지에 대해 뼈저리게 느꼈다는 이들은 모든 것을 다 해내려하기 보단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강조했다. 의사로서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전문가에 맡기고 재충전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환자와 자기 자신을 위해 이롭다는 것.

 이날 참석한 기혼 여의사 5명의 배우자는 모두 의사였다. 이들은 "현재 배우자가 이상형"이라며 그 이유로 "같은 직업의 사람이 아무래도 의사라는 직업을 좀 더 이해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여의사만의 남모르는 고민을 이해해 줄 수 있는 것은 의사밖에 없다"는 대목에서 서글퍼지기도 했다.

 "우리는 무의촌에 살고 있다"는 조승복 용산구의사회장의 말처럼 2006년 여의사의 자화상은 수적 증가만큼 낭만적이지 않았다. 속 편하게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는 이들은 그래도 "여의사는 좋은 직업"이라는 데 흔쾌히 동의하며긾 자신의 현재에 깊은 애착과 사명감을 드러냈다.

 아무나 대신 해줄 수 없는 것이 의료다. 특히 여의사의 심신이 건강하지 못하면 여의사 개인과 그 가족은 물론 환자의 행복에까지 빨간불이 켜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주위를 좀 더 행복하게 만드는데 여의사는 기여할 여지가 많다. 한국 여의사의 위상재고와 병의원 경영은 물론 자신의 몸까지 챙기는 건강한 여의사들이 내년에 더욱 빛을 발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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