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계 영국인 의사 대거 배출
친근감으로 유럽 시장 선점


 앞에서 소개한 태국이나 싱가포르 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의 많은 나라들이 의료서비스 혁신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최대 국립병원으로 꼽히는 루이진(瑞金) 병원은 사회주의식 평등진료를 탈피해 차별화된 특급 의료서비스를 선보였다. 전용 부엌과 욕실, 수행원 숙소까지 마련한 병실은 일반 진료동의 8~10배에 달하는 병원비를 책정하면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관광분야, 특히 골프 패키지를 결합한 건강검진 상품을 개발해 2003년, 일찌감치 10만여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 아시아의 의료산업을 논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또 하나의 나라가 있다. 동아시아 의료관광 산업의 파이 키우기에 동참한 세번째 주자, 인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영어 교육받은 인력 국가 원동력
 2005년 인도의 경제는 전년 대비 8% 대의 고속성장을 기록했다. 중국에 이어 두번째다. 글로벌 IT 기업인 IBM, 마이크로소프트, DELL, 삼성전자 등에서 80억 달러가 넘는 인도 투자 계획을 밝힌 것 역시 괄목할만 하다. 그들의 공장과 R&D 센터, 콜센터 건물이 인도의 중심부에 들어서는 것은 더이상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에 앞다퉈 투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나 여느 동남아권 나라들에 비해 영어를 구사하는 교육받은 풍부한 노동력을 갖추고 있다는 우위점 때문이다. 또한 미국과의 시차가 12시간인 점도 호재라 할 수 있다.
 현재 미국기업들은 그들이 퇴근한 이후, 인도에서 콜센터나 소프트웨어, 데이터 분석 등 비즈니스 프로세스 일부를 인수하여 24시간 연계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인도 새 타이틀 - 의료허브 신흥국
 인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11억명을 넘어서는 엄청난 인구? 간디의 비폭력 운동? IT 선진국으로 거듭나는 영어권 국가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인도는 많은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석가모니가 태어난 불교 종주국이라는 점이나 엄격한 카스트 제도 또한 인도를 대표할만한 요소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인도의 또다른 수식어가 생겼다.
 바로 의료관광의 신흥국이라는 것이다.
 역사는 사상 최초의 병원이 B.C 5백년 경 인도에서 탄생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병원이라는 물리적인 기관을 가장 먼저 탄생시켰던 인도, 이제 그들이 메디컬 선진국의 고지를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

미국 3번째 대변혁 - 메디컬아웃소싱
 1990년대에 이르러 미국기업들은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공장들을 옮기고, 이후에는 콜센터·소프트웨어 R&D 센터를 인도로 이전했다. 최근들어 미국의 매스컴은 "메디컬아웃소싱"이라는 개념을 조명하고 나섰다. 값비싼 보험료를 이유로 직원들의 정기검진을 외국 의료기관에 맡기는 현상이 도드라졌고, 보험회사들의 가담은 물론 아예 의료관광 전문회사들까지 성행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매스컴은 이러한 현상을 제조업, IT에 이은 미국의 3번째 대변혁이라 일컫고 있다.
 이렇게 값비싼 보험료를 고민하는 북미나 유럽권 나라들의 관심 한가운데 태국, 싱가포르 그리고 인도가 자리잡고 있다.
 선진 의료기술과 해외파 전문 인력, 덧붙여 미국의 3분의 1에서 10분의 1에 그치는 의료비는 충분히 매력적일만 하다. 특히 가격경쟁력만을 두고 본다면, 미국의 10%, 영국의 15% 정도에 불과한 인도가 태국이나 싱가포르에 한발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인도에 진출해 있는 미국기업들이 인도 병원의 손을 잡아줄 가능성 또한 높아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개인의 의료관광은 태국이나 싱가포르가, 기업 주선의 의료관광은 인도가 유리할 거라 전망하기도 한다.
뗄레야 뗄 수 없는 UK와의 관계
 다수의 인도 의학도들이 영국에서 의사수업을 받는다고 전해진다. 심지어는 영국 의사의 50% 정도가 인도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불현듯 3여년 전에 만난 인도계 영국인인 A씨가 떠오른다.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던 그녀는 얼마전 남편과 사별하고, 남편이 영국에서 운영하던 병원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필자는 해당 병원의 데이터베이스를 훑어내려가는 동안 20여년간 남편이 돌봐왔던 환자들의 60% 정도가 인도인이며, 그들의 35%가 인도에 적을 두고 영국을 왕래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이메일과 우편메일을 활용하여 해당 데이터베이스의 클렌징작업을 해나갔다. 메일에는 남편의 별세 소식과 함께, 고객이 원한다면 인도에 상주하는 그녀의 의사 삼촌이 해당 고객들의 진료를 이어가겠다는 언급을 담았다. ROI는 생각 이상으로 대단했다. 메일을 받은 인도인 고객의 20% 이상이 그녀의 삼촌을 찾은 것이다. 죽은 남편이 쌓아놓았던 신뢰는 그가 세상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후속적으로 그의 가족이 추천한 의사에게로 고객을 이동시키는 브랜드 파워가 되어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남편의 영국인 고객들 역시 의료관광 차원에서 인도를 방문하는 사례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시장이었던 의료관광업에 뛰어들었고, 영국과 인도를 잇는 의료관광 패키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영국의 통치 하에 있었던 인도는 의학분야에서 역시 다수의 인도계 영국인 의사를 배출했고, 이같은 환경적 요소를 이용해 유럽인들과의 거리감을 좁힘으로써 유럽권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경쟁력 확보와 정부 뒷받침이 정답
 미국기업들과 유럽권 사람들이 인도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2005년 인도의 의료업계는 20만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2년까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외국인 환자들이 인도에서만 20억달러(약2조원)의 의료비를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인도의 의료관광 수익은 해마다 30%씩 급성장세다.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도정부는 의료관광객 본인에게는 1년짜리 "M(메디컬) 비자"를 보호자에게는 "MX 비자"를 발급하는 한편, 의료기관 대상의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의료 엑스포를 여는 등 정부 차원의 홍보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병원의 개별적 노력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일찍이 미국의 대형 병원들과 제휴를 맺으며 인도 선진병원의 대명사로 떠오른 아폴로 병원(Apollo Hospitals)의 경우, 이미 외국인 환자가 전체 환자의 10%를 넘어섰다. 이에 걸맞게 그들은 공항 에스코트 서비스를 도입함은 물론 요가, 명상, 아유르베다 치료법 등 전통 자연 요법을 적용한 옵션을 마련하는 등 차별화 포인트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며 의료관광 성지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태국과 싱가포르, 인도를 통해 북미와 유럽에서 불고 있는 동아시아 의료관광의 열풍을 소개했다. 의료관광 열풍 그 자체보다는 내·외부의 환경적 요소를 들여다 보고 마케팅적 시각에서 현상을 바라보고자 했던 필자의 의도가 잘 스며들었는지 궁금하다. 혹여 누군가는 이 기획 자체가 의료관광 시장에 거품만 일으켰다고 반발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가시화되고 체계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지 않는가. 의료관광 산업의 성패가 의료 선진국을 결정짓는 잣대는 아니지만, 의료산업 인프라 구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한국 역시 한류 열풍과 성형 관광 등으로 해외의 언론의 이목을 끌고 있는 요즘이다. 이러한 기회요소를 잘 활용하여, 더 늦기 전에! 의료관광의 선발주자로서 의료 선진국의 이미지를 다지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로부터 경쟁력을 확보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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